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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자동 무인군용 전투차량 개발경쟁

윌리엄 레드 휘태커는 커다란 미국 국기 앞을 오가며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최우선적으로 해치워야 할 10가지 작업 목록이야. 이것들을 다음주 금요일까지는 끝마쳐야 해”라고 그가 고함을 친다.
어느 11월 아침 피츠버그에서는 카네기 멜론 대학의 행성 로봇 연구소가 들어서 있고 통풍이 잘 되는 한 격납고에서 휘태커의 제자들인 이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 30명이 잠잘 시간도 없이 격무에 매달리고 있다.

한쪽 구석에는 투박한 모습의 군용급 험비 트럭이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낸 채 놓여 있다. 이 팀에서는 트럭에 정교한 전자장치 설치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일단 설치가 되면 4개월 후 로스앤젤레스 외곽에서 라스베가스까지 210마일을 이론상 아무런 조종없이 스스로 달려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그랜드 챌린지 상금 100만 달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휘태커의 팀원 한 명이 대담하게도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하며 자동차의 완충요소 성능을 좀 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트럭에 정교한 전자장치 설치
“주요 부품에 손상을 입히면 안되잖아요.” 전직 해군 장교 출신의 로봇공학 교수인 휘태커는 190센티미터의 거구를 일으키며 말했다. “자, 내가 다시 반복하겠는데 자네들 시간도 충분히 있었고 모형도 만들었으니 더 이상의 실험은 안 돼. 기술적인 완벽성 추구도 좋지만 실행력도 중요하다네. 이제 기술적인 완벽성 추구를 한 걸음 양보해야 해.” 2,000마일 서쪽에서는 앤소니 레반도우스키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남부에 있는 한 간이식 지하 침실에서 일주일 채 새우잠을 자며 지내왔는데, 계단 몇 개를 올라간 곳에는 화장실을 개조해 만든 작업실이 있었다. 그는 23세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산업공학과 대학원생인데 DARPA 그랜드 챌린지 상금을 타내기 위해 다음날 아침 중요한 실전 테스트를 할 계획이었다.

군사무기 개발사들도 포기한 과제
“처음 목표는 완벽한 원격조종 기능과 일부 자동 주행 기능을 지난 주말까지 개발하는 거였지만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아서 이 지하실에 박혀 있는 겁니다. 이곳이 연구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라고 그가 말한다.
레반도우스키가 몇몇 학부생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중인 이 연구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군사 무기 개발 계약업체들에서도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비포장도로용 자동주행 차량 제작은 물론 비포장도로용 자동주행 오토바이도 개발하는 것이다.

9개월째 연구중인 그는 이 대담한 계획에 중압감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오늘밤 레반도우스키는 초라한 침실에서 등 한 번 붙이지 않고 강행군을 하면서 소프트웨어 체인의 중요한 연결부인 주행 조종 프로그램상의 결함과 씨름하고 있다. 작업실 문은 그가 질식하지 않도록 거리로 향해 열려 있다. “백만 달러 상금에는 관심없어요”라고 레반도우스키가 말한다. “두뇌가 우수한 사람들이 제가 못할 거라고 한 일을 제가 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싶은 겁니다. 현재로선 그 사람들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며칠 후 400마일 남쪽에서는 10대 아이들이 만든 회사가 나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곧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갈 거에요”라고 톰 레이몬이 말한다. 상쾌하고 햇살이 따가운 오후에 레이몬이 보관해 둔 아쿠라 SUV를 캘리포니아 모자브 사막의 도로로 끌고 가 푹푹 빠지는 모래 위에 놓자마자 바퀴와 서스펜션이 모래에 빨려들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연구결과 가로채기도
사실 레이몬은 고등학생이 아니라 아메리칸 혼다의 부사장이기 때문에 DARPA 그랜드 챌린지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부상한 팔로 베르데스 고교 로드 워리어 팀 멤버가 아니다. 레이몬은 로드 워리어팀의 “자문위원”이다. 이 팀의 자문위원들 중에는 방위산업계나 항공업계, 또는 자동차업계와 깊은 관계가 있는 부모들이 많아서 아이들의 연구 노력을 지원하지만 때론 연구 결과를 가로채기도 한다.

하지만 이 SUV에는 탄 순진한 로드 워리어 팀원들은 서로 조언을 하고 재치있는 말장난을 하거나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사막에서의 시험 주행을 즐긴다.
“이봐, 이 차 여기서 망가뜨리면 나중에 경주에는 뭘 끌고 나갈거야?”라고 뒷좌석에 앉은 15세의 카트리나 데시몬이 소리친다.

2015년까지 전체33% 무인차량 교체
지난 20년 동안 비포장도로용 자동주행 차량 제작을 위해 필요한 각 부품들은 상당히 잘 작동되었다.
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레이저와 레이다, 음향탐지기들과 위성 추적으로 삼각측량법에 의해 차량의 위치를 전세계 어디에서나 찾아낼 수 있는 GPS 시스템, 실제 세계의 시각적 지형 정보를 차량에 탑재된 지도에 압축해 넣을 수 있는 맵핑 시스템은 모두 뛰어난 장치들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시스템 통합”이라는 방식으로 완벽하게 통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멀고도 험한 지역을 운전자 없이 홀로 주행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것이다.
DARPA는 2015년까지 군용 지상 차량의 1/3을 무인차량으로 교체하라는 국회의 지시를 받고는 그랜드 챌린지 프로젝트를 통해 이 분야를 개척하기로 결정했다.

