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검사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KLA가 핵심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공정 미세화와 패키징 고도화로 검사·계측 공정의 비중이 구조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장기 성장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LA는 1975년 설립된 미국 반도체 검사·계측 장비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85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웨이퍼 검사 장비 비중이 48%로, 해당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2026년 회계연도 1분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 상승한 32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컨센서스(시장 전망 평균치)를 1.1% 상회한 수치다. 비회계적(Non-GAAP) 성과 기준 영업이익(13억 9000만 달러)과 순이익(11억 7000만 달러) 역시 각각 예상치를 2.5%, 2.3% 넘어섰다.
산업 측면에서는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가장 큰 동력이다. 구글·메타·MS·아마존·오라클 등 미국의 대규모 데이터 센터(하이퍼스케일러)의 연간 시설투자(Capex) 총액은 지난해 2427억 달러에서 올해 3920억 달러로 약 61.5% 증가할 전망이며, 시장에선 내년 5092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스타게이트, 소버린AI 등 국가 단위 AI 인프라 프로젝트가 더해지며 장비 수요 확대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전공정 장비(WFE)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20억 달러에서 2027년 1360억 달러로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웨이퍼 검사·결함 분석 장비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8.6%로, WFE 시장 전체의 평균 성장률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올해 말 2나노(N2) 공정에 진입하는 등 전반적인 기술 고도화는 KLA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다이 사이즈 확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과정에서의 실리콘관통전극(TSV)의 복잡성 증가, 첨단 패키징 비용 상승 등으로 공정 제어 강도가 높아지면서 검사 공정의 투자 비중이 구조적으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지표인 KLA의 서비스 매출은 내년 회계연도 1분기 기준 7억 5000만 달러로, 7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다. 고도화된 검사 장비의 유지·엔지니어링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KLA의 밸류에이션도 재평가 국면을 반영하고 있다. 업황 호조로 인해 최근 KLA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 수준까지 높아졌다. AI 활성화 이전 '선택적 검사' 중심 시기에는 20배 이하의 낮은 멀티플을 부여받았으나, 현재 AI 밸류체인 내 확실한 핵심 기업으로 자리잡자 리레이팅이 진행됐다. 기술 난도가 높아지는 환경에서 검사 장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앞으로 KLA에 붙는 프리미엄은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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