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측이 경찰 체포가 ‘불법 구금’이라며 야간 조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
2일 이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이 전 위원장이 압송된 서울 영등포경찰서 정문에서 취재진에게 “(이 전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장 임무로 인해 출석을 하지 않았는데 왜 불법 구금상태에 두냐. 합리성과 타당성이 매우 모자라다”며 “오후 9시 이후 여간 조사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 측은 경찰이 의도적으로 이 전 위원장이 출석 요구에 불응하는 모양새를 만든 뒤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라고 의심했다. 이 전 위원장 측은 “경찰이 9월에 세 차례 걸쳐 출석을 통지했는데 세 번 모두 소환일정 이후에 요구서가 도착했다. 우편물이 저녁 늦게 오는 등 소환서를 보고 응할 수 없는 시간에 도착한 것”이라며 “이후 9월 27일 소환에 협의했는데 전날 국회 일정이 잡혀서 경찰에 전화를 해 구두로 출석이 어렵다 통지했다. 경찰은 공무상 이유로 불출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소환장을 보내 불응을 위한 외적 모습을 갖추고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할 때 (불출석 사유서를) 첨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도 경찰에 기망돼 영장을 발부했을 것이고, 경찰은 구속영장까지 신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영등포경찰서는 오후 4시 6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이 전 위원장 자택에서 공직선거법위반과 국가공무원법위반 등 혐의의 체포영장을 집행한 뒤 경찰서로 압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전 위원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하던 중 이 전 위원장이 3회 이상 출석에 불응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1시간 40여분 뒤에 영등포경찰서로 압송된 이 전 위원장은 “이재명이 시켰냐, 정청래가 시켰냐, 아니면 개딸이 시켰냐”라며 “방통위 기관 하나 없애는 것도 모자라 이진숙에게 이렇게 수갑을 채우는 것이냐”라며 수갑이 채워진 양 손을 취재진 앞에 들어보였다.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은 제가 대통령의 가치와 철학과 맞지 않아서 사퇴해라고 했다. 그 것은 대통령이 시키는 말을 듣지 않아 저를 자르고 기관까지 없앤다는 뜻 아니냐”라며 “경찰이 마지막으로 출석을 요구한 9월 27일은 방통위원회라는 기관을 없애고 방미통이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기 위해서 법을 통과시키려 한 날이며, 필리버스터가 예정돼 있어 마땅히 참석을 해야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 전 위원장은 탄핵 소추를 당해 직무가 정지되자 일부 보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탄핵 소추를 비판하며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가짜 좌파와 싸우는 전사가 필요하다”고 말해 논란을 산 바 있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전 위원장이 ▲국가공무원법 63조(품위유지 의무) ▲65조(공무원의 정치운동 금지) ▲공직선거법 85조(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 등을 위반했다며 지난 4월 30일 이 전 위원장을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한편 지난 1일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해 공포·시행되면서 방통위가 폐지됐고 이 전 위원장도 자동 면직됐다. 이에 이 전 위원장은 자신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고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전 위원장은 해당 법률 부칙 4조에서 전 방송통신위원회 직원의 방미통위로 승계를 규정하며 ‘정무직은 제외한다’고 한 데 대해 자신을 표적으로 제정·입법돼 원래 내년 8월까지 법적으로 보장된 자신의 임기를 단축했다며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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