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총자산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18조3000억 달러(약 2경7000조원)를 기록한 반면, 빈곤의 감소 속도는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 퇴치가 정체된 상황에서 초부유층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정치와 미디어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소수 엘리트의 권력 독점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국제 자선단체 옥스팜은 19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개막에 맞춰 ‘부자의 통치에 저항하라(Resisting the Rule of the Rich)’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억만장자 수는 지난해 3000명을 넘어섰으며, 이들의 합산 자산은 전년 대비 16%인 2조5000억 달러가 늘었다. 2020년 이후로는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81%나 폭증했다. 옥스팜은 지난 몇 년을 “억만장자들에게 최고의 10년”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전 세계 빈곤 감소 속도는 둔화해 빈곤 수준은 2019년과 비슷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은 특히 슈퍼 리치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 권력과 언론을 장악하는 현상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초 미국 행정부에 참여한 사례와 제프 베이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소유, 프랑스 억만장자 뱅상 볼로레의 뉴스 채널 CNews 인수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사무총장은 “정치인과 경제, 미디어에 대한 슈퍼 리치의 과도한 영향력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빈곤 해결을 위한 궤도에서 우리를 멀어지게 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엘리트 계층에 영합해 부를 옹호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도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은 고소득층에게 혜택을 집중시켰으며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 자산가의 소득을 약 3%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2024년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서는 미국인의 약 10%가 빈곤선 이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맞춰 발표됐다. 옥스팜은 2014년 이후 매년 다보스포럼에 맞춰 불평등 보고서를 공개해왔다. 옥스팜은 “정부가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가 계획을 수립하고 초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그들의 권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정치와 자본 사이에 강력한 ‘방화벽’을 구축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란 등지에서 경제 위기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확산한 가운데 베하르 사무총장은 “경제적 빈곤은 굶주림을 만들고, 정치적 빈곤은 분노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에는 65명의 국가 정상과 850명의 기업 CEO가 참석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21일 특별 연설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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