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겪지 않았으면 현대 서울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서울 중구 덕수궁의 돈덕전 1층 전시장 벽면에 낯선 풍경이 그려졌다. 데브시스터즈의 인기 게임 ‘쿠키런’의 그림체로 그려진 폭 27m의 LED 미디어월 속의 서울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된 모습을 보인다. 훼손되지 않은 경복궁·덕수궁 등 전통 건축과 함께 여의도 증권가,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롯데월드타워 등 현대 건물들이 선명하다.
사라진 대한제국의 국가유산을 인기 게임 ‘쿠키런’ 세계관과 함께 만나는 특별 전시가 덕수궁 돈덕전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게임사 데브시스터즈와 함께 9일 덕수궁 돈덕전에서 제2회 국가유산의 날 기념 특별전 ‘쿠키런: 사라진 국가유산을 찾아서’를 열었다.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다.
이번 전시를 위해 약 250평 규모의 덕수궁 돈덕전 1층과 2층이 최초로 전관 개방됐다. ‘쿠키런’ 대표 캐릭터 ‘용감한 쿠키’와 친구들이 고종 황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찾아 나서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전시는 대한제국 시기의 실물 유물과 이를 쿠키런 그림체로 만든 새 작품이 함께 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돈덕전 2층의 전시 공간을 통과하며 대한제국의 선포 과정과 ‘경운궁중건도감의궤’ 등 궁궐 관련 유물을 관람하고 일제강점기 훼손된 모습 대신 황제가 꿈꾸던 황궁의 모습을 쿠키런 캐릭터와 함께 복원한 상상화 ‘덕수궁, 다시 피어난 황제의 꿈’을 만날 수 있다. 대한제국 선포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준비했던 ‘칭경예식’을 쿠키런 스타일의 병풍으로 만든 상상화 ‘칭경예식, 새 시대를 열다’도 흥미롭다.
특히 근대화를 통해 부국강병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이상향 서울을 쿠키런 캐릭터와 함께 담아낸 ‘꺼지지 않을 희망의 빛’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돈덕전 1층에 있는 미디어월의 본래 작품이다.
국가무형유산 옥장 김영희 보유자의 ‘대한국새’ 복원품에도 눈길이 간다. 대한국새는 1897년 제작된 대한제국의 국새로 1911년 일제에 의해 반출됐다가 1946년 반환됐으나 한국전쟁 때 실종돼 실물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대례의궤’에 남아 있는 그림 등을 통해 당시 모습을 살려 복원할 수 있었다.
조길현 데브시스터즈 대표는 “자주 국가와 부국강병을 꿈꿨던 대한제국은 쿠키들이 마녀의 오븐을 탈출하는 용기와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hs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