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21세기’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대부분은 70∼80년 뒤의 일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만큼 세계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변화의 속도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 시기의 특징인 것이다. 그러므로 범람하고 있는 모든 미래예측들을 믿을 필요는 없는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물결을 이루며 우리들 삶을 근본부터 변화시키고 있는 과학적 성과들 앞에서 누구나 인정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21세기는 생명공학의 세기’라는 시각이 그것이다.
생명공학, IT와 결합해 바이오정보산업으로 발전
1985년을 전후해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이루어진 유전자 조작에 의한 단백질을 베이스로 한 의약분야는 본격적인 보급 국면에 있는 한편, 농업 바이오는 95년 전후에 비로소 산업화가 시작되었다. 환경분야는 대기오염, 기온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2010년경 막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에는 생명공학과 정보기술의 결합이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명공학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생명공학은 ‘인간의 경제적 요구와 수요에 부응하여 생물의 유전암호를 재프로그램’하는 bioinformatic industry 개념으로 급속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게놈혁명도 IT와의 융합화로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의 활용 등 IT는 데이터의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가장 핵심적인 기반이자 방법론이다.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생물정보학 산업의 요석으로 자리잡아
이러한 방법론은 게놈혁명의 급속한 전개를 떠받치고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제야 이러한 가능성들이 널리 인식되기에 이르렀고, 생물정보(Bioinformatics)에 대한 관심도 전례 없을 만큼 고조되고 있다. 더나아가 과학자들은 생명체 속의 유전자 네트워크·경로를 조사해서 컴퓨터로 세포나 생리·병리 시스템을 모델화해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병행해 연구를 진행하는 시대(Physiomics)로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야말로 보건, 식량, 환경 등 생명공학의 주요 응용분야에서 유전체해석 및 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바이오인포메틱스(생물정보학)는 과학·산업의 요석(要石)으로 자리잡았다.
테크놀러지 로드맵 작성 등 마케팅 전략에 힘쏟을 때
최근, 과학기술부 등 생명공학관련 정부부처들은 유전체연구 관련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과 같이 유전체 정보가 직접적으로 상품화되어 유통되는 시장이 형성되는 형태는 되지 않고 있지만, 유전체정보가 지향해야만 하는 코스를 밟아 가는 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바이오 인포메틱스, 그리고 소재로서의 DNA 연구에서 BT와 IT 및 전자산업 등의 융합화로 거대시장 창출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IT분야 기업의 참여가 필요시 되는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자체적인 생물산업을 육성해 나가려면 국내외 현황을 분석하면서 공급측면에서 국가 생명공학 테크놀러지 로드맵과 같은 것을 작성하고, 한편으로는 수요와 시장이 어떠한 형태로 생겨나는 지 상세하게 검토해 나가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연구기관-벤처-대기업간의 네트워크 구성으로 협력 공고히
미국에서 바이오 벤처가 성공한 배경에는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을 비롯하여 대기업의 상업화 역량(자본력, 생산시설, 규제 경험 등)과 벤처기업의 혁신기술역량 등 3대 주체간에 각종 연구개발계약이나 전략제휴 등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모델이 우리 환경에 반드시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우리 나라에서도 대기업의 생명공학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기관-벤처기업-대기업간의 네트워크도 정비되어야 하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의 산학연이 협력한 TRM 작성 노력 등을 통하여 상호간 역할 분담과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계획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생명공학에 대한 규제, 적극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그러나 이러한 생명공학에 대하여 한편에서는 적극적인 연구와 투자로부터 얻어질 것으로 보이는 전례 없는 잠재력 및 경제적 부에 대한 주장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공공의 인식과 바이오안전성 등과 맞물려 있는 계속적인 논쟁과 불확실성이 결부되어 있다.
필자로서도 생명공학의 윤리 및 안전성 문제에 있어 사회 전반의 합의와 더불어 규제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생명공학의 시대를 대비하는 보다 적극적인 측면에서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생명공학 산물로서의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불확실성에 기인한 국민의 오해와 거부감을 줄이고 오히려 소비자로 하여금 관련제품을 신뢰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 경험했던 바와 같은 지나친 규제로 인해 생명공학계의 R&D와 발전이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복성해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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