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역대 첫 '월드컵 본선 한일전'이 펼쳐질 길이 열렸다.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결과 한국과 일본이 토너먼트 초입인 32강 혹은 16강에서 격돌할 수 있는 대진표가 완성됐다. 단순한 라이벌 매치를 넘어 패하는 순간 월드컵 여정이 끝나는 '단두대 매치' 성사 가능성에 전 세계 축구계의 이목이 쏠린다.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는 한일전이지만 정작 양국 최정예 멤버가 맞붙은 기억은 희미하다.
유럽파까지 총출동한 '1군 진검승부'는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연장 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패한 한국은 이후 14년 동안 일본 정예군과 제대로 붙어볼 기회조차 없었다. 2021년 요코하마 참사(0-3 패) 등 최근 맞대결은 손흥민(LAFC) 등 핵심 전력이 빠진 '반쪽짜리' 승부에 불과했다.
이토록 귀한 한일전이 '월드컵 무대'에서 치러질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D 승리팀과 A조에 속했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네덜란드, 튀니지, 유럽 PO 패스B 승자와 F조에 편성됐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32강 격돌이다. 일본이 조 3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하고 한국이 A조 1위를 차지하는 경우다. 이 경우 결전지는 멕시코의 축구 성지, 멕시코시티의 아스테카 스타디움이다.
16강전에서 한일전이 성사될 수도 있다. 한국이 조 2위, 일본이 조 1위로 32강에 올라 나란히 승전고를 울린다면 16강에서 만난다. 미국 휴스턴의 NRG 스타디움에서 8강 진출을 다투게 된다.
또 한국과 일본이 둘 다 3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경우에도 16강에서 격돌하는 대진표가 가능하다.
이번까지 한국은 11회, 일본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그간 한 번도 본선 무대에서 마주친 적이 없다. 만약 월드컵 무대에서 홍명보호가 모리야스호에 패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한국은 일본과 통산 전적에서 42승 23무 17패로 앞서지만, 최근 3연패를 기록하는 등 근래 들어서는 열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일본 교도통신이 양국 감독을 초청해 진행한 한일수교 60주년 기념 대담에서 보여준 수장들의 각오는 비장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꿈은 크게,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싸워가고 있다. 물론 '무슨 망상 같은 소리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싸워보면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우리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까지 가준 덕분"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한국이 지금까지 가 보지 못한 곳까지 가는 게 목표이자 내 사명이다. 조직적, 정신적으로 강한 팀을 만드는 것 역시 과제다. 그 목표를 향해 지금도, 매일 노력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 결승 무대에서 언젠가 맞붙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고, 반드시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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