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1일 사법개혁 공청회에서 “재판소원 도입으로 사실상 4심제를 만드는 방식은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다”며 “대법관 증원과 상고심사제 도입 등 사법부 구조 자체를 한국형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행은 특히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 시 법원 재심 사유를 인정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대법관을 8명 증원해 총 22명 대법관의 연합부 중심 체제로 바꾸는 구체적 개편안을 제시했다.
문 전 대행은 이날 법원행정처가 연 법제도 공청회에서 “제도는 논리가 아니라 경험의 산물이어야 한다”며 독일·대만의 재판소원 제도가 한국 헌법 구조에 그대로 이식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에서도 재판소원 인용률은 1%에 불과하다”며 “모든 사건이 헌법 쟁점화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법원 개편안으로 “대법원을 단계적으로 키우되 먼저 사건을 걸러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개정안 시행 1년 후 대법관 4명을 증원해 상고심사부를 신설하고, 3년 뒤 다시 4명을 추가해 대법원을 총 22명(현 14명) 체제로 재편하는 안이다. 이렇게 되면 대법원은 연합부 2개, 상고심사부 1개, 소부 4개로 운영돼 사건을 더 효율적으로 나눠 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전 대행은 “연합부가 전원합의체 기능을 대체하면 심리 효율성이 높아진다”며 “대법원 단계에서는 변호사 강제주의(전문 변호사 선임 의무화)를 도입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공청회에서는 대법관 증원 방식과 규모를 두고 다른 관점도 제시됐다. 좌장을 맡은 김선수 전 대법관은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이 제안한 12명 증원안에 찬성하며 “증원이 이뤄지면 주심 부담이 줄어들고 연합부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3년에 걸쳐 4명씩 증원하는 대법관 규모 확대는 하급심 강화와 병행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재연 전 대법관은 대법관 증원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단기간에 많은 인원을 늘리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며 “우선 소부 한 개를 늘리는 정도(약 4명)에서 효과를 검토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는 “상고심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결국 올라오는 사건 자체를 걸러야 한다”며 상고심사 방식 개선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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