학계와 개인 연구가들이 전력을 다해 비포장도로용 로봇공학 난제를 해결하도록 해 만약 기발한 해결책이 나오면 개발 경쟁에 나서길 꺼리는 대형 방위산업 업체에서 이를 제품으로 개발해내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이미 진행중이던 연구들에 관심을 집중시켜 이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도록 하는 겁니다.
특히 이전에 정부나 대형 방위 산업체와 별 관계가 없던 사람들의 연구에 불을 붙이는 겁니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 계획은 축소되고 로드 워리어 계획은 확장되는 것이다.
경주 참가 신청용 기술 논문들을 제출한 여러 대학과 기업가 마인드를 갖춘 엔지니어들 중에서 선별된 25개 팀이 2003년 12월까지 DARPA 상금 100만 달러의 최종 수해자를 결정하기 위해 최종 모집에 응했다.

이 분야에 정통한 평가자들은 칼텍이나 테라맥스팀(오하이오 주립대학과 오쉬코쉬 트럭 제조사의 연합체)과 차량 2대를 출전시키고 록웰과학사 출신 핵심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L.A. 지역 팀 사이오토닉 같은 오버봇 최강팀을 선호할 수도 있다.
모두 훌륭한 팀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세 후뵘을 자세히 살펴 보면 이 사업의 전반적 성격을 보다 잘 알 수 있다.

극히 짧은 시간에 충분치 못한 자금으로 너무 많은 일을 하려는 열정적인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동기와 태도가 두드러져 보인다. 휘태커가 이끄는 카네기 멜론 레드팀은 경쟁을 좋아하고 로봇 분야에서 탁월한 팀으로 조직적이고 철저한 규율에 따라 현존하는 최고의 기술을 만들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레반도우스키의 블루팀은 이와 정반대로, 단일 궤도 오토바이형 기관차와 같은 혁신적인 생각에 본인의 경력을 걸고 자청한 탁월한 발명가가 만든 팀이다. 그는 수많은 세부적인 기술들이 가급적 알아서 해결되기를 바란다.

이 두 팀 중간쯤에 해당하는 것이 팔로스 베르데스 고교 로드 워리어팀이다. 이 팀은 양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한 편에서는 16세의 천재 소년과 첨단 기술 시대의 컴퓨터가 힘을 합쳐 시각 기술을 연구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대회를 의식한 엔지니어 부모들이 이 팀이 예전같으면 참가할 생각조차도 못했던 경주에서 멋진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피츠버그에 있는 대부분의 공장들이 수년 전에 이미 문을 닫았지만 펜실베니아 서부의 거친 계곡과 날카로운 협곡들이 펼쳐진 풍경에서 여전히 산업 도시의 활기가 느껴진다. 이게 바로 레드 휘태커식 마을이다. 블루칼라들의 활기와 앤드류 카네기가 자신이 설립한 대학에 유산으로 남긴 억척스런 스코틀랜드식 격무의 광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는 그런 직업 윤리가 마음에 듭니다”라고 휘태커가 말한다. 그는 수요일 아침 레드팀 로봇 수업을 끝낸 뒤 정상 스케줄에서 딱 한 시간의 짬을 내어 사무실 의자에 앉아 앞으로 몸을 숙인채 인터뷰에 응했다.
“오늘 아침 만난 친구들 대부분이 공학을 의과대학원이나 법률대학원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 친구들에게는 기술자의 삶이 멋진 미래를 만드는 수단이거든요.”

세 단계로 나눈 필드테스트
자기 이름을 따서 그랜드 챌린지에 도전할 팀 이름을 지은 사람이니 본인을 다소 신화적 존재로 다뤄도 반대하진 않을 것이다. 피츠버그 프레스는 휘태커의 등반대 동료들 중 한 명이 페루 안데스 산맥 차크라라주 산에서 추락사한 사건을 다뤘을 때처럼 레드팀 이야기를 충실하게 다룸으로써 전설을 만들어 놓았다.

그 당시 지방 관할 기관에서 사체 회수 요구를 거절하자 휘태커는 페루로 날아가 산을 오른 다음 친구의 사체를 직접 가지고 내려 왔다.
그는 일단 시작한 일은 반드시 결말을 짓고 싶어한다. 그랜드 챌린지에 도전하기 위해 휘태커는 레드팀의 준비를 공식화와 개발, 필드 테스트의 세 단계로 나누었다.

계획 기간동안 핵심팀을 경기가 시작될 캘리포니아 바스토우에 파견해 실제 경기 조건하에서 테스트 차량을 1월까지 계속해 가동시키면서 어쩔 수 없는 버그들이 해결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레드 팀은 내부적으로 정한 마감시한에 끊임없이 쫓기면서 10월과 11월에 필연적으로 여러 밤을 새울 수 밖에 없었다.
로봇 연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휘태커는 이제 막 박사학위를 받은 레드팀의 프로그램 천재인 27세의 크리스 엄슨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엄슨과 그의 아내는 불행하게도 레드팀이 주행 테스트에 들어가기 직전에 첫 아기를 보게 되었다. “맙소사”라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왜 그렇게 놀라는 겁니까?”라며 휘태커가 크게 웃는다. “지금 군대에는 자식들을 여러 달 동안 못 보고 있는 군인들도 있습니다. 여기서도 뭐 대단하거나 특별한 것은 없지요.”

