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야생 원숭이가 주택에 침입해 60대 남성을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연말 태국 여행을 앞둔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원숭이가 더 이상 관광 자원이 아니라 위험 요소가 됐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태국 남부 야라주에 사는 차이품 사응(63)은 지난 6일, 온몸에 물린 상처 수십 개가 남은 채 자택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벽에 기대 쓰러져 있던 그는 손에 금속 막대를 쥐고 있었는데, 경찰은 그가 원숭이를 쫓기 위해 막대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 주변에는 말라붙은 혈흔과 동물 발자국도 남아 있었다.
부검 결과 사망한 지 2~3일이 지난 상태였으며 타살 흔적은 없었다. 조카가 시신을 확인했으며,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문제의 원숭이는 집 천장 구조물 위에서 이들을 내려다보며 노려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당국은 해당 원숭이에 대해 사살 명령을 내렸다.
마을 주민들은 “평소 암컷 원숭이를 쫓고 사람을 공격하는 등 난폭했다”며 “열흘 전에도 차이품의 어깨를 물었고 최근에는 한 가족에게 돌진해 결국 이사가 떠났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원숭이 범죄’는 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9월 인도에서는 야생 원숭이 무리가 생후 2개월 아기를 납치해 물이 찬 드럼통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아기는 끝내 숨졌다.
태국 지방정부는 이미 ‘공권력 투입’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태국의 롭부리주는 ‘원숭이 진압팀’을 신설하고, 동물용 새총·포획틀 등을 이용한 물리적 제압까지 허용했다. 기존에는 진정제로만 포획했지만 약효가 나타나는 시간 동안 사람이 공격당하는 사례가 계속되면서다.
현지 언론은 “원숭이가 관광 명물에서 도시 점령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관광객들이 오랜 기간 자유롭게 먹이를 준 것이 원인이 됐고, 코로나19 기간 관광객 감소 이후 먹이를 찾아 도심을 습격하는 일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원숭이들은 휴대폰·음식·상점 물건 등을 훔치고, 자동차 위에 올라타 난동을 피우며, 수백 마리가 도심 도로에서 ‘구역 다툼’을 벌여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일도 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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