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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지털산업의 성공모델 CDMA

한국 디지털산업의 성공모델 CDMA
지난 1분기 국산 휴대전화기 수출금액이 19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대표 수출상품인 D램 반도체 수출액 14억8,000만 달러를 가볍게 앞질러 버렸다. 증가율도 전년동기 대비 32%를 기록, 이런 추세라면 국제가격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전체 수출액(같은기간 22억3,000만 달러)도 얼마든지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98년까지 10대 수출상품에 끼지도 못했던 휴대폰이 ‘수출 1등 상품’의 자리를 엿보고있다. 우리나라 및 북미지역 표준인 CDMA, 유럽 표준인 GSM 핸드폰 수출이 양(量)은 물론 높은 가격에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CDMA는 우리나라가 기술ㆍ제품ㆍ서비스 등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세계 1등 상품으로 자리잡은 CDMA. 디지털 산업의 대표적 성공모델인 CDMA 성공신화는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81년 고도성장을 지속 유지ㆍ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도로, 통신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특히 통신분야에 대한 투자가 너무 빈약하다는 판단아래 정부는 80년 전자산업육성법이 제정하면서 통신부문을 핵심부문으로 선정했다. 그 첫번째 사업이 전전자교환기(TDX)사업. 당시만 해도 이 사업은 진공관 라디오 수리공이 컬러TV를 만드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고도기술이 필요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간 연구개발 예산이 당시 24억원이었던 당시, 5년간 총 240억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세계 10번째로 디지털교환기 기술을 확보하게 됐고 이것이 91년부터 본격화될 CDMA 성공신화의 모태가 된다.

TDX 개발로 자신감을 얻은 정부는 88년 올림픽이후 이동통신 수요가 급증하자 91년 이번에는 디지털 이동통신 개발에 착수한다. 당시만 해도 유럽의 GSM(TDMA:시분할다중방식) 대신 퀄컴의 CDMA(코드분할다중방식) 기술을 상용화 목표로 삼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GSM의 경우 이미 82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어 상용화 단계에 이었지만 CDMA의 경우 종업원 15명이 개발한,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기술이었다. GSM 보다 주파수 효율이 높고, 서비스 비용이 낮으며 통화품질이 우수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성공해도 기술종속이 불가피했던 것이 CDMA를 선택하게끔 했다. 앞서 개발한 TDX나 D램, TFT-LCD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제품을 모방해 추월했다면 CDMA는 존재하지도 않은 제품에 도전한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였다.

93년부터 ETRI 주도로 삼성, LG, 현대, 맥슨 등이 참여해 96년 1월1일 드디어 세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CDMA방식의 이통통신 전화서비스가 시작됐다. 7년간 정부출연연구비 543억원 등 총 996억원의 연구개발비와 1,000여명의 연구원이 투입된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일궈냈다.

상용서비스 1년 9개월만인 97년 9월 이통가입자가 500만명을 돌파한데 이어 다시 9개월만인 98년 6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어 99년 8월 2,000만명을 돌파하더니 지난 3월말에는 3,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불과 1년 2개월만에 가입자 1,000만명 시대에서 2,000만명 시대로, 또다시 2년 7개월만에 이통가입자 3,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보급율 64%, 인구 10명당 6명이상이 휴대폰을 갖고 있게 됐다. 보급율은 세계 22위 이지만 가입자수는 세계 8위다. 올 연말까지는 가입자가 3,3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가입자 폭증은 이통서비스업체의 매출증대로 이어졌다. 97년 3조3,114억원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서비스 매출액은 98년 5조3,222억원으로 급증한데 이어 3년후인 지난해에는 무려 13조4,704억원으로 늘어났다. 가히 폭발적인 수치증가다. 통화량도 유선전화를 훨씬 앞질러 버렸다. 지난해 유선전화 1일 평균 통화건수는 1억3,600만통. 이통전화의 1일 평균통화 건수는 이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2억6,400만통을 기록했다.

CDMA시스템과 단말기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97년 3억달러에서 99년 23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43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150억달러 이상이 수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과 인도가 CDMA를 도입한데 이어 동남아,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CDMA를 채택하는 국가들이 계속 늘고 있다. 여기에다 이미 CDMA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중남미 국가들의 CDMA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과는 삼성, LG, SKT, KTF 등외에 팬택,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등과 같은 중견단말기업체의 등장과 많은 이통중계기 및 부품회사, 이통컨텐츠 및 게임, 솔루션 사업자들을 만들어냈다. 모토롤라와 노키아 등 해외유수의 이통업체들을 국내로 끌어들이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텔레메틱스, 무선LAN 등 CDMA 기술을 활용하거나 응용한 새로운 산업의 태동도 앞당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CDMA 산업의 내실화에 좀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추격에 대응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CDMA를 채택한 이상 1~2년내에 하드웨어 부문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소프트웨어 등 단기간에 추격이 어려운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송속도가 2Mbps급을 실현할 수 있는 3세대 이통통신(CDMA2000, WCDMA)을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상용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품 국산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핵심부품의 대외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도 내실화의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단말기의 경우 약 200여개 부품중 약 30%이상이 일본 등 선진국에서 여전히 수입되고 있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해 보면 원가의 약 70%이상이 외국산 부품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다 단말기 당 5.25~5.75%에 달하는 기술료를 퀄컴에 주고 있다.