다른 나라에 배치를 받는 것이 차라리 매일 새벽 세 시에 집에 들어가 혼자서 애를 키우는 부인의 얼굴을 봐야 하는 것보다 낫 다고 말하자 휘태커는 필자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실생활 적용 로봇 개척자
“부인을 잘못 만나셨군요.” 이런. 필자는 카네기 멜론 대학에 머문지 이틀 밖에 안 됐는데도 이혼하고 팀에 붙어 살라는 얘기를 듣는 참이다. “본인이 진정으로 선택한 삶을 살고 있냐고 묻고 싶죠?”라고 그가 말한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일을 하려고 태어났으면 이게 바로 제 삶이니까요.”

휘태커는 그의 표현대로 전통을 만들어낸 몇 안 되는 억척스런 개척자들 중 한 사람으로 자동화 기계 분야에서 상당히 유용한 틈새를 발견해 발전시켰다.
그가 개발한 단테 로봇은 1993년에 남극에서 운석 수색 작업을 수행했고, 파이오니어 로봇은 2000년에 체르노빌 사고때 구조적 피해를 측정했다.

그라운드호그 로봇은 지난 5월 펜실베니아에서 10km에 달하는 탄광의 지도를 작성했다. 목전에 경기를 앞둔 채 휘태커는 이미 레드팀을 이끌고 참가할 다음번 기술 경쟁에 관해 생각중인데, 그가 그랜드 챌린지 2탄이라고 부르는 이 기술 경쟁에서는 중상을 입은 운전자 대신 조종을 맡아 하는 스마트카가 개발 대상이다.

“우리는 로봇공학의 미래를 위해 경쟁을 합니다”라고 휘태커는 말한다. “경쟁을 통해 이론 연구를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숲이 울창하고 부자들이 많이 사는 L.A. 공항 남쪽에 자리잡은 팔로스 베르데스 고교는 90년대에 베이비붐 세대들의 낮은 출산율로 문을 닫았다가 불과 2년 전에 다시 문을 열었지만 아직 상급 학년 반이 없다. 이 학교의 로드 워리어 팀이 그랜드 챌린지 팀을 규합하려 하고 있다는 소식은 이 지역 신문사의 좋은 기사감이 되었다.

두 눈을 감으면 원대한 꿈에 도전하는 아이들에 관한 코끝 찡한 디즈니 영화 예고편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예선전 출전 자격을 받은 25개 최종 선발팀에 뽑힌 덕분에 DARPA로부터 성실하게 경쟁에 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제 우리가 풋내기가 아니라 카네기멜론 대학과 캘리포니아공대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췄음을 보여줘야 합니다”라고 팀장인 그레이엄 로버트슨이 말한다. 그는 펜실베니아의 과학 교사로 불그레한 얼굴에 상당히 멋진 호주인이다. “그렇지만 똑똑한 고등학생이 못 해낼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 센서 판단 고교생이 주도
장애물 탐지 알고리즘이나 센서들의 판단 모두 아이들이 주도합니다.” 지난 4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을 때 로버트슨은 기술에 밝은 아이들을 몇 명 모아 아마추어 무선 클럽을 결성하자고 말했다. 대화가 GPS 네비게이션까지 확대되자 15살짜리 신입생 조 베벨이라는 아이가 그랜드 챌린지 얘기를 꺼냈는데, 이 소식이 남캐롤라이나 대학 전기공학 교수였던 베벨의 엄마 앨리스 파커에게 통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아마추어 무선 클럽 얘기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펜실베니아식 교실에서 열린 일요일 오후의 팀 회의는 거의 난장판이었다.
칠판과 수업 시간표 주변을 서성거리며 돌아다니는 다소 산만해 보이는 아이들의 평균 연령은 15세 정도였다.

아이들에 평균 연령 15세
참석한 부모들은 자녀의 학업 성적 문제 때문에 불려온 부모들처럼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온화한 로버트슨 선생은 베벨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조, 너 ‘시각 문제’에 관해 생각중이구나? 아직 해결이 안 됐지.” 혼란한 와중에 학교의 미래를 좌우할 대표 학생을 격려해 준 것이 차라리 잘 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베벨은 로드 워리어를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현실로 바꾸어 놓은 기술 논문 대부분을 작성했다. 이것을 그의 엄마가 전문적인 프로그램으로 번역한 후 남캘리포니아 대학 컴퓨터에서 실행까지 해 보았다. “하지만 실제 팀을 이끈 것은 조였어요”라고 앨리스 파커가 힘주어 말한다.

이렇게 해서 국가 방위를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또 한 번 든다. 사실 로드 워리어팀은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팀의 학생들 대부분은 물론 앨리스 파커조차도 그랜드 챌린지의 마감기한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이 팀이 자체 일정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고 싶어 한다.
“제 목표는 이 프로젝트가 어설프게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라고 파커가 말한다. 대부분 기업체 엔지니어나 관리자인 다른 부모들은 이 팀이 그랜드 챌린지에 나갈 수만 있다면 이미 실용화된 기술을 도입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만약 아이들이 뭔가 알아야 할 게 있다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영입될 것입니다”라고 학부모이자 보잉사의 수석 엔지니어인 그레그 라슨이 말한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대개 이 아이들의 이웃이거나 부모들이기 때문입니다.”

실현 불가능한 일에 도전
베벨은 이 문제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일단 우리가 뭔가를 만들어 놓으면 조언해 줄 어른이 참여해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도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을 학생들이 도맡아 하는 한 어쨌든 깊은 인상을 줄 테니까요.”

앤소니 레반도우스키가 그랜드 챌린지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자기에게 딱 맞는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설계도를 제출할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2003년 2월 L.A.의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 경기에 대한 DARPA의 최초 공식 발표를 들은 뒤 버클리로 돌아오던 도중 그에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차를 몰고 막 산을 빠져 나오려는데 오토바이들이 제게로 달려오더니 흐르는 물이 바위에 부딪쳐 갈리듯 나뉘어지는 거였어요. 바로 그때 바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었죠”라고 그가 회상한다.

