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내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완커(萬科·Vanke)가 대형 은행 두 곳에서 대출 지원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굵직한 부동산 기업들의 파산 여파가 수년째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완커마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부동산발 충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완커는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두 곳의 은행과 대출 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성과 없이 끝났다. 다음 달 15일 20억 위안(약 4157억 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자금 압박이 심화되자 은행을 찾았지만 협조를 얻지 못한 것이다. 협상에는 최대주주인 국영기업 선전메트로가 직접 나섰지만 두 은행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달 26일 완커는 20억 위안의 채권 상환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전메트로는 지금까지 300억 위안(약 6조 2364억 원) 규모의 자금을 완커에 지원하며 채권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영진 교체와 함께 선전메트로가 대출 조건을 강화할 뜻을 내비치면서 지원이 유지될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완커에 대한 유동성 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완커는 보유 채권 중 134억 위안(약 2조 7856억 원)가량이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거나 조기 상환 옵션에 직면해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에서 부동산 산업은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한때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던 핵심 분야였지만 거품 붕괴 후 대형 기업들이 경영난에 봉착하며 도미노 디폴트가 발생했다. 한때 중국 부동산 1위 기업으로 평가받던 헝다의 부채만 2조 위안(약 415조 7600억 원)에 달했고 비구이위안 등 다른 기업들도 막대한 빚을 남기고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완커마저 무너질 경우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완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기존 민간기업들의 파산과는 파급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선전메트로가 최대주주인 완커는 사실상 국유기업으로 분류돼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최종적으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파산 수순으로 들어가게 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 루크로르애널리틱스의 레너드 로 애널리스트는 “채권 만기 연장은 선전 정부의 자금줄이 실질적으로 닫혔음을 보여준다”며 “정부가 더 이상 완커의 부채를 떠받칠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불안심리는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완커의 일부 채권은 장중 40% 이상 폭락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전일 선전 증시에서 7.13% 급락한 완커 주가는 이날도 1% 넘게 하락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ingear@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