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화학의 창립멤버인 임성주(林成柱·사진·57)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애경그룹의 토박이. 32년 전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에 오르기까지 임 사장은 오로지 한 길만을 걸어왔다. 임 사장이 한 길만을 걸어왔다고 해서 융통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경영합리화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누구보다도 경영에 민감한 기업인이 임성주 사장이다.
지난 97년 초. 임 사장은 일본에서 열린 세계 경영인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진다는 것을 감지했다. 임 사장은 귀국한 후 비대한 조직의 군살을 없애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일본과의 합작을 통해 합리적인 경영환경으로 체질개선을 했다. 노조도 자진해산을 결단하면서 임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같은 해 말 몰아 닥친 IMF의 혹독한 시련도 애경화학의 탄탄한 사업기반을 흔들지 못했다.
IMF 예견, 위기 넘겨
임성주 사장은 사람을 신뢰하는 ‘믿음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사원들의 말과 행동을 믿고 그 사람이 자신이 한 말에 책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영철학이다. 그래서 임 사장은 결제를 자주 하지 않는다. 팀별로 운영을 맡으면서 팀장이 결정권을 갖는 반면에 임 사장은 사안마다 일일이 결재하지 않고 단지 커다란 방향만을 잡아줄 뿐이다. 애경화학은 회사와 사원들간의 불화가 없다. 서로 믿고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분위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사원들을 나무로 비유한다.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가꾸다 보면 잘 자라듯 사람도 관심을 가지고 잘 보살피면 훌륭한 임원이 되고 사장이 된다는 것이다. 임 사장은 몸소 실천한 이러한 믿음경영으로 지난 99년 고려대 경영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좀더 멀리보고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합니다. 자기업무 뿐만 아니라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만이 21세기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몇 십 년을 일해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애경의 믿음의 경영철학과 맞물려 임 사장은 직원들에게 자신의 일에 프로의식을 가지면서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한다.
권위주의적이 아닌 직원과 믿음의 관계 속에서 진정으로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사나 동료 및 부하직원에게 인정받는 방법은 좀더 먼 곳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며 이런 정신으로 무장된 정예화된 직원들이 애경화학의 최고 경쟁력”이라고 임 사장은 말한다.
"기술수출 주도 할 것"
애경화학은 불포화폴리에스테르 수지 및 도료용 합성수지를 한해 2,000만불 이상 동남아시아와 중동 국가 등에 수출하고 있다. 심지어 애경화학과 합작기술 제휴사가 있는 일본에까지 수출한다. “21세기는 기술국가만이 생존합니다. 성장한계에 도달한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에 수출시장을 다변화 하는것이 목표”라고 임 사장은 밝혔다. 임 사장의 목청높이는‘해외시장 진출’은 한 단계씩 진척이 되고 있다. 이미 동남아와 중동시장을 석권한 애경화학은 작년 8월 일본, 지난 1월 중국 심양에 사무소를 각각 개설해 중국, 베트남, 인도 등지로 수출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 특수소재에서 첨단소재에 이르기까지 복합재료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애경중앙연구소도 설립했다.
“경영자들은 직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 또한 고객과 함께 해야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없는 기업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죠. 늘 고객과 함께 성장하며 사랑받는 기업, 행복과 풍요로움을 함께 공유하는 기업,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 변함 없을 애경화학을 위해 최고의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고객과의 소중한 약속을 실천하는 임성주 사장의 믿음 경영철학이 생존하기 어려운 기업풍토에서 변함 없는 선구자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본다.
한수진기자<popsci@sedail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