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은 14일 “그간 종묘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 요청은 국제적 기준에 근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앞서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하려면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임에도 국가유산청이 법적·행정적 기반도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이다.
종로 앞 고층빌딩을 둘러싸고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세운4구역’ 등 재개발 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의 이행 여부가 논란의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높이를 72m에서 145m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면서 논쟁을 유발했다. 즉 서울시는 영향평가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을 예상해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13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산하 세계유산 분과는 ‘종묘 세계유산지구 신규 지정 심의’ 안건을 심의해 가결했다. 세계유산법에 따르면 세계유산지구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구역 ▲세계유산 구역, 이런 세계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주변 구역인 ▲세계유산 완충구역 등의 2단계로 구분된다. 일단 이날 문화유산위원회는 종묘를 중심으로 총 91필지, 19만 4089.6㎡ 규모를 세계유산지구 가운데 좁은 범위의 ‘세계유산 구역’로 지정했다. 현재 종묘 담장의 안쪽이다. 종묘 주변을 의미하는 ‘세계유산 완충구역’은 이번에 지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14일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위해서는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적”이라며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 사업의 구체적 범위 및 평가 항목, 방식, 절차 등이 미비해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기반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국가유산청은 이날 저녁 배포한 보도설명자료에서 “세계유산협약 당사국들은 유네스코와 각국이 체결한 세계유산 협약과 그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마련한 운영 지침(Operational Guidelines) 및 세계유산영향평가 지침서에 따라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수행·보고하고 있다”며 “국가유산청 또한 유네스코 권고와 위 지침에 근거해 서울시에 영향평가 수행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법적으로도 안정적인 세계유산 보존관리를 위하여 지난해 ‘세계유산법’을 제정했으며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 심의·의결’은 동법 제10조에 의한 세계유산지구지정을 위한 절차”라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시가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 등재 30년이 지나도록 종묘에 완충구역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데 대해서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 종묘는 1995년 등재 당시부터 완충구역 없이 등재되었으며(당시 사적구역에 맞추어 등재), 완충구역을 추가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신청을 받아 유네스코의 별도 절차를 따라야 하며, 국가유산청에서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적으로는 국내 세계유산들의 보존과 관리, 활용을 위해 지난해 11월 세계유산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조항인 ‘세계유산영향평가’에 대한 하위 법령(시행령)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의 지적대로 세계유산법은 ‘대상 사업의 구체적 범위, 평가 항목, 방식 및 절차 등 세부 기준과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즉 대통령령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는 상태다. 다만 대통령령의 미비는 규제 강화에 반대한 서울시 때문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즉 현재 서울시는 국내 법규정 미비를 이유로 종묘 앞 재개발 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안 받겠다’를,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기준에 따라 ‘받아라’고 입씨름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는 “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할 경우 지금까지 장기표류 해온 세운지구 사업이 다시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시 14일 보도자료 전문>
[사실은 이렇습니다]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위해서는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적임에도 국가유산청은 그간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기반도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최근 일부 보도에서 “종묘 일대 19만 4000여㎡ 공간이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된다”,“유네스코는 올해 4월 서울시에 재정비사업이 종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체 계획에 대한 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보도됐습니다.
▲ 이것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시행을 위해서는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적임에도, 그간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지구 지정도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 더욱이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 사업의 구체적 범위 및 평가항목, 방식, 절차 등 역시 미비해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법적·행정적 기반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유산구역+완충구역’을 설정하게 돼있음에도, 종묘는 등재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충구역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 이번 문화유산위원회에서 가결된 세계유산지구도 유산구역에만 지정한 상태로, 세계유산지구의 필수 구성 요소인 완충구역은 여전히 미설정된 상태입니다. ▲ 국가유산청은 서울시와 9년 넘게 협의하고, 13차례 문화재 심의를 진행하면서도, 정작 유산 가치 평가의 기준선이 되는 완충구역조차 지정을 미루고 있었던 것이며, 세계유산지구(유산구역+완충구역)를 온전히 확정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가유산청 14일 반박문 전문>
■ 서울시 “국가유산청, 법·행정적 기반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 - 서울시는 ▲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하려면 세계유산지구 지정이 필수임에도 국가유산청이 법적·행정적 기반도 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했으며 ▲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 등재 30년이 지나도록 종묘에 완충구역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함.
■ (이에 대한 국가유산청 입장) 세계유산협약 당사국들은 유네스코와 각국이 체결한 세계유산 협약과 그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마련한 운영 지침(Operational Guidelines) 및 세계유산영향평가 지침서에 따라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수행·보고하고 있으며, 국가유산청 또한 유네스코 권고와 위 지침에 근거하여 서울시에 영향평가 수행을 요청하고 있는 것임
- 국내법적으로도 안정적인 세계유산 보존관리를 위해 ‘세계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으며, 지난 13일 ‘종묘 세계유산지구 지정 심의·의결’은 동법 제10조에 의한 세계유산지구지정을 위한 절차임. 또한 세계유산 종묘는 1995년 등재 당시부터 완충구역 없이 등재됐으며(당시 사적구역에 맞추어 등재), 완충구역을 추가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신청을 받아 유네스코의 별도 절차를 따라야 하며 국가유산청에서 임의로 수정할 수 없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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