자동 주행 오토바이? 레반도우스키는 지극히 어렵고 거의 실현 불가능한 길을 택했다. 자신만의 조직적인 방식으로 레반도우스키는 오토바이의 이론적 장점들을 찾아낼 수 있다. 오토바이는 가볍고 날렵하며 안정된 자세로 고속주행이 가능해 우거진 숲의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장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다.

파리에서 다카르나 바자 같은 곳까지 거친 도로로 달리는 경기에서 오토바이는 경주용 자동차에 거의 근접한 속도로 달릴 수 있지만 탑승감이 좋지 않아 사람들이 오토바이 타기를 꺼린다. 하지만 자동주행 경주에서는 분명 이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멋진 발견이다.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 사람이 타지 않은 오토바이는 쓰러지기 쉽다는 점이다.

이 문제에도 해결책이 있어 레반도우스키는 이 해결책에 집중적으로 매달려 있다. 하지만 너무 열중한 나머지 인식과 경로 발견, 주행의 기본적 과정과 관계없는 이론적 문제들까지도 하나하나 해결하려 하고 있다.
경기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접근 방식은 정신나간 짓인데 그도 이 점은 인정한다. “왜 꼭 바퀴 두 개짜리여야 하는지 아직도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비포장 도로용 오토바이
적어도 공학적으로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비포장도로용 오토바이를 갖고 싶었어요”라고 그가 말한다. 하지만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이혼한 프랑스 관료 엄마 밑에서 자란 그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비포장도로용 오토바이를 꿈꾸기 어려웠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으로 이사와 미국인 아버지와 살면서 미국인 10대가 된 후에도 그는 공부를 좋아하고 자제력이 강한 아이였다.

레반도우스키가 오토바이 푹 빠지게 된 것은 아무도 이전에 하지 않은 일을 하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게 제 천성인 것 같아요”라고 그가 말한다.
“전 남들하고 달라보이고 싶지만 머리를 이상하게 염색하는거 말고 뭔가 좀 더 재미있는 일을 벌려서 그렇게 되어 보이고 싶어요. 전 뭔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면 금방 그것에 싫증을 느끼게 되요. 문제인 줄은 알지만 억지로 피하려 하진 않아요.”

5분의1 크기 오토바이로 실험
2미터 가까운 훤칠한 키의 레반도우스키는 버클리 대학 학부생 시절 그는 보트팀과 배구팀에서 활동했던 때문인지 육상선수 같은 우아함과 침착함이 느껴진다. 그는 현재 살고 있는 말끔하고 쾌적한 집을 “신중한 계획을 가지고” 샀다고 말한다. 주택 구입 대금의 일부는 여러 가지 인터넷 부업으로부터 번 돈으로 지불했다.

그는 그랜드 챌린지에 참가할 블루 팀을 자신의 인터넷 벤처 기업과 같은 구조로 구성했다. 레반도우스키가 모든 경비를 지불하고 지적재산권도 모두 갖는 식이다. 가장 어린 학부생 동료가 설계한 작품도 그의 소유이다. 모두들 나름대로 각자 열심히 하지만 학점을 따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게 아니라 레반도우스키의 능란한 언변에 설득되거나 자동 주행 오토바이 자체를 멋지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상이 없으면 계속 몰아붙이기가 힘듭니다”라고 그가 인정한다. “‘어, 저번 주에 중간고사가 있었네’라는 소리에 대꾸할 만한 구실을 생각해 내는 게 가장 큰 일이죠.”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레반도우스키의 임기응변보다 훨씬 강력한 것은 초대규모 프로젝트에 참가해 자신의 가치를 본인과 까다로운 아버지, 그리고 세상에 입증해 보이고자 하는 그의 집념이다.



1백만달러 상금에 2백만달러 투자
결과적으로 그는 이것저것 약속은 잔뜩 해놓고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만 로봇계 연구자들은 이를 잘 모른다.
필자가 교외에 있는 버클리를 처음 방문해 유리로 된 실험실에서 그가 오토바이를 조종하는 걸 보고 받은 첫 느낌도 그랬다. 작업실에 놓여 있던 오토바이는 실물이 아니라 야마하 125cc 산악용 오토바이를 1/5로 축소해 만든 30cm짜리 모형이었다.

“이걸 캠퍼스에서 실제로 시험해 봤어요”라고 레반도우스키가 설명한다. “교수님들한테 돌진하게 해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하지만 진짜 오토바이였다면 사람이 치여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미니 오토바이는 레반도우스키가 직면해 있는 문제를 잘 보여 준다. 이 오토바이는 똑바로 서 있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무심코 멀리서 주스를 휙 뿌리기만 해도 비틀거리다가 보기 좋게 한 쪽으로 넘어져 버린다. 오토바이 경주 선수들이라면 대개 교묘한 방향 전환이 해결책이라고 할 것이다. 즉, 오토바이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려고 하면 앞바퀴를 재빨리 오른쪽으로 돌려 넘어지려는 힘을 상쇄시킴으로써 오토바이가 다시 똑바로 서도록 하는 것이다.

