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6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립박물관 관람 재유료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화유산과 관련 시설 유지를 위해 관람객의 일정 정도 부담이 필요하다는 찬성 입장과 절대 명제인 보편적 문화향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이 엇갈린다. 다만 당장 도입될 듯하던 유료화는 2027년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가 지속될지가 관건인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은 11일 연간 관람객 600만 명 돌파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이날 올해 누적 600만 번째 관람객이 된 주인공은 경기도 성남시에서 온 노용욱 씨 가족과 이어 입장한 덴마크 출신 레서 씨 부부다. 이들에게는 기념품이 제공됐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600만이라는 기록은 박물관에 보내주신 신뢰와 사랑을 보여주는 상징적 숫자”라며 “대한민국 문화의 심장으로서 역할을 한층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45년 일제의 조선총독부박물관 건물을 인수해 개관한 이후 덕수궁 석조전, 현 국립민속박물관, 옛 중앙청, 현 국립고궁박물관 시대를 거쳐 2005년 용산으로 옮겨왔다. 다만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용산 시대’의 본격적인 첫 해인 2006년 328만 명을 기록한 뒤 줄곧 300만 명 선에서 움직였다. 2024년 418만 명이 이전 관람객 최대치다.
이런 전례와 비교하면 600만 명을 넘긴 올해는 유난한 셈이다. 연말까지 예상치는 총 620만 명이다. 대체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과 함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인기가 겹치면서 올해 관람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즉 이런 추세가 내년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느냐가 최근 국립박물관의 최대 이슈인 재유료화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박물관 무료 관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명박)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공간과 소장 유물을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문화 향수권 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선언하면서 2008년 5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 요금은 2000원이었다.
유료화와 관련된 토론이 9일 한국박물관협회가 문체부와 함께 진행한 ‘2025 박물관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 열띠게 진행됐다. 발표자로 나선 김영호 한국박물관학회 명예회장은 “지난 17년간 무료 관람 정책의 구조적 한계와 국공립박물관 운영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관객은 돈을 지불하고 관람함으로써 문화유산 보존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한희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은 “유료화는 생태계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최근 박물관 붐을 일으킨 케데헌과 같은 K콘텐츠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일부에서 내·외국인 입장료를 차등화하자고 하는데 외국인이 홍보해주는 효과도 크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익명을 요구한 한 박물관장은 “당초 무료화의 취지였던 국민의 문화 향유권 보장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박물관의 유료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는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주도하고 있다. 유 관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와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료화를 추진하려 하고 그 시점과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관람 현황과 통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사전 예약제 등이 적용되는 고객 관리 통합 체계를 내년 상반기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체부도 전반적인 유료화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람 유료화는 국립중앙박물관 외에 서울과 지방의 국립박물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 중인 공립박물관에도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박물관 업계에서는 이를 위한 전산화 등 시설을 갖추는 데만 1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도 변수다. 유료화될 경우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는 5000~1만 원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일반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함께 3000원에 불과한 경복궁 등 궁궐 입장료도 연쇄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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