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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연휴 대목에 지갑 닫고 AI 감원, 국채 금리 '뚝'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소매판매 넉달만 최저…소비지수도 7달새 최악

연휴 앞두고 고물가, 고용악화에 양극화도 심화

韓과 달리 노동유연성 높아 애플 등 잇딴 해고

"AI, 美임금 12% 대체"…금리인하 확률 85%

해싯, 연준 의장설…10년물 이자 한달내 최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 시간) 애플이 지난 몇 주 동안 영업 관련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감원 대상에는 정부·기업·학교를 담당하는 영업팀 직원과 잠재 고객을 상대로 제품 시연 업무를 맡은 브리핑센터 인력이 포함됐다. 정확한 감축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이 그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던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고(故) 스티브 잡스 전 CEO의 뒤를 이어 2011년부터 애플을 이끌고 있는 쿡 CEO는 최근 65세가 되면서 본인도 교체설에 휩싸인 상태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이달 27일(현지 시간)부터 추수감사절 연휴에 돌입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따른 고물가로 소비 심리가 악화됐다는 지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연중 최대 소비 대목 가운데 하나인 추수감사절에 미국 경기가 활력을 얻지 못하면 지난 12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종료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도입 등의 여파로 애플을 비롯한 미국 기업(빅테크)들이 잇따라 감원 행렬에 동참하면서 중·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점점 더 얇아지는 분위기다. 경기가 둔화하는 신호가 강해질수록 다음 달 9~10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관측은 역으로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경제 참모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국채 금리를 미리 끌어내리고 있다. 해싯 위원장이 재정적자 부담 경감, 관세 효과 극대화를 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차기 연준 의장은 이르면 다음 달 크리스마스 전에 발표돼 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전망이다.

고용·물가 불안에 미국 소매판매 4개월 만에 최저…소비자심리는 7개월 만에 최악


26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단지 내 쇼핑몰에서 추수감사절 여행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5일 미국 상무부는 9월 소매판매가 7033억 달러로 8월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관세 정책 여파로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감소한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였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0.3%보다도 낮았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24일 공개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월보다 0.3% 오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인들의 소비량 자체는 8월보다도 더 줄어든 셈이다.

월간 소매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가운데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는 속보치 통계다. 미국 전체 소비 흐름을 가늠할 지표로 여겨진다. 이번 9월 소매판매 지표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의 여파로 당초 일정보다 한 달 넘게 늦은 시점에 발표됐다.

같은 날 미국 경제조사 단체 콘퍼런스보드가 공개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더 충격적이었다.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8.7로 지난달 94.6에서 대폭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한 올 4월 85.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경제학자들의 예상치 93.2보다도 4.5포인트 낮았다. 다나 피터슨 콘퍼런스보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개월 뒤 경기 상황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비관적이 됐다”며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에 대한 언급이 특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미국의 소비 지표가 나빠진 것은 최근 생활물가 상승, 고용 악화가 양방향으로 경제를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5일 민간고용정보 업체 ADP에 따르면 이달 8일을 기준으로 최근 4주 동안 미국의 민간 고용 예비치는 일주일 평균 1만 3500명씩 감소했다. 이 수치는 예비치라서 새로운 자료가 추가되면 변경될 수 있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 접어들면서 일자리 창출이 지연되거나 줄어들 수 있다”며 “소비 여력에도 여전히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그나마 11월 16~2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 6000건으로 직전 주인 9~15일보다 6000건 감소했다. 이는 9월 셋째 주 21만 9000건 증가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22만 5000건도 밑돌았다.

다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9~15일 196만 건으로 그 전주보다 7000건 더 늘었다. 직전 주의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5만 3000건으로 2만 1000건 하향 조정됐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9월 내구재 수주는 계절 조정 기준 3137억 달러로 8월보다 0.5% 늘었다. 시장 예상치 0.3% 증가는 웃돌았지만, 8월의 전월비 증가율 3.0%보다는 크게 둔화했다.

고용뿐 아니라 물가도 다소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5일 미국 노동부는 9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8월보다 0.3%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7%를 올랐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기 대비 2.9% 각각 상승했다. 대체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했지만 연준의 목표치인 2% 상승은 여전히 크게 웃돈 수준이었다. PPI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월가에서는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표로 평가한다.

애플 등 대기업들, 수만 명 감원 바람…“AI, 美임금 12% 대체할 수준”




미국 고용시장 악화는 대기업들의 잇딴 해고 바람에서도 확인된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최근 AI와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불필요해진 인력을 대거 정리하고 있다. AI 도입에 따른 고용 변화는 노동 경직성이 비교적 높은 한국과 달리 채용과 해고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미국에서 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지난 몇 주 동안 영업 관련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감원 대상에는 정부·기업·학교를 담당하는 영업팀 직원과 잠재 고객을 상대로 제품 시연 업무를 맡은 브리핑센터 인력이 포함됐다. 정확한 감축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애플이 그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던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됐다.