필자가 미니 오토바이를 시험삼아 조종하다가 저지른 실수처럼 오른쪽으로 너무 강하게 꺾으면 오토바이가 왼쪽으로 휙 기울어져 밀려 나가거나 좌우로 정신없이 흔들리다 비슷한 모양으로 땅에 미끄러지며 넘어진다. 하지만 결국 제대로 조종을 하게 된 미니 오토바이가 도랑 위로 날아 시야에서 사라지자 델마와 루이스 같은 짜릿함이 느껴졌다.
마감이 임박했다. 레드 휘태커는 월요일 오전 101 강의실에서의 로봇 강의(카네기멜론 대학이 레드팀을 지칭하는 말)에서 다시 한 번 경기 날짜까지 109일 밖에 안 남았다고 상기시킨다.

휘태커는 자동차에 후원업체의 문양을 입히는 작업을 맡은 팀원들에게로 향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휘태커는 이 작업이 “민감한 문제”라고 말한다.
DARPA 참전팀들 중 자금이 넉넉한 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레드 팀은 100만 달러의 상금을 타기 위해 소요되는 200만 달러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업체의 홍보 문구를 적극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자금과 장비 지원을 받는다. “지금 작업중이예요”라고 홍보 문구 장식 담당 팀원이 대답한다. 하지만 초보자가 들어도 뭔가 부족한 대답임을 눈치챌 수 있다. “‘작업만 하지’ 말고 이제 좀 끝마쳐 주면 안되겠나?” 휘태커가 쏘아붙인다.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 봐.”

자동차와 관련된 다른 문제들도 손쉽게 해결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휘태커와 그의 팀이 당면한 문제들 중 가장 까다로운 것은 자동차가 볼 수 있게 하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것이었다.

출전차량 눈으로 LIDAR 선택
80년대 중반 카네기멜론 대학과 다른 연구기관의 로봇 공학자들은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하고 차량이 운전자 없이 주행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기초적인 컴퓨터 조종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시도했다. 도로의 직선을 인식하고 따라 갈 수 있는 기본 패턴 인식은 컴퓨터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역동적인 3차원 공간 구조에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비포장 도로의 환경에서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 진행 경로 가운데 놓인 돌을 피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큰 물체가 실제로 돌이나 잡풀 덩어리인지, 혹은 달리고 있는 그랜드 챌린지 경쟁 차량인지 인식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사막에 난 길과 바로 곁의 거친 시골길을 구분하거나 도랑이나 웅덩이처럼 패인 곳을 인식하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레드팀은 출전차량의 “눈”으로 거리 측정 레이저인 LIDAR를 선택했다. LIDAR에서 발사된 광파가 물체에 부딪혔다가 되돌아오면 차량의 컴퓨터가 바깥 세계의 크기와 모양을 인식하게 된다. 거의 3차원 영상에 가깝게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두 대의 비디오 카메라와 레이다에서 수신된 데이터가 외부의 모습을 구현한다. 레이다는 LIDAR와 같은 원리로 작동되지만 정확도는 떨어진다.

사실 그랜드 챌린지에 참가한 대부분이 서류상으로 보면 레드팀 것과 유사한 감지 장치를 고안해냈다. 휘태커는 하드웨어가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레드 팀은 수신된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통합”하는 소프트웨어를 연구중이다. 예를 들어 차량이 어쩔수 없는 모래 구름에 맞닥뜨릴 경우 공중에 날아다니는 모래 입자들 때문에 대책없이 헤매는 LIDAR에 의지하는 대신 먼지 속에서 적격인 레이더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정 촬영 장치라고 할 시스템 개발에 수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었다. 모든 센서들은 짐벌이라는 수평유지 장치에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험비 차량의 앞부분이 땅바닥을 향하든 하늘을 향하든 지상에 대해 일정하고 정확히 조준된 각도로 계속 사진 촬영을 한다. 탑재된 컴퓨터에서는 빗발치듯 쏟아져 들어오는 이미지들로부터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3차원 영상을 구성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론상으로 가능할 뿐이다. 실제로는 센서들이 제멋대로 움직일수록 자동차가 도랑으로 돌진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물론 험비는 경주용 서스펜션과 10인치짜리 서스펜션 틈새가 있기 때문에 쉽게 구르지 않는다. 하지만 경로 탐색 장치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차량에 깔려 망가질 정도만 아니면 괜찮다.

누구나 약자를 좋아하기 마련인데, 특히 “약자”가 부유하고 서로 마음이 잘 맞는 15살짜리 아이들일 경우 더욱 그렇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기업들도 이들 로드 워리어팀에게 자금과 제품 지원을 해왔다.

현재 자동차 산업과의 기술격차
아메리칸 혼다는 펜실베니아 학부모 톰 레이몬의 주선으로 이 팀에 아쿠라 MDX를 제공했는데, 이 차량의 탁월한 컴퓨터 조종 및 주행 장치는 현재의 자동차 산업과 미래의 자동주행 군용 차량간의 기술 격차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사막에서의 SUV 주행 테스트는 바스토우 동쪽 15번 고속도로에서 갈래길을 잘못 들어서 모자브 금렵 지역으로 뛰어 들며 불길하게 시작되었다.

비포장도로용 차량이라 괜찮다면서 로버트슨은 언덕을 넘어 가다가 U턴을 해 사막을 가로지른 다음 다시 출구로 빠져나오면 된다고 말한다. 운전은 필자가 하고 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모래 언덕을 넘어 곤두박질 치다가 큰 바윗돌에 자동차 밑부분이 부딪힌다. “괜찮아요. 배기관이 좀 긁힌 거니까요.” 로버트슨이 태연하게 말한다. 로드 워리어팀은 경기 지형에 익숙하다는 강점이 있다. 팔로스 베르데스 고교는 바스토우에서 차로 세 시간이면 가는 거리이다.