이통서비스 사업자들에게 지금까지 지급된 약 10조원의 보조금도 단말기의 보급확대와 기술개발에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미성년자의 무분별한 가입확산과 신용불량자 초래, 잦은 단말기 교체에 따른 자원낭비 등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CDMA는 무엇?
지난 90년초 미국 퀄컴사가 주파수 대역확산 기술을 응용하여 개발한 코드(부호)분할 다중접속 방식의 디지털 셀룰러 시스템이 CDMA다. 여러 사용자가 시간과 주파수를 공유하면서 신호를 송수신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82년 개발된 유럽 표준인 GSM(TDMA)과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원래 미군에서 사용된 CDMA 기술은 일정한 주파수 대역을 분할하지 않고 전체 대역에서 각각의 정보를 특정 부호로 분할해 보내면 수신쪽에서는 전체 대역내 많은 정보중 동일 부호만 찾아내 원래 신호를 재생한다. 즉 GSM과 달리 주파수 대역 전체를 사용함으로써 아날로그 방식과 비교해 전파효율이 20배이상 높다.

반면 GSM은 일정한 주파수 대역을 시간적으로 분할ㆍ전송하고 수신시 시간차이를 복원해 원래 신호를 재생하는 기술로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전파효율이 2~3배 정도 높다. 따라서 CDMA는 동일한 주파수에서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고 특정 부호만 재생함으로 간섭이 적어 통화품질은 물론 보안성, 경제성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한편, 이동통신에선 최대 전송속도의 구현 정도에 따라 세대를 구분한다.

CDMA와 GSM은 디지털 방식으로 2세대 이동통신에 속한다. 최대 전송속도가 64kbps로 이때부터 음성통화는 물론 데이터통신이 가능해졌다. 2세대는 퀄컴칩 MSM3000을 사용해 최대 전송속도를 14.4kps까지 시현한 단말기를 IS-95A, MSM3001칩을 사용해 최대 64kps 까지 속도를 내는 단말기를 IS-95B로 구분한다. 또 사용 주파수대역의 차이에 따라 PCS(1.9GHz)와 셀룰러(800Mhz)로 구분하기도 한다. 1세대는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주로 차량에 부착해 사용했던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성통화만 가능했던 이통전화 시스템을 말한다.

IMT-2000시대라고 하는 3세대(3G)는 이동통신은 본격적인 동영상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전송속도, 최소 2Mbps 이상의 전송속도를 요구한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시현한 cdma2001X 서비스를 2.5세대라고 한다. 최대 전송속가 144Kbps 이기 때문이다. 퀄컴의 칩세트도 모두 MSM5100이상을 사용한다. 지난 5월10일 SKT와 KTF가 서비스를 시작한 cdma20001XEV-DO는 최대 전송속도가 2.4Mbps로 3세대에 속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퀄컴의 MSM55000 칩세트가 아직 불안해 단말기 보급이 늦어질 수 도 있다고 하지만 3세대 이동통신의 시대가 본격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1XEV-DO는 데이터 전송속도만 빠르고(그래서 DO는 Data Only를 의미) 음성 전송속도는 여전히 1X와 같은 144Kbps급이다. 이보다 진보한 3세대 방식이 음성과 데이터를 모두 2Mbps이상으로 전송하는 것으로 1XEV-DV(data video)라고 한다.

확산되는 CDMA 시장
우리나라 세계처음으로 상용화한 CDMA기술이 전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CDMA 벨트가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 방식의 GSM과 쌍벽을 이루며 힘겨루기에 들어갈 날이 점점 빨리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GSM 방식을 채택했던 중국이 지난해 CDMA 방식을 채택, 이보다 먼저 CDMA 방식을 채택한 세계 제2의 시장 인도를 포함 아시아ㆍ태평양 CDMA벨트가 가장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필리핀 등에서는 이미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으며 최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몽골에 이어 미얀마까지 CDMA 방식을 채택했다. GSM의 종주국인 유럽에서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폴란드 등이 이미 CDMA를 도입했거나 준비중에 있다.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CDMA를 채택한 국가와 가입자는 53개국 1억4,400만명. CDMA 병행국가를 포함 160개국에 6억3,4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진 GSM 보다는 아직 크게 떨어지지만 확산속도가 워낙 빨라 2006년이면 가입자수가 약 3억5,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시장조사업체인 오범(OUVM)은 전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전망치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CDMA 채택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이보다는 훨씬 빨리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CDMA 채택국가가 많아질수록 GSM에 비해 단점이었던 해외로밍 서비스 문제가 해결돼 가입자 수 확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1,500만회선의 이통중계 시설을 설치완료 했으며 곧 1,000만회선의 이통중계 시설을 발주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까지만 모두 3,500만회선의 중계시설이 전국에 깔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이통가입자수 보다 많은 3,500만명의 CDMA 가입자가 중국에서만 확보된다.

19개 이통사업자중 최대규모인 차이나유니콤의 경우 지난 1월8일 서비스 시작이후 지난 4월까지 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말까지 차이나유니콤에사만 7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종 중계장비가 호환이 잘 이뤄지지 않고 단말기 보급이 물량부족으로 아직 원할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중계망이 안정되고 단말기 보급이 본격화될 올 하반기부터는 가입자가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울경제 성장기업부 조충제 기자c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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