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이 78년 만에 해체되면서 일선 검찰청 검사들이 검찰 지휘부에 대해 “수뇌부가 아무런 대응이 없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내며 일부 갈등 양상도 비춰지고 있다. 일선 청 많은 검사들은 검찰 해체와 후속 조치에 대검찰청이 무기력하게 대응있다는 입장이고, 대검 지휘부는 이 같은 비판을 일부 이해는 하지만, 대책이 별로 없는 것도 현실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검사(연수원 38기)와 최인상 서울북부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32기)가 각각 지난달 26일,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달 26일 검찰청 폐지안이 포함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사직 의사를 밝힌 것이다.
차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독재국가에서나 볼법한 기형적인 제도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반대의 의사표시로 사직을 선택했다"고 썼다. 최 부장검사도 내부망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창원지검 검사장을 지낸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30기)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현재 수뇌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검찰 지휘부를 겨냥해 날을 세웠다.
1948년 창설된 검찰은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완전 해체된다. 수사 기능은 중수청으로, 기소 기능은 공소청으로 각각 이관된다. 중수청·공소청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 10월 전까지 청사 확보와 인력 배치는 물론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 역시 마무리해야 한다.
일선 청에서는 검찰청 폐지가 확정된 이후 대검 지휘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수도권 검찰청의 부장검사는 “현장에서 대검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인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며 “법무부에서도 일선 청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했지만 실제 실현되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검찰청의 검사도 “일선 형사부 검사들은 ‘몸을 갈아넣는’ 수준으로 일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검찰 해체”라며 “일선 검사들은 사기가 매우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대검의 일부 지휘부 인사들은 일선 청의 비판 취지를 충분히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검 관계자는 “일선 검사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한다"고 말을 아꼈다. 현장의 어려움 등도 충분히 인식하지만 법무부나 정치권과 일선 청의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로 읽힌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검 부장검사급 검사장들이 지난 달 말 전국 주요 검찰청을 방문해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여기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는 등 비판 취지의 항의가 일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한 검사는 “일정 조율도 없이 당일 방문을 하는 등 당시 분위기도 썩 좋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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