게다가 DARPA에서 어디인지 알아채지 못하도록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해 웹사이트에 올려 놓은 사진을 보고 이 팀에 조언을 해주는 어른 둘이 사진 속의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 알아냈다. 그래서 미리 답사를 해보는 중이다.

험난한 그랜드 챌린지 코스
모자브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온 것처럼 낭만적인 사막이 아니다. 납작한 계곡들이 세이지와 크레오소트 덤불로 뒤덮인 채 사암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누가 보아도 쉽게 경주용 도로임을 알 수 있을 비포장 도로로 들어서자 SUV 조종이 완벽해진다. 우리는 약간 꼬불꼬불하고 무른 모래로 덮인 계곡 도로를 시속 50~80km로 달렸다. 깊이 빠지는 모래와 덤불을 헤치며 시속 10~15km로 달린 예비 주행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로버트슨만은 예외였다.

그는 두 번째 아쿠라 SUV 밖으로 머리를 내민 채 이리저리 부딪히고 위아래로 덜컹거리면서도 마냥 재미있다는 듯 소리를 질러댔다. 함께 시승했던 다른 로드 워리어팀 팀원들은 이 팀에서 아직 완료하지 못한 소프트웨어의 가장자리 인식 능력에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그랜드 챌린지 코스가 너무 험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우리는 가파르게 꼬인 90cm 높이의 내리받이 길인 “중국 벽”에 도달해 처음으로 차에서 내려 차가 울퉁불퉁한 바위들 틈에 끼거나 뒤집어지지 않을 길을 찾았다. 다행히도 차는 프로답게 이곳을 잘 내려왔지만 다른 경쟁 차량의 컴퓨터는 이런 종류의 난관을 얼마나 잘 처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필자의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기술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랬는지 걱정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봐, 제프, 다들 너 차에서 내리라는 걸.” 애쉬톤 라손이 뒤쪽에서 소리친다. 혼다사의 기증자인 톰 레이몬의 아들인 제프가 맞받아친다. “미안하지만, 그거 내 차야.” “야, 널 보면 꼭 내 여동생 같애. 못됐다니까.” 라손이 되받아 친다.

경주로 지도확보가 관건
무료로 기술을 구해오기 위해 애틀란타와 휴스톤으로 날아가기 전 휘태커는 이른 오후에 레드 팀의 핵심 멤버들과 전술회의를 연다. 회의의 주제이자 구해올 기술은 대단히 중요한 지도제작 기술이다. 기술 개발 상태로 볼 때 경주용 차가 거친 사막 지역을 경주로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리기는 불가능하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운전자를 그가 전에 본 적이 없는 장애물 코스에 넣으면 열심히 들이받고 돌아다닌다.

운전자가 그 코스를 1년 동안 연습하게 하면 그는 날 듯이 돌아다니며 머리 속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눈에 보이는 것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레드 팀의 목표는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하고 상세한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경주로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지도는 경주로에 관한 게 아니라 경주로가 통과하게 될 전체 지역에 관한 것이다.레드 팀은 우선 미지질학회가 보유한 이 지역의 공중 촬영 사진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도로와 오솔길, 강둑들이 표시된 미지질학회의 벡터 지도와 경주장 인근의 지역에서 경주로로 사용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을 알려 주는 미토지관리국 웹사이트의 자료들을 추가했다.

그럼 어때서? 잘만 움직이는걸.
레드 팀은 최종 작성된 지도에 경주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도로가 평방 미터 단위로 세밀하게 표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카네기멜론대학 팀은 실제 경기 코스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강둑과 오래된 오솔길 같은 지역들을 답사하고 몇 미터 간격으로 GPS 표식을 해 놓을 것이다. 그런 다음 이 팀은 모든 자료들을 통합해 1미터 간격으로 일명 빵부스러기라는 표시를 해 놓고 이 정보들을 경주용 차에 프로그램해 넣을 것이다.

경기 당일날 레드 팀이 실제 경기 코스를 알아내어 팀원들이 데이터를 입력해 험비가 출발선을 떠나기도 전에 완벽한 코스를 지도로 만들 수 있다면 경기를 하지도 않고서 이미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 될 것이다. “과거에 로봇공학계통의 사람들 중에서 내가 만든 기계를 보고서 ‘저건 로봇이 아니군요. 주변 세계에 대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기계가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어요”라고 휘태커가 시인한다. 모형 오토바이 경주가 끝나고 2주후에 버클리로 돌아온 필자는 레반도우스키와 함께 실물 크기의 오토바이를 닛산 픽업 트럭 뒤에 매단 채 시험 주행 장소로 갔다. 주행 소프트웨어는 마지막 순간에 임시로 통합해 넣었다.

레반도우스키는 오토바이가 한 쪽으로 기우는 정도를 기록해 오토바이 위에 장착된 12볼트짜리 전기 모터로 작동되는 전자식 주행 및 가속 조종장치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저항력을 가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작성해야 한다. 그의 야마하 오토바이는 경기에 참가하는 다른 차량들과 마찬가지로 내부 측정 장치(IMU)에 의해 모니터가 되는데, 이 장치는 무엇보다도 공간에서 방향성을 나타내는 주행자세, 즉 피치(전후 방향 움직임), 롤(측면 움직임)과 요(왼쪽에서 오른쪽으로의 움직임)를 측정한다. 어떤 자동차라도 경기 코스를 따라 얼마나 멀리 갔는지 정확한 IMU 측정치를 얻으려면 주행자세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오토바이의 경우 숙련된 주행자세의 조작, 특히 롤을 잘 조절해야 오토바이가 계속해 수직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컴퓨터가 이런 조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레반도우스키가 앞으로 마스터해야 할 기술이다. 자신의 비전과 현실간의 격차에 직면한 레반도우스키는 더 큰 그림에 집중하면서 새롭게 결의를 다진다. “우리 팀은 경기를 통해 우리가 개발하는 자동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에게 경기는 실전 테스트일 뿐이고 실제 연구는 다음날 시작됩니다.” 라고 그가 말한다.

