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퓨얼을 사용하는 진짜 드랙스터를 모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필자가 탄 연습용 차는 플로리다의 게인스빌에 소재한 프랭크 홀리 드랙레이싱 스쿨이 소유한 700마력짜리 매키니 수퍼콤프 드랙스터다. 나스카 수준의 마력보다 더 큰 만큼 꽤 빠르다. 그렇지만 니트로 연료를 쓰는 6천 마력짜리 프로 선수용 드랙스터와 비교하면 장난감이나 마찬가지다. 톱퓨얼 드랙스터는 400m정도에서 시속 534km를 기록(2001년 케니 번스타인이 세운 기록)한 적도 있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4.477초였다. 그렇게 빨리 달리려면, 엄청난 힘과 위험할 만큼 까다로운 엔지니어링 기술을 결합해야 하고, 경쟁 스포츠에서 가장 빠른 속도가 필요한 경주에서 유감 없는 솜씨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다운포스(차체를 지면으로 밀착시키는 차제 주위 공기흐름에 의한 힘), 관성력, 공기저항 등 이러한 스포츠가 수반하는 격렬한 조건에서 비롯되는 물리적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일부러 탄력 있게 만든 크롬합금제 가로대 틀은 트랙에서 탄소 섬유와 마그네슘으로 제작한 날개가 차의 앞과 뒤를 아래로 누를 때 그 중간이 톱처럼 위로 휘게 설계되었다. 초연질 소재로 만든 드랙스터의 바퀴는 0.42kg/㎠의 팽창도를 유지한다. 출발할 때는 말랑말랑한 고무처럼 구겨진 모양이지만, 투석기처럼 튀어나가면 원심력으로 모양이 일그러지다가 경주 도중 열이 오르면 풍선처럼 터질 듯 부풀어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들이 서로 앞을 다투는 드랙레이싱은 인간이 이룬 기술의 성과를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술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F1과 달리 드랙레이싱은 잔뜩 치장한 곡예로 치닫지 않는다. 엔진의 비명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니트로메탄 배기 가스가 흘러나오는 경기장에 마련된 관중석은 누구나 쉽게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 5명이 한 열을 이루는 팬들은 경주가 한 번 끝날 때마다 바쁘게 진행되는 지원팀의 작업을 구경할 수 있다. 마치 순식간에 하는 심장 절개 수술을 보는 듯하다. 이 작업은 수퍼차저식 8,194cc의 V8 엔진을 완전히 분해한 뒤 피스톤과, 헤드, 벨트, 그밖에 교체가 필요한 부품들을 불과 45분 안에 새것으로 교환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번개처럼 움직이는 지원팀만 빼고 나면 경기장 분위기는 편안하다.
한 때 드랙레이싱 챔피언 자리를 차지한 적이 있는 에이스 에드 매컬로는 현재 미국내 최고 팀 중 하나를 소유하고 있는 돈프루돔 레이싱에서 지원팀장으로 있다. 그는 5개의 디스크를 사용하는 다단계 클러치에 일련의 프로그램을 넣었다. 각각의 디스크는 공기압 타이머에 엔진 출력 역시 사전에 완전히 프로그램된 클러치 결합 커브와 일치하게 한다. 우선 매컬로는 트랙이 미끄러운지 아니면 건조한지 판단해 점화시기를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하고 연료공급을 알맞게 조절한다. 필자는 한 번 달릴 때 타이밍 변화를 12번 정도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출발할 때는 20℃ 정도 느리게 하여 엔진회전수를 7,700까지 내린다.
그러면 타이어가 움직임이 조용해져서 진동을 느낄 수 없다. 말을 마친 매컬로가 점화 시기를 빠르게 해서 다음 클러치가 연결될 때까지 출력을 높였다. 그리고 타이어가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다시 속력을 늦추었다. 클러치와 점화지연 정도는 트랙의 미끄럼 정도는 물론 대기의 압력과 습도 같은 기상 조건에 따라 달리 한다. 매컬로는 모든 것이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료 펌프는 7kg/㎠의 압력으로 분당 328ℓ라는 엄청난 양의 연료를 공급한다. 엔진은 공회전시 분당 50ℓ를 소모하지만, 8천rpm으로 최고 속도를 낼 때는 분당 265ℓ의 연료를 소비한다. 이 때는 니트로를 뿜어내는 기세가 맹렬해 타이어 회전으로 엔진 부하를 잠시라도 공회전 되면 엔진은 실화(Missfire)하게 된다. 연료 때문에 엔진의 실린더 안에 있는 쌍둥이 스파크 플러그의 불꽃이 꺼진다.
