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벌통에 여왕벌이 없다는 이유로 동료 양봉업자를 무참히 폭행하고 암매장까지 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해자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묻혔을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극심한 고통을 강조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는 1일 살인 및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74)에게 징역 20년을 내렸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와 범행의 잔혹성이 참작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27일 오전 9시 45분쯤 전북 정읍시 북면의 한 양봉 움막에서 동료 양봉업자 B씨(77)의 얼굴과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내려쳐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시신을 파묻은 혐의를 받았다.
사건은 범행 다음날 아들이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고 112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실종된 B씨 차량에 흙이 묻어 있고 블랙박스가 강제로 분리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전환했고,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해 은신처에서 긴급 체포했다. 체포된 A씨는 결국 범행 일체를 인정했다.
수사 결과 A씨는 2년 전 구입한 벌통에 여왕벌이 없어 항의하러 찾아갔다가 B씨와 마주쳤고 그가 자신을 절도범으로 의심해 신고할 것을 두려워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해 범죄를 은폐하려 했으며, 구속 이후에는 속옷에 숨겨온 살충제 독극물을 마시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으나,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 후에도 범죄를 숨기기 위해 계획적으로 후속 행위를 이어갔고, 부검 결과 피해자의 입과 기도에서 흙이 검출돼 생매장 상태에서 극심한 고통 속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차량 블랙박스와 휴대전화를 숨기고 수사 과정에서도 범행 동기와 경위를 번복하며 책임을 축소하려 했다"며 "진정한 반성 여부가 의문이고 유족뿐 아니라 지역사회도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할 때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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