로봇화된 군의 미래 청사진
레반도우스키는 자신이 차세대 자동주행 군용차량 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팀의 리더들, 특히 전장터의 사령관 같은 개성에도 불구하고 군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관한 얘기만 나와도 정색을 하는 레드 휘태커 같은 사람은 견해가 다르다.

“다른 팀들은 지형 인식 연구를 하고 있고, 저는 자동주행 차량의 기동성을 증가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잘 된 일이죠. 언젠가는 다른 팀들의 시스템이 제 차량에 장착될 테니까요”라고 레반도우스키가 말한다. 로봇화된 군의 미래를 그린 그의 청사진은 미래의 군용 무인 지상 차량(UGV)의 전체 계보를 묘사한 2002년 국립과학학술원의 영향력있는 문서가 되었다.

그는 다른 팀들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덩키(Donkey)나 윙맨(Wingman) 같은 UGV들의 기술적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차량들은 다음 10년 동안 병력 수송과 지원을 수행하게 된다. 레반도우스키는 자신의 오토바이가 최종 형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뒤에 바퀴가 두 개씩 달린 좀 더 안정된 형태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제가 만드는건 터미네이터처럼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단순한 차량입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대체로 평화주의적인 서유럽의 정치 문화와 좌익 성향의 미국 대학의 영향을 받은 레반도우스키는 그의 두 번째 조국인 미국이 로봇 군대를 전세계로 파병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앞으로 제 자금원은 존 디리가 아니라 DARPA가 될 것입니다.”라고 그가 짧게 말한다. 그는 자신이 로봇 닌자 전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것들을 도시에 낙하산으로 투하하면 특수부대처럼 바리케이드를 넘고 탱크가 들어올 수 없는 골목길로 질주할 겁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6미터 주행후 오른쪽으로 넘어져
한편 그는 시험 장소에서 야마하가 직선으로 달리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정지되어 있는 오토바이 위에 놓여있는 노트북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그는 점차 해킹해서 모은 주행 소프트웨어들에 넌더리가 난 듯하다. “문제가 생기면 간단한 해결책으로 우회해서 시도해 봅니다”라고 그가 말한다. 현재 그가 보유한 소프트웨어들의 한계로 볼 때 그의 연구가 실패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뭔가 영감을 얻은 듯 그가 나무 널빤지를 섀시 틈새로 밀어넣어 충격을 흡수하도록 하자 지나가던 엔지니어가 농담을 한 마디 한다. “그렇게 하면 목재를 후미진 지역으로 운반할 수 있겠는걸.”레반도우스키는 기특하게도 재미있어 한다. 그런데 필자가 오토바이를 밀어 시동을 걸고 그가 원격조종기로 조종하자 오토바이가 앞으로 내달아 비틀거리며 거의 직선으로 6미터 가량 가다가 오른쪽으로 넘어져 미끄러지면서 나무를 살짝 스쳐 지나간다. “창피하네요”라고 잠 한숨 못 자고 다소 솔직해진 레반도우스키가 말한다. “아버지가 한심해 하실 거예요.”


3월 8일에 시작될 DARPA에서는 레드 팀과 블루 팀, 펜실베니아 로드 워리어 팀, 그리고 다른 팀들이 출전시키는 모든 자동차를 검사한다. 각 차량은 폰타나에 있는 캘리포니아 경주장에서 자동 장애물 코스를 통과하게 된다. 여기서 통과한 팀들은 3월 13일 바스토우 외곽의 출발선에서 오전 4시 30분에 모인다. 각 팀은 구불구불하게 바퀴자국이 난 340km의 경주로를 따라 설치된 1만개의 경도와 위도 도로 안내판 정보가 담긴 CD를 받게 된다.

이 팀들은 대략 두 시간에 걸쳐 자료를 차량의 컴퓨터에 입력한다. 그런 다음 일년 동안 매달렸던 차량들을 DARPA에 인계한 후 비디오 모니터실로 가 경기를 중계하는 헬리콥터에서 보내 온 영상을 보면서 자신들의 꿈이 실현되거나 좌절되는 모습을 지켜 본다. 오전 6시 30분 경 DARPA는 자동차들을 사막으로 출발시킨다. “쏜살같이 내닫는 대시 주춤거리는 출발이 될 겁니다”라고 네그론 중령이 말한다. 5분 정도 후면 차량들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마지막으로 출발한 로봇 차량이 10시간 정도 달려야 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그런데 이 점이 핵심이다. DARPA의 규정에 따르면 어떤 차량이 우승하기 위해서는 평균 시속 30km 정도로 10시간 이내에 코스를 완주해야만 한다. 만약 10시간 이내에 완주한 팀이 없을 경우 2005년에 2차 그랜드 챌린지가 개최된다.

