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가 항암 보조제 '류코보린'을 자폐증 치료 대안으로 제시한 가운데 의료계·과학계가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규모 연구에서 언어·사회성 개선 효과를 보였을 뿐 과학적 근거로 삼기에는 표본이 너무 작고 자폐증의 유전적 요인을 간과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항암제 독성 완화에 쓰이는 엽산제 류코보린을 잠재적 자폐증 치료제로 제시했다. 대뇌 엽산결핍이 자폐 성향을 동반한 발달지연, 발작, 운동 및 협응문제 등을 나타낸다고 본 것이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지난달 GSK와 류코보린 라벨에 뇌엽산 결핍증(CFD) 치료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GSK는 류코보린의 오리지널 의약품 ‘웰코보린’을 개발한 회사로 제네릭이 출시되며 오리지널은 판매 중단한 상태다.
류코보린은 엽산의 한 형태로 2000년대 이전부터 엽산대사길항제의 독성을 줄여주는 용도로 쓰였다. 엽산은 세포 건강과 면역 체계에 중요한 성분으로 임산부는 일반적으로 태아의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고자 엽산 보충제를 복용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임신 중 엽산 수치가 낮을 경우 자폐증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FDA는 2009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자료를 대상으로 문헌 분석을 진행한 결과 류코보린이 대뇌 엽산결핍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류코보린의 자폐증 치료제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자폐 과학 재단은 성명을 통해 "결론을 내리기 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류코보린을 자폐 치료제로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류코보린이 언어·발화 개선 및 자폐 중증도 감소 가능성을 보인다는 연구도 있지만 규모가 작고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 보건복지부는 성명을 통해 "류코보린이 자폐증 치료제인 것은 아니다"라며 "언어 관련 문제에만 일부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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