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밝혔다. 전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두로 정권의 '석유 자금줄'을 조이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에서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며 “억류한 유조선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조선에 실린 원유에 대해 “우리가 가질 것 같다”며 “다른 일들도 진행 중이며 나중에 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스키퍼(The Skipper)’라는 이름의 이 유조선은 쿠바로 가기 위해 베네수엘라 항구를 떠난 직후인 이날 오전 미국 특수작전부대에 의해 억류됐다. 스키퍼는 제재 대상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산 석유를 운반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됐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는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생산량의 대부분이 쿠바 등으로 운송한다. 이 석유는 암시장을 거쳐 저가에 주로 중국으로 운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접근법이 금융 제재에서 물리적 제재로 강화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 인터넷전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1기 때도 행정부 내 매파가 베네수엘라 유조선 한 척을 억류하자고 제안했지만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가 제지했다”며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대형 유조선을 억류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마두로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1990년대 후반 하루 3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던 베네수엘라였지만 지금은 생산량이 70% 이상 급감, 세계 산유국 순위에서 21위에 그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 중 95%가 석유 수출에서 나오는 등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선박을 억류하면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출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쿠바로 향하던 유조선을 억류함으로써 마두로 정권의 '뒷배'가 되는 쿠바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이번 조치에도 국제유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우리는 세계의 모든 지역과 문제에 똑같이 주의를 기울일 여력이 없다”며 “먼로 독트린(유럽 대륙에 대한 미국의 불간섭, 미국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영향력 강화)을 시행해 서반구(아메리카 대륙)에서의 미국의 탁월함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치는 NSS 발간 이후 먼로 독트린을 실행에 옮겼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동안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을 시사했다”며 “대통령이 사석에서 ‘준비하라,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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