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내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정부·여당이 정권 출범 초기 형성된 우호적인 여론을 국정 동력으로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 선거인 지방선거에서 월등히 앞선 승리가 필수적이다. 지선 승리 기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 내준다면 다른 지역에서 우세하더라도 ‘반쪽짜리 승리’에 불과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5선을 노리는 거물급 정치인인 오세훈 시장을 꺾기 위해서는 이에 못지않은 정치적 중량감을 지닌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상황. 특히 이번 지방선거의 경우 임기 종료에 맞춰 대선이 이어지기 때문에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면 명실상부한 유력 대선 잠룡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이점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민주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與 춘추전국시대…野는 오세훈·나경원 구도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30일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여권 진영의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13.1%로 선두에 올랐다. 8월 특별사면 후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1%로 뒤를 이었다. 3선 구청장으로 비교적 대중 인지도가 낮은 정원오 성동구청장(민주당)이 10.8%로 3위에 오른 점도 눈길을 끈다.
이어 서영교 민주당 의원(5.9%),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5.7%),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4.6%), 박홍근 민주당 의원(1.8%) 등이 한 자릿수 지지율로 선두권을 추격하는 양상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5선에 도전하는 오 시장이 18.7%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16.0%)이 뒤를 맹추격하는 형국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8.7%),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8.5%)가 뒤를 이었다.
이 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3.2%, 국민의힘 39.9%, 개혁신당 2.5%, 조국혁신당 1.7%로 나타났다. 오차범위(±3.5%포인트) 내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축을 벌이는 모습인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할수록 양당 지지층의 결집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18세 이상 유권자 801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응답률은 5.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드림투데이가 지난달 13~1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왔다. 민주당 후보군으로 한정한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박주민 의원(11.9%)이 1위, 정원오 구청장(9.5%)이 2위, 서영교 의원(9.3%)이 3위를 각각 차지했다. 보수 진영에선 오세훈 시장(23.4%)이 선두, 나경원 의원(16.3%)이 뒤를 추격하는 양상이다. (서울시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 대상,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9%포인트, 응답률은 5.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추석 지나면 본격 레이스…'강성 경쟁' 더 심해질 듯
민주당 후보들은 추석 연휴가 지나고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출마 레이스에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론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박주민 의원은 출마 의지를 굳힌 상태에서 10월 말~11월 초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다. 그는 1일 YTN라디오에서 “출마 결심을 굳혔고 도전할 것”이라며 “이제는 다시 시민들의 삶을 위해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출마를 위해서는 당규에 따라 12월 초까지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 전에 출마 의지를 공식 표명할 전망이다. 서영교·박홍근 의원도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유력 주자로 분류되는 조국 비대위원장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 않은 가운데 서울시장 후보 출마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한 원내 입성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후보들은 본선거 유력 경쟁자인 ‘오세훈 시장 때리기’에 집중하는 한편, 강성 중심의 당내 지지층에 호소하기 위해 주요 정치적 쟁점에서 ‘선명성 경쟁’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오세훈 시장을 겨냥해 “시민들을 위한 시정이 아닌, 시장 본인을 위한 시정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민주당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종합대응특위 위원장을 맡아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하는 등 사법개혁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서영교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비밀 회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근거가 부실하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혹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내 경선을 대비해 지지층 입맛에 맞는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민석·강훈식 나올까…거물 ‘차출론’도 계속
민주당 내 치열한 물밑 경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 여권에서는 명확한 ‘오세훈 대항마’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과는 둘째치더라도 서울시에서 가장 확고한 인지도를 갖춘 오세훈 시장을 꺾으려면 개인 역량 뿐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를 확실히 갖춘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또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차출설’도 제기된다. 여권 관계자는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펼쳐지는 시기까지는 자유로운 후보 경쟁이 이뤄지겠지만, 어느 순간에 ‘이대로는 진다’는 판단이 서면 결국 거물급 인사를 차출하게 될 것”이라며 “가장 유력한 후보는 김민석 총리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권에서는 김민석 총리가 정치적 무게감에 더해 대중적 인지도까지 갖춘 최적의 후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국정운영의 핵심 축인 김민석 총리를 조기 투입할 경우 정부 운영에 차질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정국 운영 차질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강훈식 비서실장을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3의 유력 주자를 외부에서 수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이름이 언급되는 수준은 아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민석 총리의 등판을 점치는 모습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거물급 차출이 이뤄진다는 것은 결국 민주당이 열세를 인정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당내에서는 김민석 총리가 결국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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