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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히지 않는 환율에 커지는 국민연금 부담 [시그널INSIDE]

1년마다 비용 느는데

투자 수익은 장기에 환수

고환율 지속 부담 커져

환오픈 뒤 환헤지 필요





국민연금이 환헤지 기조를 강화한 지난해 연말 이후 올해 들어 다시 환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환헤지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장기간 해외 투자를 늘리는 추세이고, 고환율은 일시적 상황이 아니라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 환헤지는 비용만 늘릴 뿐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초장기를 기준으로 지금은 환율이 오르더라도 떨어질 때를 대비하는 효과가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5년 10월 말 기준 1428조 원의 운용자산 중 약 58%인 827조 원을 해외에 투자한다. 국민연금은 2015년부터 전체 해외자산에 환헤지를 하지 않는 환오픈 전략을 썼지만, 2022년부터 최대 10%까지 환헤지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정했다. 또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달러를 팔고 살 때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일시적으로 올해 말까지 한은과 최대 650억 달러(약 95조 원) 한도로 스왑거래를 열어놨다. 국민연금이 한은에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산 뒤 6개월이나 1년 후 환율이 올랐다면 오른 만큼 제외하고 원화를 돌려받는 구조다.

①비용은 당장 쌓이는데 수익은 나중에=국민연금의 환헤지에 대해 비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환헤지에 드는 비용은 당장 확정되지만, 해외투자 수익이 확정되는 시점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위해 한국은행과 맺은 스왑거래는 만기인 1년마다 오른 환율만큼 스왑레이트라는 비용이 쌓이는 반면, 국민연금 자산을 회수하는 시점은 전체를 기준으로 수십년, 개별 자산을 기준으로도 대체 자산의 경우 최소 3~5년이 걸린다. 앞으로 환헤지를 하는 기간 만큼 비용은 확정되고 수익은 평가만 하기 때문에 장부상으로는 번 것 없이 비용만 누적된다. 글로벌 연기금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완벽한 환헤지를 하려면 1년이 아니라 20년 이상 긴 헤지 기간 후에 원달러 통화를 바꿔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헤지하지 않으면 달러로 투자해 원화로 환전하면서 환차익을 최대한 볼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 역시 환율이 오르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 비용이 들기 때문에 환율급등은 투자 관점에서 불리하다는 우려도 있다.

②환오픈 맞다던 전략 바뀐 이유는=국민연금 내부에서는 국민연금이 확장기에 있는 현재는 환오픈이 유리하고 회수 시점부터 환헤지를 늘려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나와있다.

김재욱 국민연금연구원은 2022년 ‘환헤지 전략에 관한 논고’에서 “환헤지 시나리오 결과 해외 자산 수익률과 환수익률(환차익 등)은 음의 상관관계가 존재해 자연헤지 효과가 있다”면서 “기금의 100% 환헤지 정책은 10년 이상 장기로는 합리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그는 환헤지가 수익에 불리할 수 있어도 변동성을 줄여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수익은 물론 변동성을 잡는데에도 유리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해외 자산 중 유일하게 해외채권은 환헤지비율을 60%로 높였을 때 변동성이 최저로 줄어들지만 비용을 고려하면 채권 역시 환헤지를 하지 않는 편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외환스왑 거래를 통한 환헤지 대신 다양한 통화에 분산투자해 자연스러운 환헤지 효과를 봐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최아진 연구원은 2023년 ‘환위험관리를 위한 최적 통과구성에 관한 연구’에서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위해 46개 국가 통화를 보유한 만큼 통화 비중을 조정해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율 급등으로 인해 나라 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역시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는 반론이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정부가 환율을 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국민연금이 참여한 지난해 연말 환율 급등이 잡혔다”면서 "전체 나라 경제 관점에서 환율 급등의 속도나마 줄여야 했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③적립기엔 환오픈, 고갈기에 환헤지 해야=과거 국민연금은 환율 급등락을 경험했지만 평균적인 변화율은 0에 가까웠다. 예전대로면 현재 고환율이더라도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환헤지를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반대로 한국의 금리와 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은 상황이 앞으로 지속되면서 고환율이 굳어져 버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환율을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국민연금기금의 변화에 따라 환헤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연금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10년 간은 공격적인 투자를 감수할 수 있으므로 환오픈으로 수익을 최대한 높이고, 이후 정체와 감소 시기에는 점차로 환헤지 비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운용자금 규모가 크더라도 전세계 외환시장을 상대로 국민연금을 통해 환율을 잡는 것은 어렵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연금에 유리한 환헤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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