최근 자동화의 여파로 직원 감축에 나선 기업은 애플만이 아니다. 버라이즌도 최근 취임한 댄 슐먼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앞으로 1만 3000명 이상의 인력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는 창사 이래 단일 해고 인원으로는 최대 규모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지난달 28일 AI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 1만 4000명을 줄인다고 밝혔다. 스타벅스는 9월 사무직 직원 900명을, 소매 유통 업체 타깃은 지난달 1800명을 각각 조직 효율화를 이유로 해고했다. 영화·방송 기업인 파라마운트도 스카이댄스와 합병한 뒤 후속 작업으로 지난달 1000명을 감원하고, 1000명을 추가로 내보내기로 했다. 최근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HP도 26일 직원 4000~6000명을 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CNBC에 따르면 노동시장과 관련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와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의 공동 연구진은 현 AI 기술이 미국의 총임금의 11.7%를 대체할 수준이라는 연구까지 내놓았다. 연구진은 미국 노동시장에 대한 영향을 측정하는 ‘빙산 지수(Iceberg Index)’를 개발해 현 AI 기술의 가치가 미국 노동인구 총임금의 11.7%, 약 1조 2000억 달러(약 17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AI 시스템이 1억 5000만 명의 미국 노동인구와 상호 작용해 각 직업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모의 실험하고 그 기술의 가치를 임금으로 환산했다. 분석 결과 컴퓨팅이나 기술 분야에 집중된 눈에 보이는 AI 도입 기술의 가치만 전체 임금의 2.2%, 약 21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연구진은 “국내총생산(GDP)이나 소득, 실업률과 같은 전통 지표는 기술 기반 변동의 5% 미만만 설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준은 같은 날 11월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를 발간하고 “해고 발표는 늘었지만 더 많은 지역에서 기업들이 대체 인력만 충원하거나 자연 감원으로만 직원 수를 제한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은 AI로 초급 직위를 대체했거나 기존 직원의 생산성을 높여 추가 채용을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또 “고용이 약간(slightly) 감소했고 약 절반의 지역에서 노동 수요 약화를 언급했다”며 “물가는 적당히(moderately) 올랐고 주로 관세 비용 증가가 반영돼 제조업과 소매업에서 투입비용 압력이 널리 나타났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소비 시장에서 ‘K자형’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애틀랜타·미니애폴리스 등 여러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에서 고소득층만 소비가 늘고 중·저소득층에서는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는 것이다. 베이지북은 미국 12개 연은이 담당 지역별로 은행과 기업, 전문가 등을 접촉해 최근 경제 동향을 수집한 경제 동향 보고서다. 통상 FOMC 회의 2주 전에 발표한다. 이번 베이지북은 지난달 15일 보고서 발간 뒤 이달 17일까지의 지역별 경제 상황을 설문조사로 수집한 내용을 담았다.

“파월 후임에 해싯 유력”…국채 10년물 금리 벌써 한 달 내 최저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UPI연합뉴스


미국 노동·소비시장에 경고음이 울리자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26일 금리 선물 시장이 추정하는 12월 0.25%포인트 금리 인하 확률은 이날 85.1%로 치솟았다. 이는 일주일 전인 19일 30.1%에서 55.0%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이 기간 금리 동결 확률은 69.9%에서 14.9%로 수직 하락했다.

금융시장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는 21일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연은 총재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발언이 중대 변곡점이 됐다. 당시 윌리엄스 총재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칠레중앙은행 주최 행사에서 “가까운 시기에 추가 조정할 여지가 아직 남았다”고 주장해 월가의 금리 인식을 단번에 뒤바꿔 놓았다. 공개시장 운영 업무를 맡는 뉴욕연은의 총재는 지역 연은 총재 가운데 유일하게 연준에서 상시 투표권을 갖는다. FOMC 부의장으로서 12명으로 구성된 투표 위원에 속해 연준의 실질적인 2인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윌리엄스 총재뿐 아니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24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약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음 달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도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니지만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노동시장은 충분히 취약한 상황이라 갑자기 악화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냈다.

월가는 이에 더해 해싯 위원장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는 블룸버그통신의 25일 보도에도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해싯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를 가져올 인물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현재 좁혀진 차기 연준 의장 후보는 해싯 위원장을 비롯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 월러 이사,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5명이다. 이들과 면접 전형을 진행하는 스콧 베선트 장관은 같은 날 CNBC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전 발표할 매우 좋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이사직 임기는 2028년까지이나 의장직 퇴임과 함께 여기서도 함께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가 고조되자 26일 뉴욕 3대 증시는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두고 일제히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9%, 나스닥종합지수는 0.82%씩 뛰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기준점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25일 4.000%를 거쳐 26일 3.998%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달 29일 연준의 FOMC 회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은 이에 반비례해 올라간다.

금융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당분간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은 다소 힘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에서 변수는 여전히 많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는 셧다운 사태로 조사를 못하는 바람에 영구적으로 나오지 않게 됐다. 물가 불안 탓에 올해 FOMC 투표권자인 보스턴·시카고·세인트루이스·캔자스시티연은 총재들도 모두 금리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에 소비 효과가 얼마나 클지도 불명확하다.

참고로 뉴욕 증시와 채권시장은 27일 추수감사절에 모두 휴장한다. 증시와 채권시장은 다음날인 28일에도 오후 1시, 오후 2시에 각각 조기 폐장한다. 한 동안 참고할 투자 지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변인이 시장에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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