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성통신사업은 이미 현실 생활 일부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아마 지금과 같은 탐사 계획이나 노력으로 본다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상당수 벤처 기업가들이 달과 소행성에서 천연자원을 채굴하거나 태양광으로 발전한 전기를 지구에 공급하는 등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름다운 은하수 밑으로 푸른 지구가 돌고 있는 모습은 지구상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우주만이 지닌 황홀한 장관이다. 이를 만끽하기란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일 수밖에. 그러나 지금까지 그림 엽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러한 이국적이고 황홀한 경치를 실제로 만끽할 수 있는 우주 휴양지를 건설하려는 야심 가득한 몇몇 기업가가 나타났다. 더욱이 이들이 설립할 우주 휴양지는 상공 160km 지점에 건설된다고 한다. 본지는 전 우주비행사이자, 현재 우주 관광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에드윈 E. 버즈 알드린 2세로부터 우주 여행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최장기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다니엘 S. 골딘과 만나 재직기간 동안 이룬 우주개발 프로그램 발전 과정을 들어보았다.
우리는 이 우주 특집 기사를 통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류의 최후 미개척지인 우주를 정복하려는 인류의 노력과 계획, 일정 등이 과거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았다.
지난 수년 동안, 우주 관련 분야 사업가들은 저비용 발사로켓과 조립식 인공위성은 물론, 저비용 고효율의 태양열 에너지 발전과 획기적 암 치료제 제조 방법 등 우주기반사업을 수행할 유망 기업들을 설립했다. 또한 신기술 개발에도 수억 달러를 투자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NASA측은 이 기업들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1998년 우주상법(CSA)이 통과된 이후, 민간 기업과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 상당수 기업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NASA의 이러한 조치는 순전히 민간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NASA 상업화계획담당 행정보좌관인 다니엘 톰은“NASA는 우주 왕복선과 국제우주정거장에 매년 55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지만, 이 시설을 이용하는 기관은 오직 NASA뿐이다. 우리 목적은 민간 사업자와 제휴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충분한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NASA와 민간 사업자 사이는 여전히 껄끄럽다.
민간 사업자들은 대부분 NASA가 우주의 상업화 계획을 좌절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텀린슨도 “NASA는 사업파트너로서는 신뢰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게다가 민간 업체가 정부에 프로젝트 허가를 신청하면, 정부는 시간만 질질 끌며 결정을 미루기 일쑤다. 간신히 허가를 받는다 해도,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대부분 지연되거나 취소되기 때문에 업계는 “우주사업에 아주 진저리를 치고 있다”고 불만이다.
하지만 짐 벤슨의 경우는 예외다.‘실용적 몽상가’를 자처하는 그는 1990년대 초 열풍을 일으켰던 소프트웨어 산업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1995년에 회사를 매각하고 나서 잠시 한가한 생활을 즐긴 후, 실리콘 밸리에 스페이스데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계획하는 사업은 ‘우주의 포장배달 서비스’다.
스페이스데브사가 개발한 첫 배달 ‘트럭’ 중 하나가 바로 칩샛(CHIPSat). 2002년에 발사될 이 인공위성은, 태양계 주위의 고온가스를 연구하는 버클리대 실험장비인 우주고온행성간 플라즈마 분광계(CHIPS)를 실어 나르게 될 것이다. 일단 본 궤도에 진입하면, 캘리포니아주 포웨이에 있는 스페이스데브사의통제센터가 칩샛을 조정, CHIPS에서 보내오는 데이터를 스페이스데브사가 수집하게 된다. 비록 칩샛은 NASA의 대학 익스플로러 프로그램에 따라 버클리대의 실험 전용으로 개발되기는 했지만, 스페이스데브사는 칩샛을 인공위성 제작에 드는 경비를 절감하려는 과학자들에게 팔고 있다.
이 회사 외에 또 다른 민간회사가 우주정거장까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 분야는 현재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다른 민간회사는 바로 셸리 리 해리슨과 데이비드 로시가 워싱턴시에 설립한 스페이스해브사다. 이 회사는 우주왕복선 화물실에 원통형 가압실을 설치하여 이미 14회나 비행에 성공했다.
조만간 15번째 비행이 예정돼 있는 스페이스해브사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세 번이나 물자를 공급했을 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미르 정거장에 음식물과 산소, 필수 하드웨어를 보급하기 위해 일곱 번이나 비행한 적이 있다.
해리슨은 “심각한 위험에 처했던 미르 정거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자랑한다. 스페이스해브사는 우주선 내에 우주비행사 업무실을 제작하는 업무도 한다. “우주 왕복선은 내부공간이 부족한데, 본사 모듈은 우주비행사가 움직일 수 있는 작업 공간을 3~4배 확대해 준다” 고 회사측은 말했다.
이 스페이스해브사가 제작한 모듈은 주로 무중력 연구실험실로 사용되는데, 비행 실험실 사용료는 시간당 계산된다. 1998년에 존 글렌을 포함한 우주비행사들이 이미 이 실험실에서 각종 실험을 한 바 있다. 플로리다주 플랜테이션에 있는 바이오테크 회사인 비라겐사의 사장 겸 CEO인 제럴드 스미스는 자사가 이 무중력 실험실 제작에 투자한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 회사는 간염과 암 치료제인 인터페론을 제조한다. 인터페론을 제조하려면, 백혈구와 바이러스를 믹서기처럼 생긴 생물 반응기에 넣고 프로펠러를 이용하여 혼합해야 한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연약한 백혈구가 프로펠러 위로 끌려와 상당수가 죽기 때문에 인터페론을 제조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우주에서는 백혈구가 가사상태에 있으므로 반응기 측면에 충돌하지 않고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스미스는 “백혈구는 무중력 상태에서 2배에서 최고 30배까지 더 많은 인터페론을 생산할 수 있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인터페론 시장 규모가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무중력 실험실에 대한 투자는 분명 수지맞는 장사다. 이렇듯 우주공간에서 제품을 생산하여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노리는 실질적인 노다지는 달의 암석에 있다.
