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냉동인간, 사람을 얼렸다 녹였다?

사람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이를 만족하고자 하는 욕구. 이것은 우리가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상상에서 현실로 바뀌어가는 과학. 이 상상이 실현되는 곳이 바로 영화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꿈꾸고 있는 과학들을 찾아보자.

사람을 얼렸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녹이면 그 사람은 얼기 전과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까. 단지 시간만 흘러가 있는 것일까. 일종의 타임머신 같은 냉동인간.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는 냉동인간이 어떤 식으로 연출되는지 살펴보자.

영화 <데몰리션맨>에서는 엉뚱하게 쓰인 냉동보존기술을 보여준다. 다루기 힘든 험악한 죄수들을 냉동시켜 버린 것. 간수도 필요 없고, 난동 부릴 염려도 없고, 생명유지 프로그램만 돌려주면 되는 냉동감독인 것이다. 게다가 죄수들은 고통도 없고 늙지도 않으니 그들에게도 나쁠 건 없다.

영화 <스모크>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25년 전 한 젊은이가 알프스로 스키를 타러갔는데, 불행히도 그는 눈사태를 만나 영영 돌아오지 못했고 시체도 찾지 못했지. 그후 세월이 흘러 당시 어렸던 그의 아들이 청년이 되어 스키를 타러 갔다네. 그런데 커다란 바위 위에서 샌드위치를 꺼내다 저 아래 얼음 속에 누군가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어. 마치 거울 속의 자기를 보는 것 같았거든. 시체는 얼음 속에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는데, 그가 바로 자기 아버지였던 거야. 그런데 아버지의 모습이 아들보다 더 젊었다는 거야. 아들의 인생에는 시간이 흘렀는데, 아버지의 인생에는 시간이 멈춘 거지.”

영화 <스모크>의 감독 웨인 왕은 이 장면에서 아들이 아버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젊은 시절에 죽은 아버지보다 더 많이 세상에 대해 고뇌하고, 더 많이 세상을 이해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다. 늙는다는 것은 인생의 깊이를 이해한다는 것으로 생리적 노화가 그 전부는 아닐 것이다.



냉동인간의 꿈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1875년 독일의 린네가 암모니아를 이용한 냉동기를 처음 개발하면서 냉동기술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그후 1964년 미국의 에팅거 교수가 “인간을 냉동시켜 보존하는 것이 가능하고, 해동시키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만약 그의 말대로 인간을 냉동 보존시켜 지금의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암을 완전히 고칠 수 없으므로, 암환자를 냉동 보존시켰다가 암이 정복된 미래에 다시 해동시켜 고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팅거 교수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불사주의협회’를 만들어 현재 냉동 보존을 희망하는 수많은 환자들의 후원으로 냉동 보존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에겐 죽음도 치유 가능한 질병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간의 냉동 보존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품어 왔다. 우선 냉동을 하게 되면 인간의 세포는 여러 가지 손상을 입게 된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 부피가 10% 정도 증가해 세포의 부조를 파괴해 버린다. 또 얼음 결정이 생기면 세포는 탈수현상으로 인해 쭈그러들고 만다. 해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문제점이 생긴다. 그러나 1950년 정자와 적혈구를 냉동 보존하는 데 성공하면서 냉동 보존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되었다. 물고기를 급랭하였다가 다시 살리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항온동물인 개를 냉동시켰다가 다시 살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 있는 생명체를 냉동시킬 수 있는 걸까. 현재 냉동하는 데 사용하는 방법은 세포 조직이 냉동과정 중에 손상되지 않도록 글리세롤 용액에 넣고 영하 193도 정도로 급랭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생체 시계가 그 작동을 멈춰 세포는 노화하지도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수천년 후까지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원리는 1997년 복제양을 만들 때도 성공적으로 사용되었다. 이 가설이 맞다면, 냉동보존 기술은 인간의 신체에 본연적으로 내재된 시간을 냉동시켜 우리를 먼 미래로 보내주는 일종의 타임머신인 것이다.
박세훈기자 <isurf@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