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국민 운동’이 됐다. 국내 러닝 인구는 10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주말마다 도심 곳곳이 달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지난해 마라톤 참가자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급성장한 열풍 뒤엔 여전히 허술한 안전관리 체계가 지적되고 있다.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254회로 총 참가 인원은 100만 8122명에 달했다. 국내 마라톤 대회 참가자가 1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2020년 19건에 불과하던 마라톤 대회는 2021년 49회, 2022년 142회, 2023년 205회로 급증했다. 참가 인원도 2020년 9030명에서 2023년 73만 7681명으로 4년 새 80배 넘게 늘었다.
‘러닝 열풍’은 달리기가 다른 운동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특별한 장비나 장소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확산되고 있다. 운동화 한 켤레만 있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어 세대를 가리지 않고 참여가 늘고 있으며, 완주 메달을 모으거나 브랜드 러닝크루에 가입해 함께 달리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하지만 폭발적인 성장세에 비해 안전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열린 마라톤 대회 중 1000명 이상이 참가한 대회는 전체의 63%(507회)를 차지했지만, 같은 기간 사고는 179건 발생했다. 지난해에만 72건이 발생해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 8월 경기 하남시에서 열린 ‘썸머 나이트 런’ 대회에서는 참가자 28명이 탈진했고 이 중 19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염 속 대회 운영의 안전 대책 부실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체육 분야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대규모 마라톤 대회의 안전관리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서 “1000명 이상 체육행사의 경우 주최자의 안전관리계획 수립이 의무화됐으나, 제출 의무는 규정되지 않아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안전조치 미이행 역시 적발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백은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의 허점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참가자 1000명 이상인 체육행사 주최자는 반드시 안전관리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이를 제출하거나 미이행 시 제재를 가하는 조항은 없다.
박 의원은 “마라톤 대회가 국민 생활체육으로 확산하는 만큼 체계적인 안전관리는 필수적”이라며 “문체부가 주무 부처로서 사후 수습이 아닌 사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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