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에서 BMW7 시리즈나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심지어 폭스바겐 비틀이나 포드 포커스 등을 운전해 본 사람이라면 오늘날의 디젤 엔진이 까다로운 폭스바겐 래빗보다 훨씬 ‘문명화’된 차량이라는 사실을 금새 깨닫게 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디젤 기술은 급속히 발전했다. 이런 디젤 기술의 발전은 미국에 비해 휘발유 가격이 두 배나 높은 유럽 지역의 소비자들 덕분이었다. 또한 유럽 국가들은 지구 온난화를 우려했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주면서까지 디젤 자동차 사용을 장려했다(디젤은 연료를 더 적게 연소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는 가스를 훨씬 더 적게 발생시킨다).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엔진 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함으로써 이런 정책에 부응했고 따라서 새롭게 등장한 기술들은 디젤 엔진의 냄새와 소음, 출력 손실 등을 거의 해결했다. 오늘날 유럽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중 35%가 디젤 엔진이며 자동차 전문가에 따르면 이 비율은 향후 10년 동안 50%까지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디젤 기술과 관련된 정보의 교환 창구역할을 하는 디젤 테크놀러지 포럼에 의하면 북미 지역에서 매년 판매되는 차량 중 2~3%만이 디젤 엔진을 장착하고 있으며 이중 대부분은 상용차라고 한다. 디젤 엔진은 특히 연료를 엄청나게 소비하는 바퀴가 18개나 되는 트럭에서 연료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에 주로 트럭종류에서 선택되어 왔다. 그러나 디젤 엔진이 장착된 승용차로 유일하게 미국에서 구입 가능한 모델은 폭스바겐 골프 TDI가 전부다.
디젤 차량을 찾아보기 힘든 원인은 주로 저렴한 휘발유 가격과 디젤 엔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디젤 모델의 위축을 초래하였다. 또한 미국의 규제 법규가 특별히 지목해온 대상에는 디젤 엔진의 배기 가스도 있다. 디젤은 스모그를 형성시키는 검댕(또는 입자상 물질)과 함께 발암성물질로 추정되는 질소산화물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유럽의 공해표준이 주로 이산화탄소 배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디젤 차량에 대한 문제점이 해결된 반면, 곧 효력이 발휘하게 될 EPA(미 환경보호기구)는 여전히 질소산화물과 입자상 물질의 배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디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기준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에 더 많은 디젤 장착 모델을 내놓으려 한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SUV나 픽업 트럭 및 기타 차량들이 미국 내에서 최근 몇 년간 판매 실적이 매우 좋았던 반면, 그만큼 연비규정을 만족시키느라 애를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회사차원에서 미 연비 규정을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연비가 우수한 디젤엔진이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휘발유 차량의 단점을 보강할 수 있다. 또한 폭스바겐 골프 TDI와 제너럴 모터스의 신형 디젤 고출력 픽업 트럭의 판매 호조가 좋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디젤 차량의 전망은 밝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듀라맥스 디젤 엔진을 장착한 GM 트럭을 인도 받기까지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했는데 GM은 앞으로 이에 대응해 생산량을 50%증가시켜 한 해 15만 여대의 디젤 엔진을 생산할 계획이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제조 업체들도 이미 디젤 차량을 제작하고 있으며 마케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디젤 엔진에 대한 선호도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에서 디젤 엔진에 대한 선호자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디젤 엔진의 주요 장점은 이 엔진이 효율적일 뿐 아니라 운전하는 재미도 만만찮다는 점이다. 독일 자동차 부품 공급 업체인 로버트 보쉬의 최고 이사인 헤르만 숄은 “유럽에서의 디젤 엔진의 성공은 대부분 엔진의 연비에 기인한 것”이라며 “차세대 디젤 엔진은 뛰어난 토크와 가속 능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1892년 프랑스의 엔지니어인 루돌프 디젤이 디젤 엔진 특허를 획득했을 때 디젤은 휘발유 엔진보다 높은 연비로 각광받았다. 휘발유 엔진은 휘발유와 공기의 혼합물을 흡입해서 압축하고 불꽃으로 이를 폭발시켜서 작동한다. 반면, 디젤 엔진은 공기만을 흡입하고 압축시킨 후 연료를 압축된 공기로 분사시킨다. 압축된 공기의 온도는 상승되어 동시에 연료를 점화시킨다. 오늘날의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의 연비보다 최대 30%까지 뛰어난 연비를 보이고 있다. 즉, 디젤 엔진 1리터는 휘발유 1리터 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보쉬의 미국 지사는 최근 ‘디젤의 날’을 선포하고 디트로이트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아우디와 BMW,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제너럴 모터스 및 폭스바겐에서 생산한 15대의 디젤 엔진 장착 모델이 선보였다.
강력한 디젤엔진 V8을 장착한 메르세데스 벤츠 S400은 힘차고 부드럽게 가속되면서도 아주 조용했다. 전시된 대부분의 다른 차들도 마찬가지였고 특히 냄새나 매연,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중대형 고급모델의 경우엔 더욱 그러했다.
