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SNS)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성년자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 등장 이후 스마트 기기가 미성년자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문제 의식이 커지면서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할 전망이다.
6일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연례 정책 연설에서 호주의 미성년자 SNS 금지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연말까지 전문가 모임을 구성해 청소년의 안전한 소셜미디어 접근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과거에는 사회가 어린이들에게 일정 연령이 될 때까지 흡연·음주를 하거나 성인물도 봐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면서 “소셜미디어에도 같은 조치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국회 조사위원회도 지난달 6개월간 조사한 결과 중국 틱톡이 청소년 심리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5세 미만 SNS 사용 금지, 15~18세 대상 디지털 통금(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 이용 제한)을 제안했다.
앞서 호주는 부모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고 올 12월 시행에 들어간다. 16세 미만 청소년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면 해당 플랫폼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8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회원국들이 EU 차원의 SNS 금지법 제정을 요구했지만 EU는 그동안 규제 여부는 각국이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틱톡 모방 범죄 등 부정적 영향이 커지면서 규제 필요성이 커졌다.
뉴질랜드 국민당 소속 캐서린 웨드 국회의원은 지난 5월 SNS 회사가 이용자 나이를 확인하고 16세 미만 미성년자일 경우 계정 생성을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SNS 회사들은 의무적으로 이용자가 16세 이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합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 위반 시 재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담당 장관이 특정 SNS 플랫폼을 연령 제한으로 분류하고, 법안 발효 3년 뒤 제한 효과를 공식적으로 검토한다.
웨드 의원은 “많은 학부모와 학교장들이 청소년의 SNS 이용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그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법안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해 괴롭힘이나 부적절한 콘텐츠 중독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도 이 법안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노르웨이와 튀르키예 등 다른 나라에서도 호주 법안을 참고해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미국은 AI 챗봇 관리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구글과 오픈AI·메타 등 AI 챗봇 제작 기업 7곳에 대해 챗봇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FTC는 “기업들이 챗봇을 어떻게 측정·테스트·모니터링하는지, 아동과 청소년의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에는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와 메타 산하 인스타그램, 스냅, 캐릭터AI를 개발한 캐릭터테크놀로지 등도 포함됐다. 최근 10대 청소년이 챗GPT와 대화한 후 목숨을 끊는 등 AI 대중화에 따른 부작용이 이어지자 정부 차원에서 관리 강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 압박에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지난달 29일 10대를 대상으로 챗GPT 사용의 부모 통제 기능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미 캘리포니아주 한 10대 부모가 아들이 죽는 방법을 탐색하도록 챗GPT가 적극 도왔다며 오픈AI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한 달만이다.
이날부터 적용되는 이 기능은 부모가 자녀의 챗봇 사용 방식을 제한하고, 10대가 심리적 위기에 처했을 가능성을 챗GPT가 감지하면 부모에게 알림을 보낸다. 부모는 자녀가 특정 시간대에는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할 수도 있다.
오픈AI 청소년 복지 책임자 로렌 조나스는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긴박감을 느껴왔다"며 "부모 통제 기능과 같은 도구를 최대한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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