투손에 본사를 둔 루너 익스플로레이션즈사와 뉴욕 힉스빌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 스페이스 리소스즈(ASR)사는 달에 로봇 탐사선을 파견, 여기서 채집한 암석과 토양을 NASA에 연구용으로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 루너 익스플로레이션즈사 설립자인 앨런 바인더는“NASA측에서 이미 달 탐사대가 구입해야 할 50개의‘구입품 목록’을 작성했다”고 말한다. 탐사대를 한번 파견할 때마다 1억 달러가 소요되지만, 이에 못지 않은 많은 이익이 기대된다.
또한 달은 궁극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다. 버지니아주 알링톤에 소재한 달 탐사 기업인 루너코프사는, 현재 지프차 크기의 준지능형 로봇 달 탐사선을 시험하고 있다. 이 탐사선은 태양풍에 의해 달에 옮겨온 핵원자로 연료인 헬륨-3을 찾을 것이다. 루너코프사 설립자인 데이비드 검프는 “헬륨-3은 매우 안전한 핵발전 원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달은 모든 국가가 미국과 같은 에너지 부국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태양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휴스턴대 우주시스템 연구소장인 데이비드 크리스웰은 주장한다. 70년대에 과학자들은 태양열 에너지를 달에서 지구로 극초단파를 통해 전송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지만, 관련 장비를 달에 운반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 절감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크리스웰은 달에 태양열 전지판을 구축해 이를 해결했다. 태양이 비치는 달 표면 양끝에 공장을 두고 달에 있는 물질을 이용하여 태양열 전지판을 만들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우주비행 비용이 대폭 줄지 않는다면 별 이득이 없다. 결국 “위성발사 비용이 가장 큰 문제”라고 검프는 말한다. 현재, 1kg의 물체를 우주 궤도에 진입시키려면 2만~6만 달러가 든다. “빵 한 덩어리를 달에 보내는 돈이면, 금 한 덩어리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우주 비행에 엄청난 돈이 낭비되고 있는 셈”이라고 텀린슨는 말한다.
NASA-록히드-보잉 등 소수기관에서만 추진되고 있는 저비용 발사로켓 개발에 대한 다른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우주비행재단은 2000년 11월 8일까지 2kg의 물체를 고도 200km까지 처음 쏘아 올리는 팀에게 250,000달러를 수여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 페어 오크스의 JP 에어로스페이스사와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의 인터오비털 시스템즈사가 시험비행을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한편, 통신위성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을 제외한, 대부분 우주산업 기업들은 “고객이 없다”며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NASA조차도 달에서 채취한 물질을 구매하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스페이스데브사의 야심 찬 ‘니프(NEAP) 프로젝트’도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프는 소행성을 탐사하며 물과 주요 광물을 수집하는 인공위성인데, 자금난으로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심지어 연간 매출액 1억 달러로, 신흥 우주 기반 기업들 중 가장 탄탄한 스페이스해브사도 NASA 때문에 침체기를 맞고 있다. 해리슨은 “우주왕복선 개조와 우주정거장 건설이 지연돼 비행 기회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이 바로 민간 우주산업이 지닌 어쩔 수 없는 한계다. 민간 기업이 아무리 열의를 가지고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NASA로부터 자금지원이 없으면 비행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가운 사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인터넷을 통해 곧 마련될 조짐이다. 실리콘밸리의 멀티미디어 회사인 드림타임사는 NASA에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드림타임사 설립자인 빌 포스터와 칼리튼 루슬링은 이번 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올리려고 한다. 인공위성을 통한 고화질 TV방송, 디지털 우주사진 데이터베이스, 교육 및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는다는 게 이들의 계산이다. 포스터는 “우주산업은 올림픽과 메이저리그를 합한 것과 맞먹는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고 말한다. 게다가 포스터는 우주산업의 수익성을 자신하고 있다. 드림타임사가 이미 익사이트 앳 홈과 록히드마틴, 스미모토 은행, 옴니컴 그룹을 위시한 후원업체로부터 충분한 자금을 지원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금조달이 쉬워지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우주산업 벤처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스페이스해브사는‘스페이스미디어’라는 자회사를 신설했으며, 러시아 RSC 에네르지야와 합작하여 국제우주정거장에 뉴스, 오락, 교육 전담 방송국을 설치해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우주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우주 관련 TV 다큐멘터리와 달 여행 등 우주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현재로선 스페이스미디어사가 우주산업 전체 수익성을 진작시킬 마지막 연결고리일 수 있다. 텀린슨은 “과거에 탐험가들이 우주 비행에 나섰지만, 이제는 사업가들이 나설 차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와 같이 일하는 우주 사업자들은 너무 큰 기대를 품거나 약속을 자제하는 상태다. 아주 먼 미래에나 가능할 수 있는 목표를 미리 내세워 현실감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많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벤슨은 이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정부와 전혀 관계없이 상업적 목적을 가진 민간 탐사대를 우주로 보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주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