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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 마력의 브레이크

글·Stephan Wilkinson

딸 아이의 1983년형 911 SC 포르셰 쿠페의 브레이크를 손보기로 했다. 2년 전에 고물차를 얻어다가 그 동안 집에서 뚝딱뚝딱 여기 저기 손보면서 지금까지 달려온 차. 이 브레이크를 수리하는데 부품 가격만 해도 4,800 달러가 들었다(내 인건비는 계산하지 않은 금액. 허긴 내가 무슨 대단한 정비공이라고 인건비 타령을 하랴만). 이 금액은 브레이크 패드와 로터(대개 사람들이 자기 차의 브레이크와 관련해 접하게 되는 것들이다). 값이 아니다. 제 아무리 포르셰라고 하지만 부품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다. 집 지하 차고에 갖다 놓은 딸 아이의 차를 위하여 나는 지금 새 브레이크 한 세트 전체를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전후용 4 피스톤 브렘보 캘리퍼, 덩치가 커다란 크로스 드릴링된 배기 로터, 터보 포르셰 마스터 실린더, 진공 부스터, 브레이크 라인, 고온 브레이크 유 등등…. 이것들은 대개 1,100 마력짜리 포르셰 917 르망 및 Can-Am 경주용 차를 위하여 설계된 것들이다.

캘리퍼와 로터는 필자의 포르셰 스승인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렌스포트 시스템(www.rennsportsystems.com) 스티브 와이너(Steve Weiner)가 SC 장착용으로 개조한 것. 스티브가 복구한 1989년형 터보 로터는 원래 포르셰가 만든 것으로서 가스 환기와 신속한 수분산(水分散)을 위해 수많은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모양새가 멋있다 (일반 도로용 360 로터들은 크로스 드릴링된(cross-drilled) 것인데 반해, 왜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의 풀 레이스용 360 모데나(Modena)는 홈이 파져 있으면서도 속이 비지 않은 로터로 되어 있는지에 대해 페라리 판촉직원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인즉 ‘외관’때문). 포르셰는 제동동력을 차의 마력과 연관시켜 측정하면서 이를 자랑한다. 예를 들어 기본 911의 제동 시스템은 엔진에 비해 힘이 약 4배나 강력하다. 내가 딸 아이의 차에 장착하고자 하는 세트가 무게 1,130kg 가량에 엔진이 약 270마력 정도인 차에 장착되면 거의 1,500 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신형 포르셰 터보 브렘보는 내가 장착하고자 하는 브레이크보다 30% 가량 힘이 더 센 것으로서 2천 마력의 ‘신(神)의 손 브레이크’라고 말들을 할 정도이다.

기계의 감속에 관한 기계적 보조 관련 기술 문제는 아마도 바퀴의 발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초기의 브레이크들은 바퀴의 림을 세게 눌러 회전 속도를 서서히 더디게 하는 목재나 금속의 판들이었다. 오랜 기간 이 기술에서 큰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필자는 항공기에 달린 아주 원시적인 제동 장치들을 본 적이 있다. 위네바고 모터 홈 크기와 속도의 러시아제 안토노프 An-2 화물 쌍발기를 타고 날아 본 적이 있다. 이 항공기에는 소시지 모양의 주머니(이것이 부풀어오르며 브레이크 드럼의 내부로 브레이크슈를 누른다)로 작동하는 기압식 제동장치가 장착되어 있었다. 항공기를 램프로 다시 끌고 가는 동안 제동장치는 껄떡거리기도 하며 부륵 부륵 소리를 내기도 하다가 결국 단단하게 작동을 하였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공군의 스핏파이어 전투기에도 이와 유사한 제동장치가 있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믿겠는가?

디스크 제동장치가 발명된 것은 제동동력을 주 바퀴에만 적용하여 둔중하고 속도가 빠른 초기의 제트기들을 멈추게 해야 할 필요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항공기 제동 장치에는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요구가 부여되며 기계의 전반적 성능 상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세스나 사이테이션(Cesna Citation) 500 기- 상용 제트기로서 매우 느려서 우리는 고물 비행기도 이것보다 훨씬 빨라 아마 우리 뒤를 받을 것이라고 농담하곤 했다 - 를 몰던 시절 이 제트기는 착륙한 후 제동에 매우 힘이 들었는데 착륙 후 30분 동안 이륙이 금지될 정도였다. 그렇지 않으면 제동장치가 너무 달아올라 타이어에 불이 붙을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초 르망 C 및 D 타입의 재규어의 등장으로 자동차 경주에 디스크 제동장치를 쓰게 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메르세데스 조차 지느러미가 부착된 거대한 안쪽 드럼에 의존하고 있었다. (자동차 디스크 제동장치의 특허권을 갖고 있던 영국의 던롭은 그 기술을 독일 기업들에게 팔려고 하지 않았다). 재규어는 덩치가 큰 페라리나 벤츠보다 느렸으나, 코너마다 이들이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속력을 내려고 할 때는 이미 저만치 앞질러 갔다. 이것이 마력과 관련해 좋은 제동장치가 갖는 또 다른 관건이었다. 270 마력의 레이싱카가 제동장치가 좀 떨어지는 370 마력의 차와 나란히 코너를 돌 때, 전자는 제동장치를 적용하기에 앞서서 코너 깊이 들어가서는 재빨리 반대 방향으로 가속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제대로 된 레이스 코스에서 이와 같은 능력은 엔진 마력이 앞서는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는 것이다. 제동장치 면에서 경쟁자보다 우위에 서는 것이 가속으로 상대방을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인 것이다. 제동이 가속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보통 자동차 광에게 페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어느 것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클러치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것은 틀린 대답이다. 보통 사람들 가운데 제동 장치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경험과 재능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필자 자신도 드문 사람들에 끼지 못한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제동장치를 지나치게 부드럽게 사용하거나, 사고가 정말 긴박하게 다가올 때에는 너무 세게 사용하여 바퀴의 록업을 야기한다. 사실 이 때문에 독일 사람들이 ABS(Anti-Lock Brake System)를 개발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 후 급정거의 힘이 약한 경우 마이크로칩이 이를 감지하여 전자장치로 추가의 제동력을 가하게 되는 장치도 개발되었다. “코너를 도는 법이나 최고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을 판단하는 법은 학습을 통해 할 수 있지만 최고 속도로 달리는 차를 감속하는 법은 감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감을 익히는데 아주 둔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운전 기술 가운데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스티브의 말이다.

운전에 관하여 배우기 어려운 것은 그것 뿐이 아니다. 내가 딸 아이의 포르셰를 위하여 주문한 브렘보 캘리퍼에 큰 돈을 들이고 있는데 좋은 제동장치라면 돈을 투자할 만 하다. 스티브는 이렇게 말한다. “가속을 위해서는 1만 달러의 돈을 서슴지 않고 쓰는 미국인들이 차의 효율적 제동장치를 위하여 그 돈의 반을 쓰라고 하면 거부감을 보입니다. 제동장치엔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 차의 마력을 높이려 하는 것이 세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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