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값 싸움으로 3조 4000억 원 규모의 예산안 심사를 내팽개친 고양시의회가 한심할 따름입니다. 108만 대도시에서 이런 수준 낮은 시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공직자로서 참담한 심정입니다.”
경기 고양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 도중 ‘식대 결제 권한’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으로 사흘간 파행을 겪은 뒤 재개되는 등 촌극을 빚고 있다. 어렵게 속개한 심사 현장에서도 ‘월권’, ‘갑질’, ‘직무유기’ 등 날선 공방이 이어지며 갈등의 골은 여전한 상황이다.
11일 고양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여야는 협치의 의미로 지난 5일 시작한 예결위 심사 일정 동안 식사를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심사 두 번째 날인 지난 8일 고부미 예결위 부위원장(국민의힘)이 “함께 식사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사전에 예약된 점심 장소 대신 다른 장소에서 식사를 하면서 사태가 불거졌다.
이에 정민경 예결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개별 식대는 위원회 예산으로 지출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본격화 했다. 국민의힘 측은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식비 집행은 공통경비로서 이를 제한할 권한은 위원장에게 없다”며 “그럼에도 예결위원장이 ‘별도 식사는 허하지 않는다’는 권위적이고 근거 없는 발언으로 동료 의원들을 하급자 다루듯 통제하려는 비민주적 폭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 위원장은 “양당 합의로 같은 장소에서 식사하기로 했는데 사전 통보 없이 불참해 시민 혈세만 낭비됐다”고 반박했다. 의회사무국이 입법 고문에 자문한 결과에서도 “식사 장소 결정은 위원장 권한으로 결심을 받아야 한다. 공지된 곳이 아닌 다른 식당 식사비는 별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은 의회사무국의 유권해석을 인정할 수 없다며 3곳의 법률사무소에 별도 해석을 요청했다. 정 위원장이 법리해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예산심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의회가 파행을 빚었다.
결국 사흘 만에 예결위 심사가 재개됐으나, 이를 바라보는 공직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졌다.
장혜진 고양시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관련 부서 공직자들은 하염 없이 대기하면서 밥 값 싸움을 벌이는 시의원들을 바라만 봐야 했다”며 “공직자들 사이에서는 속개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웃지 못할 대화가 오간다”고 토로했다.
정 위원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식사도 넓게 보면 위원회 활동사안이기 때문에 위원장에게 보고 후 결정을 해야 하고, 위원회가 공지한 곳에서 식사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식대 지급은 안된다는 게 원칙”이라며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건 불필요한 예산 낭비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으나 시민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민숙 국민의힘 의원은 “각자 밥을 먹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정 위원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사비를 청구하지도 않았다”며 “이번 사태는 다수당 위원장이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며 소수당 의원들을 압박하는 갑질이자, 예산 삭감을 위한 전초전”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예결특위는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거친 내년도 예산(안) 및 2026년도 기금운용계획(안)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813억 원(2.43%) 늘어난 3조 4218억 원으로 일반회계 2조 8738억 원, 특별회계 5480억 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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