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철학에 관심을 조금 가지려고 하고 있어서 철학 입문서를 읽고 있어요. 어쨌든 철학이 인생을 다루기 때문에 입문부터 시작해서 지금 차근차근 레벨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tvN 토일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이헌(연희군) 역을 맡아 ‘대세 배우’로 떠오른 이채민은 지난 1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배우란 무엇인가에 답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나온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는 “'니가 누구냐'라고 물었을 때 10초 안에 빠르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배우도 마찬가지다. 연기를 배울 때부터 입시 시험을 칠 때마다 들었던 질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생각할 때 누구보다 더 고민해야 하는 직업이 배우인 것 같다”며 “그렇게 나를 더욱 찾아 가는 작업을 해야 나를 알아야 상대방도 알고 인물에도 공감을 할 수 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그건 ‘척’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공감하는 척, 이해하는 척이 아닌 진심으로 공감하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의 어떤 행동 매커니즘이나 성격 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고 나를 알아도 언제인가를 나를 잃기도 해요. 우리는 계속 변하잖아요. 사람은 상황에 따라 나이가 들수록 변하는데 저만의 순수함은 계속해서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어도 배우는 좀 순수함이 있어야 한다. ‘소년미’가 있어야 한다. 절대 철 들면 안된다는 말도 많이 듣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동의가 되고 그래요."
특히 그는 좋은 사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직업이 배우라고 생각해 책을 읽게 됐다고 한다. “좋은 사람은 뭐냐 이런 것에 대한 고민도 항상 필요하고, 항상 그런 고뇌를 해야 하는 직업이 배우인 것 같아서 안 읽던 책도 요즘 많이 읽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채민은 그러면서 배우가 대중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존재인지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저희가 보여지는 직업이고 남들에게 저의 연기를 보고 행복을 느끼거나 환희를 느끼고 기쁨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고 또 그냥 생각 없이 웃을 때도 있고 화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고 정말 저희는 그런 감정의 변화를 주는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함으로써 대중이 카타르 실수를 느낄 수 있게 해드리는 게 저희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에는 어떤 감정을 느껴도 그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줘야 되는 게 저희가 배우이자 공인으로서 해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돼야 해요."
젠지세대 연예인들이 최근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니체, 부처 등 동서양 철학 초역본을 읽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가 이제 겨우 25살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젠지 세대 배우가 읽는 철학책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어떤 책을 읽냐고 하니 “다양한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한 책들이고 니체 등 서양철학”이라고 했다. “철학자들이 그랬어요. 본인들도 답이 아니고 철학에서도 답은 없다고요. 본인들도 단지 본인들이 느꼈던 인생의 경험담을 토대로 본인들의 가치관을 적어 놓은 것이지, 결코 이거에 뭔가 본인이 희석이 돼서 그거대로만 따라 하기보다는 그걸 토대로 본인만의 어떤 가치관을 만들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그런 글귀가 있었는데, 되게 되게 저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마냥 그걸 읽었다고 이거대로 해야지 이게 아니라 그걸 토대로 저만의 가치관을 성립해 나가고 형성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책으로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읽고 있습니다."
선물을 받고 아직 읽지 않은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도 읽을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배우 박정민이 “넷플 왜 보나,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라고 해서 화제가 됐고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그 작품이다. “소설을 읽으면 감성과 상상력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읽어 보려 해요.”
마음의 양식의 책에 이어 코믹한 ‘먹방 표정’ 연기를 비롯해 그의 소울 푸드에 대해서도 들어 보았다. 실제로 그는 작품에 등장하는 돈가스(슈니첼)를 ‘최애’ 음식으로 꼽았다. 그는 “썰고 싶은 날 꾸덕하게 먹고 싶은 날 고유의 소금 맛을 느끼고 싶은 날, 두 가지를 다 느끼고 싶은 날에는 끼니마다 돈가스를 먹을 정도였다"며 “그런 부분, 음식에 진심이라는 점에서 이헌과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돈가스를 먹고 싶어서 그 장면을 여러 번 찍기도 했다”고 말하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대 공포증도 있고 말주변도 없다고 엄살을 떨었던 그는 인터뷰 내내 할 말은 꼼꼼하게 다 하고 솔직한 매력을 선보였다. 그의 솔직해서 귀여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오히려 웃음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쿠팡 플레이의 ‘직장인들’ 같은 프로그램 생각이 없냐고 묻자 “제가 너무 예능을 못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이어 “연마를 더 해야 한다”며 “불러만 주시면 어디든 나갈테지만 정말 잘 못하고, 텐션이 높아야 하는데 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팬들은 그냥 이 상태로 나와서 말만 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자 부끄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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