습도가 높으면 팬벨트 속도를 높여 엔진에 더 많은 산소를 집어넣는다. 스코트 오쿠하라는 매컬로팀의 구성원중 한사람이다. 엔진이 8천rpm으로 회전하면, 벨트로 작동하는 수퍼차저의 미끄럼 속도는 약 25%정도 높아진다. 만일 연료-공기 혼합이 조금 잘못되면 피스톤이 타고 만다. 피스톤만이 아니라 실린더까지 새 것으로 갈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제대로만 되면, 엔진은 5초 이내에 최고 속도에 도달한다. 각 경주에 앞서 한번 더 번아웃 과정(물을 뿌린 표면 위에서 타이어에 열을 가하고 깨끗이 하기 위해 몇 초 동안 페달을 완전히 밟는다)을 수행하고 나면, 니트로 엔진의 전부하 운전 수명은 8초가 채 못된다. 경주 이후 성능 자료를 분석하는 데에는 차내에 내장된 컴퓨터를 쓰지만, 다음 경주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전적으로 기계 작업에 의존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게다가 지금 그런 기술을 갖다 쓸 수 있다 해도, 경주 중인 차의 엔진 활동을 조종하는데 컴퓨터를 쓰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이 스포츠에 관련된 선수나 임원 모두 차내에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비용이 급상승하지는 않을까 우려한 과거가 있다(F1 비용 참조).
운전자는 출발할 때 반응 시간이 빨라야 한다는 것 외에 두 가지 의무가 더 있다. 첫째, 운전자는 홈(타이어 고무와 트랙션이 있는 한 쌍의 검은 줄)안에 그대로 있어야 한다. 둘째, 운전자는 경기 도중 트로틀을 연 채로 고정해두어야 한다. 뛰어난 운전자는 타이밍이 좋지 않으면 본능적으로 연료를 더해주거나, 타이어에서 연기나 나면서 차의 속도가 떨어지면 이를 막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리고 경주 뒤에는 결승선을 지나면서 수동으로 드로그 낙하산을 펴 감속 하중을 4.5G로 유지해 출발할 때의 하중과 일치시킨다.
니트로를 사용하는 이 엔진이 얼마까지 큰 힘을 낼 수 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최고 수준의 426크라이슬러 헤미를 기반으로 삼아 주문에 맞춰 제작한 이 거대하고 강력한 알루미늄 덩치를 비롯하여 이들 엔진은 워낙 힘이 강력해서 출력을 측정하려고 검력계에 올려놓는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동일한 8,194cc엔진이지만 보다 온건한 연료인 알코올로 달리는 엔진을 측정한 결과를 끌어다 니트로에 대입해보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 수치는 지난 몇 해 동안 6천마력 정도에 머물렀으나, 지금은 갈수록 7천마력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정도 힘이면 차가 날아가지 못하게 붙드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300마력이면 대다수 개인용 항공기보다 빠른 속도를 내는데, 톱퓨얼 자동차의 탄소섬유 뒷날개가 내는 다운포스는 2,7226kg이 넘는다. 거기에 앞날개가 다시 816kg의 힘을 추가한다. 뒤에 우아하게 달린 윌리바만 없으면, 이 자동차는 윌리(바퀴가 둘 달린 장바구니)의 원조라 할 만하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1950년대 어느 자동차 전문 잡지에는 자동차가 400m이내에서 시속 241km로 가속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과학자의 글이 실렸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 초, 니트로메탄과 엄청나게 향상된 드랙타이어가 등장하면서 속도와 소음이 증가하게 되었다. 가솔린과 달리 산소는 그대로 니트로(CH3NO2)에 녹아 있다. 가솔린(C8H18)은 불을 붙이려면 많은 양의 산소가 추가로 필요하다. 사실 니트로는 가솔린보다 온스당 에너지 양이 적다.
