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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서학개미 때문?…정작 국민연금이 더 샀다[마켓시그널]

국민연금, 해외 주식 투자 올 92% 증가

같은 기간 개인 금액은 74% 증가 그쳐

기업도 달러 쌓으며 고환율 압력 키워

대미 투자 확대, 지정학 불확실성 등 탓

"단기 대응 외 중장기 성장 전략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올해 들어 국민연금이 개인투자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해외 주식 투자를 확대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기업들까지 달러 보유를 크게 늘리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복합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내국인의 해외 주식 매수가 고환율의 주범처럼 언급되고 있지만, 실제 수급을 보면 개인·정부·기업의 달러 수요가 동시에 증가한 ‘3중 요인’이 겹친 셈이다.

30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일반정부(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는 245억 1400만 달러(약 36조 원)로 지난해 동기 127억 8500만 달러(약 19조 원) 대비 92% 급증했다. 같은 기간 통상 개인으로 분류되는 ‘비금융 기업 등’의 해외 주식 투자는 95억 6100만 달러(약 14조 원)에서 166억 2500만 달러(약 24조 원)로 74% 늘었다.

단순 금액만 놓고 봐도 국민연금이 개인보다 훨씬 공격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내국인 전체 해외 투자에서 국민연금 비중은 34%, 개인은 23%로 집계됐다.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국민연금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다만 최근 두 달 동안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유독 가팔랐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은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2개월 동안 123억 3700만 달러(약 18조 원)를 순매수했다. 단순 합산 시 올해 개인 해외 투자 규모는 289억 6200만 달러(약 43조 원)로 지난해의 3배 수준이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투자 자금이 국내 부동산에서 해외 주식으로 이동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기업들의 달러 예금 보유 확대까지 겹치며 달러 수요는 한층 더 구조적으로 증가한 모습이다. 시중은행에 따르면 2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달러 예금 잔액은 537억 4400만 달러(약 79조 원)로 지난달 말 443억 2500만 달러(약 65조 원) 대비 21% 급증했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적립하는 구조여서 보통 환율이 오르면 차익 실현으로 잔액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환율 급등기에 달러를 더 사들인 것은 대미 투자 확대, 지정학·정책 불확실성,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외환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단기 환차익보다 외화 유동성 확보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개인 달러 예금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27일 기준 개인 달러 예금 잔액은 122억 5300만 달러(약 18조 원)로 8월 이후 4개월 연속 늘었다. 5대 은행 중 한 곳에서는 개인 달러 예금이 30억 달러(약 4조 원)를 넘어서며 202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개인·공공기관을 모두 포함한 전체 달러 예금 잔액도 같은 날 기준 670억 1000만 달러(약 99조 원)로 한 달 만에 18% 급증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개인의 대규모 순매수, 기업들의 달러 비축까지 맞물리며 달러 수요가 전반적으로 커진 점은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8∼9월 1400원 아래에서 안정세를 보였지만, 추석 이후 급등해 이달 24일 장중 1477.3원까지 오르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달과 이달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각각 1.95%, 2.30% 하락해 주요 통화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다만 전문가들은 달러 수요 증가만으로 환율 급등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엔화·원화가 동시에 큰 폭으로 절하된 데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대미 투자 협상과 관련된 자금 유출 우려가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핵심 배경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환율 변동 대응보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저성장·고령화·혁신기업 부재·잠재성장률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개인이 국내보다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흐름이 고착되고 있다”며 “국가 경쟁력과 산업 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장기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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