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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의 첨단 미래 자동차] 미래 운전방식 결정할 어번 챌린지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은 오는 11월 인공지능 무인 로봇자동차 경주대회인 ‘제3회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는 사막을 무대로 펼쳐졌던 예전과는 달리 장애물 코스가 구비된 가상의 도시에서 열려 어번 챌린지(Urban Challenge)라고 명명됐다.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19억 달러( 1조7,650억원)로 추산되는 전 세계 차량용 인공지능 로봇시장은 물론 미래 인류의 자동차 운전방식까지 결정지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골렘 그룹(Golem Group)의 리처드 메이슨[왼쪽]은 자신의 자동차가 소형 센서와 스마트 노트북을 이용해 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그의 경쟁자인 MIT 팀의 케오니 마헬로나[위]와 그의 동료들은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자신들이 결승점을 먼저 통과할 것으로 믿고 있다.

어번 챌린지는 가상도시의 장애물 코스에서 실시된다. 참가 팀은 GPS나 레이저, 화상 카메라 등의 첨단장비는 물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이번 대회는 모두 20여개 팀이 참가할 예정으로 트랙A와 트랙B로 나뉘어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이중 트랙A는 서면 제안서의 우수성을 토대로 선정되는데, DARPA로부터 인공지능 로봇자동차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 받는다.

강력한 우승 후보는 골렘 그룹의 골렘(GOLEM), MIT 팀의 탈로스(TALOS), 그리고 스탠포드 대학 팀의 주니어(JUNIOR) 등이다.

골렘은 크라이슬러의 닷지 램 2500, 탈로스와 주니어는 각각 SUV인 포드 이스케이프와 폭스바겐의 파사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한 골렘의 무인 자율주행 능력은 GPS 시스템을 축으로 하고 있는 반면 탈로스와 주니어는 각종 센서와 레이더, 그리고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하는 실시간 탐색시스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중량 1.6톤의 SUV인 포드 이스케이프가 스타트 라인에서 급발진하자 운전자의 몸이 뒤로 쏠리며 저 멀리 있던 오렌지색 장애물 두 개가 쏜살같이 다가온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은 MIT 팀의 신참내기 박사 요시 쿠와타는 운전대를 건드리지 않고 창밖을 내다보지도 않는다. 그 대신 검은색 배경에 밝은 점 2개가 표시된, 계기판에 탑재돼 있는 대형 LCD만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다.

점이 센서 범위에 들어오자 SUV는 스스로 속도를 줄이더니 운전대가 저절로 돌아가며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후 장애물 사이를 누비듯이 빠져 나간다.

쿠와타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료 개스톤 피오레는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지만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실제 포드 이스케이프가 속도를 내며 낡은 건물을 향해 다가가자 자동차 안은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피오레가 전자 뷰파인더(EVF)를 통해 밖의 상황을 확인하며 SUV가 건물을 인식할 수 있도록 미친 듯이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는 와중에도 쿠와타는 만약을 대비해 자동차를 강제 정지시킬 수 있는 변속기어 옆에 장착된 밝은 적색의 ‘E-stop’ 버튼을 바라본다.

뒤쪽의 범퍼에 탑재돼 각종 장비에 전원을 공급하는 3,000와트 가솔린 발전기가 귀청이 터질듯 한 소리를 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곳은 매사추세츠 주의 캠브리지에 위치한 해군 전용 활주로. 지금은 폐쇄된 5만4,000여평의 콘크리트 도로 위에서 아주 위험한 실험이 펼쳐지고 있다.

쿠와타와 피오레는 지금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주최하는 인공지능 무인 로봇자동차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다.

GOLEM

전략: 지도를 믿어라

골렘 그룹은 GPS 지도를 활용한 무인자율주행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닷지(Dodge) 트럭에 각종 첨단장비를 설치했다. 이동방식은 주변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기보다는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GPS
시스템의 명령에 의존하며, 센서는 경로상의 장애물 탐지 역할만을 수행한다. 즉 골렘은 노트북 한 대만 있으면 모든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다.

