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 화려하고 현란한 차광고가 나온다고 해서 매체가 ‘풍부하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비디오로도 영상이 화려한 영화관의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CD-ROM을 구입하지 않고도 ‘둠(Doom)’이나 ‘파워포인트(Power Point)’, 혹은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의 교육용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고 있는 콘서트 실황을 컴팩트 디스크 음질로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라면 단 하나. 영화나 음악, 소프트웨어들을 즐기기 위해서는 인터넷이 초고속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28.8Kbps 혹은 최대 56.6Kbps의 모뎀과 전화선을 이용하는 보통의 인터넷 계정은 속도가 충분치 않다. 광대역이니 초고속이니, 인터넷 상시 연결이니 하는 것들이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광대역 서비스가 112Kbps의 ISDN 전화선 형태로 나온지는 벌써 몇 년이 되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집안에 새로운 전화선을 깔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일반의 환영을 크게 받지는 못했다. 새로운 광대역 옵션에는 이런 결점이 없다.
기존의 인프라(가정에 이미 설치되어 있는 보통의 전화선과 케이블선)를 통해서도 광대역에 액세스할 수가 있고, 금년 말이면 위성을 통해 쌍방향 액세스도 가능하게 된다. 위성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2001년이면 미국 가정 대부분이 적어도 한 가지 유형의 광대역 서비스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최상의 광대역 옵션은 무엇일까? 각각의 초고속 서비스 유형(전화선 및 케이블, 위성)은 장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거주지가 어디냐에 따라 일부 서비스는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옵션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가장 일반적인 선택은 기존의 구리 전화선을 이용하여 ‘디지털 가입자 회선(DSL)’이라 불리는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전화 회사들은 DSL 서비스를 위해 통화선에다 디지털 데이터 채널을 덧붙인다. 물론 기존의 통화 서비스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화 잭 코드마다 설치하게 되는 필터가 디지털 신호와 아날로그 방식의 전화가 섞이는 것을 막아주므로, 통화 음질이 떨어지는 것은 느낄 수 없다. 또한 디지털 채널은 아날로그 신호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원하는 서비스 종류에 따라 데이터가 최고 640Kbps에서 7.1Mbps까지의 속도로 컴퓨터에 전달된다.
DSL 서비스를 받으려면 해당 전화회사 본사로부터 5km 이내에 거주해야 하고, 또 상대적으로 전파 간섭을 받지 않는 전화선이 깔려 있어야 한다. 본사로부터 5km 이상 떨어진 지역이라 할지라도, 어떤 회사들은 위에 기술한 ISDN의 결점과 상관없이 ISDN 선을 통해 DSL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곳 저곳 둘러보는 것이 좋다.일단 서비스업자를 선정했으면, DSL 모뎀을 사서 스스로 설치할 것인지, 아니면 전화회사에 기술자를 보내달라고 할 것인지를 정한다. DSL 서비스업자들 중 상당수가 자기 설치 프로그램을 시험하는 단계에 있으므로, 설치비를 아끼고 싶으면 한 번 알아보는 것도 좋다. 필자의 경우는 스스로 설치한 결과, 별로 신통치 않았다.
내부 모뎀과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시작은 제대로 된 듯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필자의 컴퓨터가 연결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면서 발생했다. 계정 등록을 마치기 위한 서명을 할 수가 없었다. 기술 지원 요청을 사흘씩이나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벨 애틀랜틱사에서 파견한 기술자가 와서 새 버전의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설치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 기술자의 말은 자기 경험상 상자에서 뜯어내기가 무섭게 작동이 되던가, 아니면 기술자를 부르던가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었다. 초보자라면 자기 설치 옵션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다.
