2023년 11월 21일,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취임식에서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는 동안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와 고객, 직원, 주주를 중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1년 10개월 여가 지난 지금 KB금융그룹은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을 양대 축으로 최고 금융그룹 자리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양 회장의 취임 전날 주당 5만 3900원에 불과했던 KB금융의 주가는 30일 장마감 기준 11만 5500원으로 무려 114.2%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의 포트폴리오가 가장 잘 갖춰져 있는 데다 향후 미래 비전이 뚜렷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양 회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금융은 성장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해야 하는 숙명적인 역할을 안고 있다”며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은 모든 금융사의 숙명”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KB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가 출범했다. 첫 회의에서 KB국민은행은 연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여신심사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KB국민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첨단산업의 경우 관련 산업을 잘 아는 인력의 중요성이 가장 크다”며 “인력 영입과 조직 등 개편에 관해 협의회에서 지속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정부가 진행하는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참여 방안도 논의됐다. KB자산운용과 KB증권, KB인베스트먼트가 위탁운용사(GP)로 참여하고 KB국민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등이 출자자(LP)로 나설 계획이다. 예상 출자 규모는 10조 원대다. KB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 목표가 순항하면 가계금융에 특화돼 있던 KB의 DNA도 뿌리부터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생산적 금융에 더해 포용 금융도 확대한다. 2030년까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 투자·대출 목표를 50조 원으로 정했다.
시장에서는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2023년 4조 5950억 원이었던 그룹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5조 780억 원까지 뛰었다. 올 상반기에는 3조 4360억 원을 벌어들여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수익지표도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0.80%였던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올해 13.03%까지 상승했고 같은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76%에서 0.9%까지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3년 말 38.0%였던 KB금융의 주주환원율은 올해 5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본 건전성은 높아져 지난해 6월 말 기준 13.6%였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올 6월 말에는 13.74%를 기록했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는 비용효율성(CIR) 지표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경기 침체로 더 오를 수 있는 부실채권 비율과 정부의 포용 금융 확대 요구에 따른 수익 감소 요인도 변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이 반석에 올려 놓은 KB금융이 양 회장 때 들어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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