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본관 1층 로비에 뇌사 장기기증자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을 조성했다고 3일 밝혔다.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 나눔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되새길 수 있도록 조성된 이 공간에는 2003년부터 올해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장기기증을 실천한 뇌사자 273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2021년 다섯 살의 나이에 심장과 양쪽 신장(콩팥)을 기증해 3명을 살린 전소율 양도 기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소율 양은 2019년 사고 이후 오랜 치료를 이어오다 뇌사 판정을 받았고, 가족은 고심 끝에 장기기증을 선택했다. 소율 양의 아버지는 제막식에 기증자 유가족 대표로 참여해 "소율이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속에서 계속 뛰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위로가 된다"며 "기증을 통해 또 다른 생명이 이어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대병원 김영태 병원장, 민상일 장기이식센터장, 강현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본부장 외에도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은 수혜자들이 참석해 생명 나눔의 뜻을 기렸다. 1995년 뇌사 심장 이식을 받고 30년 넘게 건강한 삶을 이어오고 있는 권경남(76) 씨는 기증자들의 이름이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며 추모의 벽 조성 등을 위한 기부금 5000만 원을 내놨다.
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난달 말 기준 총 7582건의 장기이식을 시행했다. 이 중 약 2500건(33%)은 뇌사자의 장기기증으로 이뤄졌다. 서울대병원은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기 위해 2023년 국내 최초로 '울림길' 예우 의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뇌사 장기기증자가 수술실로 향하는 마지막 길에 의료진이 도열해 경의를 표하는 의식으로, 지금까지 네 차례 진행됐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추모의 벽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결단을 오래 기억하고, 생명나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병원의 의지를 담은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기증자 예우를 강화하고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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