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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한국화학연구소 박노상 박사

한국과학재단과 서울경제신문사는 제 40회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7월 수상자로 한국화학연구소의 박노상(朴魯祥·51) 박사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지난달 10일 과학기술부 상황실에서 한정길 과학기술부 차관 등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朴박사는 몰핀보다 진통작용은 강력하면서도 마약성 부작용을 없앤 새로운 비마약성 진통제 「캡사바닐(Capsavanil)」을 개발, 국내의 신약 개발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교수직 유혹도 뿌리치고 연구소 지켜
한국화학연구소 연구팀장인 박노상 박사는 세미나에 갈 때도 빼놓지 않는 그림이 한 점 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인 ‘대장간’. 물론 그가 그림 애호가여서는 아니다. 박노상 박사는 그 그림의 어떤 점에 의미를 두느냐는 물음에 “대장간 그림은 협동의 의미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망치를 든 대장장이, 풀무질하는 소년, 쇠집게를 든 사람 등 모두 무쇠라는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땀흘리는 모습이죠”라며 후덕하게 대답한다.

“강력한 약효를 내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진통제를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그의 신약 개발 연구는 ‘캡사바닐(Capsavanil)’이라는 획기적인 전신진통제 개발로 그 결실을 맺었다. 기존의 전신진통제는 몰핀과 모 제약회사가 개발한 펜타닐(Pentanyl), 그리고 유도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물질들은 습관성, 탐닉성과 같은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朴박사는 이런 문제점에 주목하면서 고추에 들어 있는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의 분자 구조 변형에 연구 초점을 맞췄다. 캡사이신은 40년대 후반부터 신체의 국소나 전신에 지속적인 진통 작용을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유도체합성 연구와 진통제로 개발이 시도됐던 성분.

朴박사의 연구팀은 캡사이신의 분자구조를 바꾸고 분자사슬의 길이를 변환시키는 1,500번의 실험을 강행했다. 그리고 결국 1993년 이 물질의 합성에 성공했고, 1996년 정부의 선도 물질 개발사업인 G-7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던 동아제약에 이 기술을 넘겼다.
이번 과학기술자상 수상의 배경도 이러한 높은 수준의 신약개발과 국내 제약업계의 발전에 있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심사위원들은 “그동안 국내 신약개발은 신물질 개발에 성공해도 단순히 초기기술 형태로 외국기업에 양도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캡사바닐의 개발로 신약 상용화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캡사바닐의 개발은 국내 제약산업계의 발전은 물론, 기술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며 한결같이 공통된 평을 했다.

이 신약은 또한 엄청난 외화획득도 기대된다. 캡사바닐의 상용화 및 판매가 확실시되는 2005년에는 전세계 외용 진통제 시장이 26억달러 규모로 이 신약의 연간 매출액은 2억 5천만 달러 정도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 신약기술의 경상기술료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10년간 무려 1억 5천만 달러에 이를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신약개발 주도
물론 朴박사의 과학자 인생이 탄탄대로만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시작이 한발 늦은 늦깎이 과학자였다.
대학을 마칠 무렵, 지금은 고인이 된 임기홍 교수를 스승으로 만나면서 ‘화학’이라는 학문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는 은사를 ‘연구에 대한 열정과 올바른 자세를 이끌어준 분’으로 기억한다.

임교수는 주중에 실험실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시키고 휴일엔 함께 한강변에서 약초를 캐도록 하는 등 朴박사에게는 까다로운 스승이었다. 그런 스승의 가르침 덕분에 신약개발이라는 험난한 길을 걸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朴박사는 설명한다.

연구원들간의 믿음과 팀웍도 신약개발 결실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는 부족한 재정지원과 정부출연 연구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냉대속에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진행시킨 연구원들이 있었기에 이번 프로잭트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朴박사는 ‘신약을 비롯한 연구개발에 대한 성과는 연구원 모두의 몫’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한다.

신약개발은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그만큼 도전이 어려운 영역. 하지만 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뇌졸중 예방과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생활의 질과 밀접한 부분이면서 연구 역사도 짧아 어려운 분야지만 ‘신약개발’이라는 명제를 위해 박노상 박사는 지금 또다시 개발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 박노상박사 약력
48년생
72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학사
78년 독일화학회 회원
82년 독일 함부르크대학 약화학연구소 이학박사
82년 한국화학연구소 중추신경계연구팀장
95년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
98∼99년 대한약학회 학술위원장
2000년 한국화학연구소 연구팀장, 대한화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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