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했다. 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0%나 오른 3549.21에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3.49% 상승하며 ‘9만전자’, SK하이닉스가 9.86% 급등하며 ‘40만닉스’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같은 추세 자체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장밋빛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뒷받침해야 할 우리 경제 상황은 저성장과 높은 국가부채, 낮은 노동생산성 등의 한계 탓에 장밋빛 기대를 갖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월 발표 당시 1.5%에서 최근 0.8%로 크게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년 우리 성장률이 1.8%로 잠재성장률(1.9%)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라 곳간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년 전만 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 81%대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지난달 2065년 기준 156.3%까지 뛸 것으로 수정했다. 내년도 정부 지출 증가율은 8.1%에 달해 눈덩이 부채에 국고채 원리금 상환액이 150조 원을 웃돌게 된다.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노동생산성도 문제다. 지난해 한국의 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6만 5000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벨기에(12만 5000달러)의 절반 수준이며 프랑스·독일(9만 9000달러), 영국(10만 1000달러)과도 차이가 크다.
지금은 주가 상승에 고무돼 낙관적 기대에 취할 상황이 아니라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할 때다. 현재 시행에 들어갔거나 법안이 통과된 경직된 주52시간 규제를 비롯해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보완 조치가 시급하다. 힘의 논리를 앞세워 당정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주4.5일제와 정년 연장은 우리 경제와 기업 현실을 감안해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주주 환원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당장은 주가가 크게 오를지 몰라도 기업 실적과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가 5000시대’는 요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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