그러나 필요한 공기가 가솔린의 8분의 1 정도에 불과하므로 실린더 안에서 연료 대 공기 비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체적 면에서 보면, 니트로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두 배 이상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그렇지만 니트로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엔진이 강하면 폭발할 수도 있다. 이 때 뒤에 앉아 있으면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엔진과 동력 전달 장치는 1970년대 초만 해도 운전석 앞에 있었다. 그러나 빅 대디 돈 갈리츠가 몰던 스웜프랫 8 드랙스터의 동력 전달 장치가 폭발해 차가 두동강이 나고 레이서의 발이 잘라 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엔진이 뒤에 달린 드랙스터로 최초의 성공을 거둔 스웜프랫 9는 이렇게 탄생했다.
드랙스터의 엔진은 계속 100% 니트로를 고집했고, TV 중계 문제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때까지 폭발도 계속되었다. 1999년, 드랙레이싱의 가장 강력한 인가 조직인 미 국립 핫로드 협회(NHRA)가 주요한 TV 중계 계약을 맺은 직후, 포모나 윈터내셔널스에서의 사고에 뒤이어 두 대의 니트로 엔진이 생중계 도중 폭발했다. 휘발성이 떨어지는 연료를 사용하라는 요구가 NHRA에 빗발치면서 경기가 거듭 연기된 끝에 결국 90% 니트로에 10% 알코올을 섞은 연료가 선보였다. 그래도 폭발은 계속되었지만, 빈도나 강도는 예전보다는 덜했다.
드랙레이서들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 경쟁을 벌이는 운전자들이지만, 또 스포츠 선수로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축에 든다. 그레션 포뮬러는 흔하게 열리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은 거의 없다. 신세대 운전자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지난 40년간 있었던 니트로 속도의 신기록(시속 320km, 400km, 340km, 530km 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개 베테랑들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바로 그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드랙레이싱이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규칙과 엔진의 유형 모두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황금 시대 이후로 근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 속도는 그 때보다 거의 두 배나 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안전 때문에 차의 성능을 줄이려는 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최종 드라이브 비율을 최소 3.20:1로 한다는 규칙도 그렇게 생겨났다. 프루돔 소속의 톱퓨얼 드랙스터 부팀장인 돈 벤더는 그로 인한 결과를 확실하게 알려준다. 3.00:1이면 아마 시속 540km정도일 것이다. 1950년대 말 버뱅크(캘리포니아) 로드킹스 소속으로 운전대를 잡은 후 1994년 은퇴한 전설적인 프루돔 레이싱 소유주인 스네이크 돈 프루돔은 컴퓨터 칩을 이용한 조종을 빼곤 광고주 선택 등 모든 것이 변했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경기 중 또는 차를 유지하는데 컴퓨터를 사용하면 경쟁다운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안하우제부시가 소유한 버드킹 레이싱 팀장인 팀 리챠즈 “돈이 많은 팀이 가장 좋은 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는 컴퓨터를 가질 수 있고 누구는 가질 수 없다면, 경기가 다 무슨 소용인가? 경쟁이란 것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경주를 몇 번 끝낸 후에도 프랭크 홀리의 검정색 수퍼콤프 드랙스터는 무섭게만 보였다. 트로틀을 너무 일찍 연 탓이었다. 단축 코스를 몇 번 달린 내게 홀리는 400m를 끝까지 다 몰아보라 했다. 경험 많은 운전자가 들려주는 요령도 있었고, 필자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번아웃 과정은 재미있었다. 트로틀을 완전히 열고, 타이어의 회전과 푸른 연기가 나오는 것을 보며 출발선으로 이동하여 신호를 기다렸다. 녹색 신호등이 켜졌다. 이번에는 긴장을 풀려고 하는 강한 욕구와 맞섰다.
뒤통수를 때리는 맹렬한 출발과 함께 첫 60m를 달린 후 700마력으로 곧장 달렸다. 재미있었다. 결승선을 번개처럼 통과하는 순간에 보니 자전거 바퀴처럼 앙상한 앞바퀴가 곤충의 더듬이처럼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필자가 달린 속도는 시속 248km이었다. 괜찮은 속도다. 홀리가 들려주는 이 차의 최고 속도가 고작해야 254km니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 한 번 더 달려야 한다. 그 순간 필자는 다른 레이서가 한 말이 계속 생각났다. 이 스포츠의 노골적 무모함을 규정짓는 말이었다. “차를 훔친 사람처럼 달려야 한다. 차를 부술 것처럼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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