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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비행복

1리터 남짓한 액체가 비행복 속에서 출렁대는 것을 반가워할 전투기 조종사는 없다. 그러나 스위스의 라이프 서포트 시스템즈사가 개발하여 최근 미 공군이 시험을 끝낸 새 비행복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옷 속에 든 액체가 조종사들을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하기 때문이다. 전투기가 9-G(중력가속) 회전을 하게 되면, 항공기의 부속 하나하나가 평소보다 아홉 배는 더 무거워지게 된다. 조종사의 혈액 역시 평소보다 무거워져 하체로 쏠리게 되고, 따라서 뇌의 산소가 부족해지는 결과를 빚는다.

1980년대 중반 조종사의 목숨까지 앗아간 사고가 잦았던 것도 중력 가속도의 급격한 상승이 수초 동안 조종사를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기존의 반중력 비행복을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압축 공기가 비행복을 부풀게 하여 조종사의 하체를 조이게 만들고, 결국은 피가 아래로 쏠리는 것을 막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스위스에서 선보인 리벨레 비행복은 이런 방식과는 아주 다르다. 표면이 이중으로 된 이 옷은 바깥쪽 면을 늘어나지 않는 천으로 만들고, 안쪽 면은 늘어나면서도 방수처리가 된 막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두 면 사이에 1.3 리터의 액체를 집어넣었다. 그 결과, 중력이 커지면 액체가 즉시 반응하여 아래로 모인다. 기존의 반중력 비행복과 달리, 리벨레 비행복은 혈액의 흐름을 제한하기 위해 압축 소매나 공기 주머니는 물론, 중력을 감지하는 복잡한 조종밸브도 필요 없다.



유체 정역학을 이용하여 반중력 비행복을 만들려는 생각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나온 발명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액체가 자그마치 25리터나 드는 것이어서 실용성이 없었다. 스위스와 독일 공군이 시험한 바에 따르면, 리벨레를 착용한 조종사는 기존의 반중력 비행복을 착용한 조종사보다 더 큰 중력을 이겨낼 수 있었으며, 비행복 착용에서 오는 불편함이나 피로감도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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