“모니터링과 검사가 까다로운 경기가 될 겁니다”라고 네그론이 말한다. “만약 로봇 차량이 코스를 벗어나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신속하게 스스로 보정해 코스로 되돌아오던지 저희가 바로 주행을 종료시키고 탈락시키는 겁니다.”
네그론 중령은 올해 경기에서 승자가 나올 거라고 예측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소 회의적이다. 그중에서 SCORE 인터내셔널 비포장도로 경주 협회 회장이자 그랜드 챌린지 경주코스 설계 담당자인 샐 피쉬는 이렇게 말한다. “전 로봇 옹호론자가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자동차 경주 선수일 뿐이죠”라고 피쉬는 말한다. “제 머리로는 로봇들끼리 이런 경주를 한다는 게 이해하기 힘드네요.”

아슬아슬한 탈락자
직업 골프 카트 수리 취미 모래 언덕 주행용 소형차를 첨단 경주용 차량으로 개조하기

DARPA에서 그랜드 챌린지 계획을 공표하며 어떤 지원자든 본인이 제출하는 소프트웨어와 센서가 이론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기술 논문만 제대로 갖추면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들 꿈만 같이 여겼다. 논문으로만 판단할 경우 기술에 정통한 론 랭거의 이론은 로봇분야 전문기관인 카네기 멜론에 필적할 정도로 그럴듯해 보였다. DARPA의 1차 심사를 통과한 45개 팀들 중 하나인 아메리칸 인더스트리얼 매직의 사장인 53세의 폴 그레이슨을 생각해 보자. 그레이슨은 전직 증기기관 엔지니어로 퍼듀 대학과 해군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지난 7년간 본인의 표현대로 연봉 18,000달러에 미시간주 트래버스시의 한 리조트에서 골프 카트를 수선하며 “실력발휘가 안 되는” 일을 해 왔다.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큰 기회를 잡으려고 했던 그는 2003년 가을쯤에 이미 경쟁자들의 대화에 오르내리면서 DARPA가 애용하는 사례가 되었다.

DARPA의 홍보전략은 늘 역경을 딛고 성공한 이야기를 찾고 있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2월 초 그레이슨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의 기술 논문들은 기본적으로 속임수에 불과했다. 그가 묘사한 것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넉넉한 자금과 자료를 모으려고 시간과 신뢰를 얻고자 한 것이었다. 좋은 사례도 있었는데, 펜실베니아 출신의 한 퇴역 육군 장교가 여분으로 남은 군용 트럭 한 대와 그레이슨의 집 앞마당에 있는 낡은 모래 언덕 주행차 한 대를 기증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을 TV를 이용해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것을 비롯해 복잡한 조직을 결성하는 데 따른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다 더 큰 장애물이 끼어들었다. “제 집사람이 이러더군요. ‘만약 트럭을 이곳에 들여 놓으면 내가 나가 버릴 거예요.’”라고 그레이슨이 설명한다.모든 것이 무산되었다. 이제 그레이슨은 DARPA 그랜드 챌린지를 모방한 민간 기구 설립을 도우면서 여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국제 로봇 경주 연맹이라는 이 새 기구의 의장은 라스베가스의 컴퓨터 컨설턴트인 론 핑크이다. 그도 역시 그랜드 챌린지에서 퇴짜를 맞은 후 최근 이혼을 하고 남은 재산을 모두 지난 9월 대회 개회식 준비에 쏟아부었다. “그 정도는 전념해야죠,”라며 그레이슨이 수긍이 간다는 듯 말한다.


1세대 전쟁로봇
3대의 로봇전사들은 이미 실전에 배치

DARPA의 그랜드 챌린지로 무인 지상 전투 차량의 발전은 분명 가속화되겠지만 미 육군과 해군은 이미 이 분야 연구를 적극 지원하며 독립적으로든 원격조종을 통해서든 이 로봇들이 가능한 한 빨리 실전에 배치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미 육군의 미래 전투 시스템(FCS) 프로그램은 현재처럼 강력한 성능과 민첩성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미 육군의 목표는 2010년쯤 원격조종 또는 자동형 무인 차량들을 주요 지상전에 투입하는 것이다.

“현재 개발되어 실전배치되고 있는 군용 로봇의 기능은 세 가지입니다. 단조롭고 지저분하거나 위험한 임무들을 수행하는 것입니다”라고 군용 로봇 개척자인 스콧 마이어가 말한다. 그는 메릴랜드 웨스트민스터 소재 제너럴 다이나믹스 로보틱 시스템스사의 사장이다. 세 종류의 살상용 로봇이 FCS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유나이티드 디펜스 인더스트리사는 미사일과 중구경 박격포로 무장한 5톤짜리 차량인 무장 로봇 차량(ARV)을 제작중이다. 이 장비는 다른 무기들을 요격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하고 소형 센서들을 전장터에 살포하게 된다.

록히드 마틴사의 후보작은 뮬(MULL), 또는 복합 기능 다용도/병참 및 장비용 차량이다. ARV보다 작은 뮬은 부대를 따라 거친 지형이나 도심의 폐허로 들어가며 보병용 장비와 탄약을 수송하고 부상병을 후송하며 지뢰 탐지나 대전차 무기 또는 기관총을 발사한다. 이런 차량들은 이미 원형이 제작된 상태로 DARPA의 무인 지상전 차량 시범 프로그램에 따라 테스트중이다. 세 번째로 가능성 높은 시스템은 무인 지상 차량(SUGV)으로 룸바 로봇 진공청소기 제작사인 아이로봇사 제품이다. SUGV는 원격조종 정찰 전술 로봇이 될 것이다. 계단을 오를 수 있고 센서를 갖춘 음료수병 크기의 로봇을 통해 병사들은 시가전에서 모퉁이 반대편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로봇에 수류탄 발사기를 장착하고 방향성 마이크와 동작 감지기를 갖추어 야간 보초를 세워 놓고 병사들이 잠을 잘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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