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은 신체, 인지, 언어, 사회, 정서 등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시기별로 발달의 영역이 달라지고 개인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발달 과정에 있어서 유아기는 두뇌와 신체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특히 유아기의 뇌 발달은 최강의 뇌를 키울 수 있는 기점이 되는 까닭에 뇌 발달에 초점을 둔 육아가 필요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생후 5년 동안 성인 뇌의 80% 가까이 자란다. 이 시기에 최강의 뇌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면, ‘생각의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의 연구진들이 네이처에 발표한 뇌 발달 관련 논문에 따르면, 생후 4개월의 뇌는 최대 용량의 10%이고 만 3세에 80%까지 성장하며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의 회색질은 5.9세에 최고 부피를 보였다고 한다. 즉, 영유아 시기의 뇌 발달이 일생 주기에 있어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실행, 학습과 기억, 지각 운동, 언어, 복합 주의력, 사회적 인지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인 인지능력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바로 영유아 시기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발달에 있어서 유아기는 향후 학습과 미래의 성장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를 형성하는 시기이다. 이때 기본 바탕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뇌의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학교와 사회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유아기의 뇌 발달은 깊이 있고 폭넓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경험을 만드는 것이 바로 생각이다.
호주에서는 단순하게 지식의 전달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유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협력하며 보다 넓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의 향상에 초점을 둔 유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아들에게 지적 자극, 사회적 자극, 감각적 자극 등을 풍부하게 제공함으로써 왕성한 두뇌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철학(P4C)’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제시하고 자유롭게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교육 접근법을 채택한 바 있다. P4C는 유아기의 사고력과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을 도우며 자신감과 품성을 길러주어 유아기 뇌 발달의 뿌리를 만든다. 스스로 생각하고 해답을 찾아갈 줄 아는 아이는 수동적으로 지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식을 탐구하며 생각의 힘을 통해 폭발적으로 뇌를 성장시킬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도 High Scope 유아교육과정을 통해 유아의 능동적인 학습을 지원하며,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신만의 생각의 힘을 통해 지식을 창조해낼 수 있도록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다. 이러한 유아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스스로 사고하고 자기 생각과 활동을 통한 창의력을 발휘하며 미래 사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렇게 유아기 최강의 뇌를 만드는 데 있어 생각이 가지는 힘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유아의 사고력 증진보다는 선행학습을 통한 과도한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면 어떻게 하지? 라는 부모의 불안은 지나친 사교육으로 이어지고, 7세 고시, 영어 유치원 열풍, 조기 유학 등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생각하는 힘을 키우지 못하는 교육 환경으로 아이를 몰아넣고 있다. 기초 발달에 있어서 적기에 이루어지는 생각 교육이 필요함에도 과도한 자극을 주게 되면 오히려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틀에 박힌 생각만 하게 되어 창의력이 부족해지고 말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이 입을 모아 부모와의 접촉 교육을 강조하고 자연스럽게 놀이활동을 하면서 단계별로 발달을 이루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발달 단계에 따라 아이의 생각하는 힘이 체계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지능력이 완성되는 5~6세의 시기에는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중심으로 한 유아교육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리 아이의 생각의 힘을 키우고 싶다면 너무 과도한 선행학습이나 발달 단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조기교육보다는 하루 한 가지라도 꾸준히 아이에게 질문을 하고 아이 스스로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어떨까? 강제적인 교육에 익숙해지면 아이는 흥미를 잃고 자신감을 잃게 되며 스스로 사고하는 법을 잊게 된다. 아이의 뇌를 깨우는 부모가 되고 싶다면, 뇌 발달에 맞는 생각 교육을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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