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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 번만 여는 신성한 공간인데…김건희, '차담회 날' 종묘 신실 둘러봤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종묘 영녕전. 클립아트코리아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외부 인사들과 '차담회'를 열던 날 평소에는 출입조차 어려운 영녕전 신실까지 관람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실은 조선 역대 왕과 왕비의 위패를 모신 가장 신성한 의례 공간으로 일반 관람객은 물론 관계자도 연중 대부분 접근할 수 없다.

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해 9월 3일 종묘 망묘루에서 열린 차담회에 앞서 영녕전을 방문했다. 당시 김 여사는 외국인 2명과 통역사,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과 함께 신실 주변을 둘러본 것으로 확인됐다.

종묘 측 설명에 따르면 김 여사 일행은 일반 관람객이 사용하는 정문이 아닌 영녕전 인근 소방문을 통해 들어왔으며, 종묘가 휴관이던 화요일에 방문해 약 5분간 머물렀다. 궁능유적본부는 "김 여사가 머무는 동안 신실 1칸의 문을 개방했다"며 "직접 내부에 들어간 사람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종묘 안에서도 영녕전 신실은 '가장 신성한 장소'로 꼽힌다. 내부에는 조선 태조의 4대조를 비롯해 역대 왕 15위와 왕후 17위, 그리고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신주가 봉안돼 있다. 신주가 보관된 신주장(神主欌) 외에도 제사용 상징물인 어보(御寶)와 어책(御冊)이 각각 보장(寶欌)과 책장(冊欌)에 나뉘어 배치된다.

이처럼 국가 의례의 핵심인 신실은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과 11월 첫째 주 토요일, 연 2회 대제(大祭)가 있을 때만 문이 열린다. 일반 관람객은 이 공간에 접근조차 할 수 없으며 일부 관계자도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종묘 영녕전 신실 입구. 사진 제공=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그럼에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은 지난해 9월 2일, 차담회 하루 전날 현장을 사전 답사하며 "영녕전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신실 1칸을 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국가유산청은 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영녕전을 거쳐 망묘루로 이동하는 동선까지 직접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논란이 되는 점은 종묘 내부에는 이미 일반인이 신실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재현 공간이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5월, 망묘루 인근 향대청을 개편해 태조 신실을 복원한 전시 공간을 상시 개방하고 있다. 재현 공간이 있었음에도 굳이 실제 신실을 열게 했다는 점에서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김 여사 일행의 방문을 앞두고 종묘관리소 측이 신실 내부 청소까지 진행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파장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임오경 의원은 "대통령실의 요구로 신실을 개방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공무집행방해"라며 "국가유산을 사적으로 이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비용을 청구하고 관계자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끝까지 파헤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 시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신 국가 사당으로, 조선 왕조의 정치·문화적 정체성을 상징한다. 영녕전에는 태조의 4대조를 비롯한 왕실 인물들의 신위가 안치돼 있으며, 국가 차원의 제사가 매년 엄격한 절차에 따라 치러진다.

1년에 두 번만 여는 신성한 공간인데…김건희, '차담회 날' 종묘 신실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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