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호흡장애를 일으키지만 치료법이 거의 없는 폐 섬유증을 유전자 치료를 통해 완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연구진은 섬유화 억제 유전자 ‘TIF1γ(트립12 인터랙팅 팩터 1감마)’가 간과 신장에 이어 폐에서도 섬유화를 막는 효과를 보였다고 10일 밝혔다. 김효수·이은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교수(공동 제1저자 문도담 박사) 연구팀은 동물모델과 체외배양 환자 폐조직을 분석해 이같은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몰레큘러 테라피(Molecular Therapy, IF 12)’에 게재됐다.
폐 섬유증은 폐 세포가 딱딱한 섬유조직으로 변해 산소 공급이 어려워지는 난치성 질환이다. 병이 진행될수록 폐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이 나타나지만 이미 섬유화된 폐 조직은 회복이 어렵고 진행을 차단할 치료법도 마땅치 않다.
연구팀은 기존에 간경변과 신장섬유증에서 효과가 확인된 항섬유화 유전자 TIF1γ에 주목했다. 폐 섬유증 환자의 폐조직을 분석한 결과 건강한 사람보다 TIF1γ의 발현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코돈 최적화, 벡터 백본, 나노지질체(LNP) 기술을 적용한 TIF1γ 유전자 치료제를 제작해 동물모델에 투여했다. 그 결과 염증 반응과 섬유화 진행에 관여하는 세포 신호가 복합적으로 억제됐다. 대식세포의 과도한 흥분이 차단돼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가 줄었고, 폐상피세포(AT2)가 섬유모세포로 변하는 과정이 막혔다. 섬유모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신호 역시 차단돼 폐 조직의 경화가 억제됐다.
치료 후 폐 기능이 회복되고 섬유화된 폐조직의 범위도 줄었다. 미세CT 분석에서 폐 내 섬유화 영역이 뚜렷하게 줄었고, 체외 배양한 인간 폐조직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확인됐다. TIF1γ를 투여한 조직은 콜라겐 침착이 줄고 폐포 구조가 유지돼 단일 유전자 치료만으로 섬유화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교수는 “현재 임상 적용이 가능한 고품질 TIF1γ 유전자치료제의 생산공정을 개발 중”이라며 “안전성 평가와 임상시험 진입을 추진해 간·신장·폐 등 다양한 장기 섬유증 치료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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