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의 날’인 12월 9일 국가유산(문화재)와 관련해 두 명의 일본인이 한국내 관찰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조선 왕실의 건축물로 보물급 국가유산인 ‘관월당’을 한국에 조건 없이 반환하며 함께 미래를 준비하자고 한 일본인과,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다른 한 명의 일본인이다. 참고로 독도는 전체가 국가유산 천연기념물(천연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9일 서울 강남구 민속극장 풍류에서 ‘제2회 국가유산의 날’ 행사를 열고 유공자 12명(단체 2곳 포함)에게 시상했다. 이 중에 일본인이 한 사람 포함됐는데 그는 바로 관월당이 한국으로 반환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사토 다카오 일본 고토쿠인(고덕원) 주지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게이오대 민족학고고학 교수이기도 한 그는 올해 6월 국가유산청·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약정을 맺고 관월당 전체를 어떤 조건도 없이 한국에 기증했다. 왕실의 사당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관월당’은 일본 측이 붙인 이름)은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대 조선식산은행을 거쳐 일본인 기업가에게 넘어간 이후 약 100년 만의 귀국했다. 그는 2002년 고덕원의 주지가 된 이후 관월당을 한국에 돌려보내야겠다는 뜻을 세웠으며, 일본 내 일부 우익단체의 압박에도 의지를 실행에 옮겼다. 특히 건물 해체와 운송에 드는 비용 모두 자비로 부담했다.
사토 주지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 현장에 참석은 못하고 영상으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날 “영예로운 대한민국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어 영광이다. 승려로서 또한 문화유산의 조사와 연구에 관여해 온 연구자로서 그저 해야 할 일을 한 것 뿐인데 이와 같이 분에 넘치는 큰 상을 받게 되어 깊이 감사드린다”며 “관월당 귀향 사업은 당연히 저 혼자 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가유산청 여러분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여러분들, 이 국제적 사업을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신 하종문 교수님과 김병철 교수님, 일본 외무성과 문화청, 가마쿠라시 교육위원회 문화재과 여러분들, 관월당 조사와 해체, 부재 훈증, 운송 등을 담당한 여러분들, 이분들 중에서 한 분이라도 안 계셨으면 사업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따라는 이번 포상은 이 분들과 고덕원 직원, 사찰 가족을 대표해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말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한일 양국 간에는 불행한 역사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일 양국의 미래는 우리들이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관월당이 한일 양국의 미래에 이바지하는 우호의 상징이 되기를 기원하며 수상 소감으로 갈음합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가토 다카오 주지를 대통령 표창 수상자로 선정하며 “한일 양국의 우호·교류 실천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우리의 국가유산이기도 한 독도를 두고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다시 내놓았다. 일본 민영 TBS뉴스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여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 다카미 야스히로 의원이 “한국에 의한 불법점거라는 상황이 한치도 변하지 않고 있다”며 대응을 요구하자 이처럼 대답했다.
그는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히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기본 입장에 근거해 의연하게 대응해갈 것이라는 데 변함이 없다”며 “국내외에 우리 입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침투되도록 메시지 발신에 힘써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우익으로 분류되는 그는 앞서 총리직 취임 직후인 지난달 10일에도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볼 때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하는 기본적인 입장에 입각해 대응해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022년 2월 도쿄도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라는 우익단체 주관 심포지엄 강연에서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 등 주변국 반발을 겨냥해 “(우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다만 이날에는 시마네현이 매년 2월22일 열어온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정부가 파견할 대표의 급을 격상할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가 도발에는 나름대로 신중했던 셈이다. 최근 대만 문제로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도 충돌하는 것은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인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그는 지난 9월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대신(장관급)이 다케시마의 날에 당당히 나가면 좋지 않은가”라며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다케시마의 날에 정무관(차관급)을 보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달 10일 정부 대표를 각료(장관급)로 올릴지 질문을 받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한국은 일본의 최다 외래 관광객 송출국이자 무역흑자 대상국이지만 여전히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해방 후 처음으로 2023년 일본을 앞질렀고 현재도 차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나름대로 위안이라는 위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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