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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보행을 돕는 모빌리티 혁신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스마트도시·건축학회장

김도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스마트도시·건축학회장.




도시의 변화는 언제나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과 함께해왔다. 이동의 불편은 철도와 자동차·지하철 같은 교통의 혁신을 이끌었고 이는 도시의 외연을 넓히고 생활권을 확장했다. 우리는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교통이 발전할수록 일상의 이동은 더 불편해지고 시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장거리 이동이 아니라 집 앞 5분, 역에서 집까지의 500m(라스트마일) 그리고 동네 안 짧은 이동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도로는 넓어졌지만 보행 공간은 줄었고 속도는 빨라졌지만 정작 생활 속 이동은 더 힘들어졌다. 결국 시민이 매일 겪는 이 작은 단절이 오늘날 도시 모빌리티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제 교통은 사람을 이동시키는 기술을 넘어 시민의 이동 경험을 돌보는 모빌리티로 진화해야 한다. 자율주행이나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첨단기술만으로 미래 모빌리티를 완성할 수 없다. 우리의 이동은 대부분 동네와 생활권 내 보행 반경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은 대중교통과 동네 모빌리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집 앞에서 목적지(Door to Door)까지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 두 체계가 하나로 작동할 때 장거리는 지하철과 버스로, 동네 이동은 맞춤형 이동 서비스와 걷기로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율주행 셔틀과 수요응답형교통(DRT)은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의 이동을 돕는 기술이어야 하고 초소형 모빌리티는 보행 공간을 해치지 않는 저속의 공존형 모델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기반 교통 시스템은 보행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지원해야 한다.



모빌리티는 소유 중심에서 공유 기반 이동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필요한 순간 누구나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도시 인프라(SOC)가 되고 있으며 대중교통이 시작한 공유 이동의 원리를 더욱 확장해 개인의 이동 자유를 넓히는 새로운 도시 공동 시설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는 이미 보행 지원을 미래 모빌리티의 목표로 채택했다. 런던은 “도시의 질은 시민이 걷고 머무는 시간으로 결정된다”고 강조하며 교통 투자를 보행 개선 중심으로 전환했다. 싱가포르는 자율주행 셔틀 도입에도 보행권을 최우선 원칙으로 정했다. 뉴욕은 “보행이 중심이 아닌 모빌리티 혁신은 도시 혁신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정책은 도시의 철학을 넘어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런던시는 보행 환경 개선과 이동 서비스 결합이 상권 매출과 유동 인구를 크게 증가시키며 도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중단된 구글의 토론토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기술 경쟁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보행과 생활권의 감수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접근으로는 시민에게 환영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도시는 교통 기술을 시험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걷고 머물며 살아가는 일상의 터전이다. 따라서 미래 모빌리티 혁신은 첨단기술을 과시하는 경쟁이 아니라 이동 속에서 잃어버린 시간과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일이어야 한다. 기술은 보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편하고 안전하게 걷도록 돕는 방향으로 발전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보행을 돕는 모빌리티 혁신이야말로 도시의 활력과 품격을 높이는 미래 도시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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