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맞으면 곧바로 던질 사표를 늘 품고 다니는 직장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견뎌내며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사맨, 서울 자가에 살며 다 이룬 것 같지만 임원 승진을 위해 ‘한방’이 필요해 발버둥 치는 부장님. 직장은 함께 하는 동료가 있기에 고단한 일상을 견뎌낼 수 있는 연대의 장이기도 하고, 경쟁자를 제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터이기도 하다. 이런 직장을 배경으로 사회 초년생부터 중년의 부장까지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할만한 K오피스 드라마가 잇달아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MBC 금토 드라마 ‘달까지 가자’가 2030 여성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작품은 마론제과를 배경으로 존재감이 없는 다해(이선빈 분), 은상(라미란 분), 지송(조아람 분) 세 명의 ‘흙수저’ 동료가 서로 의지하다가 코인 투자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직장인들의 일상을 실감나게 그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쓴 장류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장 작가가 실제 직장 생활 경험을 토대로 쓴 ‘일의 기쁨과 슬픔’과 마찬가지로 ‘달까지 가자’도 직장인들의 ‘짠내’ 나는 에피소드들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원작과 달리 코믹 멜로 라인이 추가돼 발랄한 분위기로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흙수저’ 직장인의 애환과 희망 등 원작의 미덕은 대부분 살려 2030 여성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tvN은 11일 ‘폭군의 셰프’의 후속작으로 ‘태풍상사’를 선보인다. 이 드라마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무역 회사를 배경으로 말단 직원부터 사장까지 힘을 모아 회사를 일으켜 세우는 직장인들의 성장기를 담았다. ‘압구정 오렌지족’에서 졸지에 부도 직전 태풍상사의 사장이 되어 버린 강태풍(이준호 분)이 경리 사원 오미선(김민하 분), 영업부 과장 고마진(이창훈 분) 등과 연대하면서 일과 직장의 의미를 깨닫는 스토리로 올해 tvN 최고 기대작 중 하나라는 전언이다. 특히 한국인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IMF 경제 위기가 배경인 데다 서로의 틈을 채우며 성장하는 건강하고 유쾌한 서사와 ‘연대의 힘’이라는 메시지가 기대감을 높인다. 1997년 당시 사람들의 말투와 의상, 헤어스타일, 사물, 건물 등 시대상을 철저하게 고증한 점도 눈길을 끈다.
JTBC는 25일부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방송한다. 송희구 작가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인데 작가 자신의 직장 생활 경험을 소재로 공감을 불러일으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대기업 25년 차 영업 1팀 김낙수 부장(류승룡 분)은 제목처럼 서울의 자가에 사는 요즘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입사 이후 승진에서 누락된 적이 없지만 임원 승진을 위한 확실한 ‘한방’이 필요해 추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중년 남성의 모습이 4050 직장인들의 가슴을 파고들 전망이다. 특히 코믹한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아온 김 부장 역의 류승룡이 중년 직장 남성의 치열한 생존기를 어떻게 그려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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