보닛 위에 장착된 안테나[1]가 GPS와 내비게이션의 신호를 수신하면 골렘 특유의 정밀위성위치확인시스템(dGPS)이 고도로 정확한 주행경로를 설정한다.

지붕 위에 달린 레이저 센서[2]가 초당 20회 속도로 회전하면서 차량 주위 360도의
지형지물 위치를 확인하는 동안 보닛 위의 레이저 장치가 최고 64m 이내의
상하 90도 영상을 확보, 탐색 결과의 정확성을 배가시킨다.

범퍼에는 180도 시야의 광선 레이더[3]가 장착돼 차량 근처의 위험을 감지한다. 센서에 의해 얻어진 데이터는 앞좌석 아래에 설치된 근거리통신망인 이더넷 네트워크[4]에 입력되는데, 여기에서 관성측정장치(IMU)가 차량의 속도·방향·거리 등을 측정해 거리 계산을 돕는다.

리눅스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레노보 노트북[5]이 자동차에 명령을 내리면 컴퓨터와 차량의 스로틀(throttle), 운전대와 브레이크 사이에 위치한 제어회로가 구동 박스[6]에 명령을 전달해 차량을 움직인다.

박스 중앙의 청색 모터 드라이버는 운전대, 우측의 검은색 공압식 드라이버는 브레이크를 제어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탑승한 이 SUV는 시속 32km 이상의 속력을 낼 수 없고, 사람이 운전하지 않기 때문인지 운전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더욱이 자동차가 장애물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장애물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때 스스로 멈춰 설 것인지 조차도 전혀 알 수 없다.

포드 이스케이프가 소형 SUV이기는 해도 시속 32km의 속도로 건물과 정면충돌 한다면 앞 부문 1m 정도의 차체는 얼마든지 종이처럼 구겨질 수 있어 쿠와타와 피오레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두 사람은 소프트웨어가 안전한 주행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게 기다리지만 사실상 믿음을 잃은 상태다.

건물과의 거리가 채 100m도 남지 않았음에도 자동차는 이를 인식하지 못한 듯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SUV가 눈앞에 건물이 있음을 인식한 듯 갑자기 급정거를 시도했고, 이에 놀란 쿠와타가 버튼을 눌러 자동차를 세웠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그는 조용히 “소프트웨어에 아직 버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단 시간 내 모든 코스 완주해야

센서와 컴퓨터 프로세서를 구비하는 데에만 무려 50만 달러(약 5억원) 이상을 투입한 이 프로토타입 SUV는 MIT 팀이 세계 최대 인공지능 로봇자동차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장소는 미정이지만 11월로 예정된 이 행사의 이름은 어번 챌린지(Urban Challenge). 무인 로봇 차량을 전투현장에 배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DARPA가 세 번째로 개최하는 대회다.

제1회 행사는 지난 2004년 사막에서 열렸는데, 우승자 없이 입상자만 배출했다. 차량들이 파손되는 바람에 누구도 레이스를 끝내지 못했던 것.

코스가 비슷했던 제2회 대회 역시 10시간이라는 제한시간 안에 주행을 끝낸 것은 4개 팀에 불과했다. 우승을 차지한 스탠포드 대학팀, 카네기 멜론 대학의 2개 팀, 그리고 민간 엔지니어들의 컨소시엄인 팀 그레이가 그 주인공이다.

2년이 흐른 올해의 레이스는 더욱 어려워졌다. 교차로 진입하기, 고장 차량 피해가기, 콘크리트 블록 선회하기 등 사람이 직접 운전해도 위험천만한 시나리오에 맞춰 장애물이 가득한 가상의 도시를 횡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교, 군납업체, 동호회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최대 20여개 팀들이 참가신청을 완료한 상태로서 최단 시간 내에 모든 코스를 완주하는 팀에게 우승이 돌아간다.