케이블 모뎀 서비스를 고려할 때도 마찬가지 문제가 떠오른다. 케이블 TV 업체가 제공하는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 역시 DSL과 비슷하게 작동된다. 디지털 데이터가 가정에 있는 보통의 아날로그 TV 신호에 부가되어 더해지는 것이다. 신호는 케이블 잭에서 텔레비전과 컴퓨터로 갈라져, 비디오 신호는 텔레비전으로 보내고 디지털 데이터는 컴퓨터로 보낸다. 컴퓨터로 디지털 데이터를 수신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컴퓨터에 맞는 인증된 케이블 모뎀을 장착하기만 하면 된다.
DSL과 케이블 중 어느 것이 품질이 좋은가는 서비스 제공자가 누구냐에 달린 문제다. 그러나 구체적인 숫자를 비교하면 현재로서는 DSL보다 케이블이 우위에 있는 듯하다. 그 주된 이유는 같은 가격으로 데이터가 컴퓨터에 보내지는 속도가 대략 3Mbps 대 640Kbps라는 점 때문이다. 다운로드 속도는 10Mbps까지 가능하지만, 케이블 업체들은 현재까지는 이를 고객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유를 하나 더 달자면, 같은 케이블선을 공유하는 고객 수가 500명 이상일 수도 있으므로, 고객 수가 늘어날수록 서비스 속도는 줄어들 수가 있다. 이렇게 공유하다 보니 보안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회선을 쓰는 고객들끼리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꺼내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해당되지 않는 문제다. DSL과 위성 서비스는 본사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경로를 고객에게 별도로 하나씩 제공하고 있다.
쌍방향 광대역 위성 서비스는 몇 가지 전송 문제를 안고 있다. 에코스타와 디렉 TV를 포함한 직접 전송 위성 TV 서비스에서 보듯이, 위성 데이터 서비스를 받으려면 남쪽 방향의 하늘 쪽으로 방해물이 없어야 한다. 애초 400Kbps의 속도로 수신하는 데이터 신호는 60×90cm의 타원형 안테나에 잡히고, 안테나 중앙에 튀어나온 소형 송신기를 통해 반송된다. 집안에 설치되는 장치는 DSL이나 케이블 서비스와 유사하다. 에코스타에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알겠지만, 안테나에서 선을 끌어다가 컴퓨터에 부착된 전용 모뎀에 연결한다. 혹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N 서비스를 받고 있다면, 모뎀이 내장된 컴퓨터를 새로 사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그렇게 해야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필자는 그 이유가 잘 납득이 안간다. 기존의 PC에 위성 모뎀을 다는 옵션은 내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성 연결에 드는 초기 비용은 상당하지만, 그에 따른 혜택이 없지도 않다. MSN과 에코스타를 위해 위성 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하게 될 회사들 중 하나인 질래트 새털라이트 네트워크사에 따르면, 수요만 있으면 별도의 대역폭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매주 목요일 밤 8시 정각에 생중계 공연을 하는 연극 시리즈물에 가입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 정해진 시간마다 완전한 생중계 화상을 보내는데 필요한 대역폭이 가입자의 위성 서비스에 보태진다.따라서, 가입자가 공연을 감상하는 동안, 식구 중 누군가가 웹 검색을 한다 하더라도 고속 서비스를 받는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광대역 속도에 맞춰 구축된 웹사이트에 접속하려면 인터넷 속도가 얼마나 빨라야 할까? 광대역과 관련된 일반 법칙으로는 CD 음질의 소리를 들으려면 128Kbps는 되어야 하고, 완전한 동화상을 얻기 위해서는 300Kbps는 되어야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인터넷 자체가 늘 그런 속도로 데이터를 보내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웹사이트에서는 표준과 광대역의 오디오/비디오 프로그램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런 기술을 최대로 이용하는 광대역 오디오/비디오 서비스는 광대역 서비스 제공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신시내티에 사는 ‘브로드윙 줌타운 DSL’ 가입자라면, 편당 25센트에서 3달러 95센트의 대여료를 내고 ‘인터테이너’ 채널을 통해 영화와 뮤직 비디오, TV 프로를 빌려다 자신의 PC를 통해 볼 수 있다. 가입자는 마치 VCR을 사용하듯이, 정지, 일시 정지, 되감기, 빨리 감기 등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신시내티에 거주하지 않는 탓에 인터테이너 비디오의 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가 없다.
