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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은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벌레 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이생진

벌레 먹은 나뭇잎은 벌레를 먹은 나뭇잎이 아니다. 개구리 먹은 뱀은 개구리를 먹은 뱀이지만. 벌레 먹은 나뭇잎은 벌레에게 먹힌 나뭇잎이다. 다시 말하자면 벌레가 먹은 나뭇잎이다. 아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은 벌레를 먹은 나뭇잎일 수도 있다. 벌레에게 하늘을 열어주느라 손바닥에 구멍이 숭숭 났지만, 날개를 얻은 벌레는 열흘 생애 동안 숲의 미래를 열다 죽어갔을 것이다. 먹는 게 먹히는 거고 먹히는 게 먹는 것일 수도 있다.<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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