어떻게 디젤 엔진이 이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디젤엔진의 가장 중요한 발전은 실린더 헤드 옆에 부착되어 디젤 연료가 고압으로 저장되는 ‘커먼 레일(Common rail)’의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엔진에서 연소를 위해 연료가 필요하게 되면 고압 펌프에 의해 공급된 연료가 커먼 레일에서 순간적인 개폐가 이루어져, 실린더로 연료를 분사하는 인젝터로 직접 이동된다. 지금까지의 디젤 엔진에서는 이와는 반대로 독립적인 펌프들을 이용하여 연료가 펌프로부터 각각의 개별적인 실린더로 이동하는 방법을 사용했었다.
커먼 레일은 연료가 매우 높은 압력으로 엔진의 연소실로 분사되도록 해서 연료와 공기의 혼합이 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보다 효율적으로 연소되도록 한다. 따라서 펌프가 지속적으로 압축된 연료를 커먼 레일에 보급하기 때문에 엔진의 RPM에 대해 높은 연료 압력이 유지되어 가속력 저하 문제가 해결되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엔지니어링 기술 부문의 부회장인 버나드 로버트슨은 “디젤 엔진을 발전시킨 가장 큰 업적을 하나 꼽으라면 커먼 레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앞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될 미국 배기가스 규제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디젤 엔진이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EPA는 다른 조항보다 질소산화물과 입자상 물질의 배출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배기규제법
자동차의 생산 계획에 영향을 줄만큼 거대한 시장인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2004년에서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될 ‘저공해 차량 II’ 규제를 신설, 스모그를 형성하는 배기 물질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자동차 제조 업체들은 디젤 배기가스에 대해 특수 후처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푸조의 경우, 커먼 레일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미세입자 트랩 시스템을 도입해 엔진에 의해 생성되는 검댕 입자를 대부분 걸러 내는데 성공했다.
한편, 포드에서는 암모니아 혼합물인 요소(尿素)를 자동차 내의 탱크에 저장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요소는 촉매 변환기를 통해 미처 이동을 끝내기 전에 배기 가스로 분사되어 대부분의 질소산화물을 제거한다. 포드는 캘리포니아주의 엄격한 새 규제법규를 통과하기 위해 입자 트랩과 요소 촉매를 장착한 시험용 차를 만든 바 있다.
그러나 배기가스가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유럽 지역에서는 디젤 연료를 공기업이 제공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휘발유보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휘발유가 더 저렴하며 디젤 연료를 찾기도 어렵다. 두 번째 문제는 디젤 엔진의 제작비용이 휘발유 엔진보다도 더 비싸다는 점인데 왜냐하면 디젤 엔진이 미세 입자 트랩이나 요소 청정 장치 등과 같은 환경보호 장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실시하고 있는 세금 혜택과 같은 정책을 미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실시하지 않는 한, 이러한 높은 가격은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사실 디젤엔진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변화가 기술적인 변화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는 최근 새로운 엔진 기술을 평가하기 위해 폭스바겐 골프를 시승한 결과, 디젤엔진의 많은 변화를 몸소 느꼈다. 최신형 디젤엔진은 추운 날씨에 래빗을 출발시키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만 했던 예전 시절에 비해 디젤 엔진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디젤엔진이라고 씌어지지만 않았더라면 이 차가 디젤엔진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아마 전혀 몰랐을 것이다.
‘바자 1000’ 레이싱에서 디젤의 포효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오프 로드 레이스인 204.4km 장정의 「바자 1000」대회에서 3,674kg짜리 포드 엑스커션은 16인치 서스펜션과 37인치 바퀴로 놀라울 만큼 부드럽게 정지했다. 이렇게 부드러운 정지 능력보다도 더 놀라웠던 점은 이 차가 디젤 엔진으로 움직였다는 사실. 디젤엔진은 동급 고성능 휘발유 차량에 전혀 뒤지지 않으며 따라서 연비 측면에서도 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한 생생한 증거였다.
레이싱 베테랑인 SMD 모터스포츠의 스티브 스카로니는 최초 주말 쇼핑용으로 설계되었던 거대한 크기의 SUV를 스테로이드 주사라도 맞은 듯한 듄 버기카로 변형시켰다. 이 트럭에는 방화벽이 설치된 227리터의 연료탱크와 라디에이터 용량을 두 배로 증가시키는 오프 로드 냉각장치, 그리고 터보차저로부터 공기가 엔진도 도달하기 전에 냉각되도록 해 주는 하이퍼맥스에서 제작한 인터쿨러가 장착되었다. 또한 대형 터보차저와 인터내셔널 트럭사 및 엔진 코퍼레이션에서 공동 제작된 특수 연료 인젝터, 해상에서의 이용을 위한 캐터필러 등도 개조되어 흡기효율이 15% 향상되었다.
이 차는 작년 11월의 레이스에서 사막으로 변한 호수의 바닥을 지나 울창한 숲이 있는 산악 지대를 통과하고 선인장으로 덮인 들판을 힘차게 질주했다. 7.3리터 터보차저 파워 스트로크 엔진은 일반적으로 235마력, 69.9kg·m의 토크를 출력하는데 반해 인터내셔널사가 제작한 7.3리터 터보차저 파워 스트로크 엔진은 V8 엔진에서 400마력, 117.7k·gm의 토크를 출력한다.
이번 레이싱을 통해 엑시큐션이 조향기어 박스가 재조정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디젤엔진에 대한 전망을 상당히 밝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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