다만 필자가 지금까지 보았던 풀스크린 비디오에 대해서 말하자면, DVD에 근접하는 화질을 가졌다고 할만한 것이 없었다. 마치 더빙이 잘못된 VHS 테이프를 보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게다가 가입자들이 대부분 17인치나 그보다 작은 화면으로 볼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별 큰 장점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유형의 비디오에 대한 수요가 아직 초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2-3년 안에 화질이 크게 개선되리란 기대는 해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 대여 역시 수요에 따른 비디오 서비스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최소 대역폭 요건은 심지어 오디오 및 비디오보다도 높다.
인터넷은 대략 300Kbps에서 운용되므로, CD-ROM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 특히 복잡한 게임을 즐기려면, 그 연결 속도가 256Kbps에서 712Kbps, 혹은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온라인 소프트웨어 대여회사 미디어 스테이션의 부사장 앨런 맥 레넌은 지적한다. 미디어 스테이션사는 연결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입자의 컴퓨터에 저장되는 데이터의 양을 조정함으로써 게임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미디어 스테이션사의 ‘실렉트플레이(9달러 95센트)’나 인투 네트워크사의 ‘플레이나우 (9달러 99센트)’와 같은 서비스는 100 종류의 게임과 참고 자료, 아동들을 위한 교육용 CD-ROM 등에 액세스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가입자가 CD-ROM을 사지 않고도 광대역 연결을 이용하여 마치 CD-ROM을 쓰듯이 서비스를 받아 쓸 수 있는 것이다. 저장된 게임과 같이 가입자의 개인 정보는 그의 컴퓨터에 저장된다.
실렉트플레이는 가입자가 자신의 계정에 다섯 개의 프로필을 만들게 하므로, 어린 아이들이 ‘둠’과 같은 잔혹한 살인 게임 속으로 들어가 헤매는 상황을 막아준다. 플레이나우 역시 보호자 제어 장치가 있다. 그러나 프로필이 하나 뿐이므로, 가입자가 성인용 내용에 접속한 후에는 반드시 제어장치를 재설정해야 한다.
광대역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꼭 컴퓨터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현재 가장 재미있는 서비스 중 하나인 ‘인터넷 라디오’가 있다. 외양은 책상 위에 놓는 기존의 라디오와 비슷하지만, 이 특수한 인터넷 라디오를 통해서 전세계의 방송을 모두 들을 수 있다. 그 첫 제품들로는 소닉박스의 ‘임밴드 리모트 튜너(50달러로 컴퓨터가 필요하다)’, 커뱅고의 ‘인터넷 라디오(300달러)’, 오디오램프 닷컴의 ‘아이래드 인터넷 기기(399달러)’ 등이 있다.
외국 방송의 주파수를 잡으려면 간단히 라디오의 다이얼만 돌리면 된다. 광대역에 의한 인터넷 연결은 상시 대기라는 속성을 갖고 있어, 음악이나 기타 프로그램을 즉시 시작할 수 있다.
가정에 정보와 오락을 전달하는 여러 가지 광대역 인터넷 장비 중에서 인터넷 라디오는 그 첫 번째 주자이다.
광대역 서비스를 TV에 연결시키면, 언젠가는 케이블 방송을 보듯이 리모컨으로 영화를 주문해 감상할 수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필자는 상시 접속 상태인 광대역 서비스가 별도의 혜택이 없더라도 쓸만하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주가를 알아보거나 쌀과 닭고기로 만들 만한 저녁 요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에 로그인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해 고심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인터넷은 이제 일만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생활을 위한 도구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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