모든 참가팀들은 차량의 최고 주행속도가 48km로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경미한 접촉사고는 물론 심각한 차량파손을 초래할 수 있는 정면충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디펜딩 챔피언인 스탠포드 대학팀의 소프트웨어 팀장 마이크 몬테메를로는 “정확한 장애물 탐색과 회피 기술의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번 레이스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위험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우승자에게 돌아올 엄청난 혜택 때문에 기꺼이 위험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걸린 상금은 우승팀 200만 달러(20억원)를 비롯해 2위팀 100만달러, 3위팀 50만 달러 등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특히 트랙A에 속한 MIT 팀 등 11개 엘리트 그룹은 서면으로 제출한 시스템 구성도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DARPA로부터 적지 않은 개발지원금을 받았다.

그러나 모든 참가팀들은 돈 보다도 전 세계 로봇공학 분야의 재력가들이 이 대회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좋은 성과를 올릴 경우 이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무인 로봇자동차의 선구자로 부상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들은 인류에게 완전한 자동조종 자동차 시대를 열어준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TALOS

전략: 도로를 주시하라

MIT 팀은 다양한 센서들을 장착하고 이로부터 얻어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판독하기 위한 강력한 컴퓨팅 능력의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했다.

골렘과 달리 탈로스의 GPS시스템은 대략적인 주행경로를 결정할 때만 사용된다. 주행시스템의 핵심은 레이저와 레이더, 비디오카메라다.

지붕 위의 레이저[1] 세 대가 초당 75회의 속도로 도로를 스캔, 장애물을 탐지한다. 46m 밖에 있는 6.3㎜ 크기의 물체도 감지된다.

앞 범퍼의 레이저 3대는 건물 등 고정된 물체의 탐색에 쓰인다. 앞 유리와 보닛에도 805m 바깥의 물체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 센서 세 대가 장착돼 있다.

SUV 곳곳에 달려있는 비디오카메라[2]는 색깔로 차선을 구분하거나 경쟁차량의 위치확인에 사용된다.

이들로부터 모아진 방대한 정보는 1GHz 프로세서 40개가 들어 있는 슈퍼컴퓨터[4]에서 고속 처리되며, 그 결과를 앞좌석 모니터[3]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슈퍼컴퓨터는 가정집 두 채와 맘먹는 4kW의 전력을 소모한다.

현재 기어 구동에 필요한 모든 동력은 후미에 장착된 3,000와트급 발전기[5]가 공급하고 있는데, 대회 개최일 이전까지 엔진에 4,000와트급 교류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전력원을 차량 내부로 옮길 예정이다.

골렘과 탈로스의 T자형 교차로 진입 방식

골렘은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주로 GPS를 이용해 운행되며, 소수의 센서를 활용한 추측으로 지도에 없는 장애물을 탐지한다.

반면 탈로스는 주변의 모든 지형을 완벽하게 재구성하면서 최신 센서와 슈퍼컴퓨터를 바탕으로 우회, 정지 등의 결정을 내린다. 아래 그림은 골렘과 탈로스가 각각 T자형 교차로에 진입하는 방법이다

GOLEM

1. GPS 좌표와 관성측정장치(IMU) 센서의 데이터를 디지털 지도에 입력, 정지할 위치를 사전 숙지한다. 다른 차량이 교차로에 접근할 때를 가정해 차량이 경로까지 추론한다.
2. 골렘은 다른 차량과의 충돌 없이 우회전과 가속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DARPA가 제시한 자동차 3대 분량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좌측 61m 이내에서 시속 48km의 속도로 달려오는 차량을 인식해야 한다.

3. 레이저 센서를 통해 직진 중인 차량이 있는지 스캔한다. 차량이 감지되면 대기한다. 수차례의 스캔 결과, 다가오는 차량이 없으면 속도를 올려 우회전 한다.

TALOS

1. 비디오카메라가 도로의 백색 정지선을 식별, 교차로에 정지한다. 좌측의 레이더로 진행 중인 차량이 있는지 탐색한다. 소프트웨어가 카메라와 레이더에서 확인된 모든 물체에 대한 가설을 생성한다.

2. 다가오는 물체가 진짜 자동차인지 단순한 센서의 오류인지 결정한다. 자동차로 판단되면 해당 차량의 속도, 방향, 가속을 측정하고 향후 움직임을 예측한다.

3. 예측결과 우회전 시간이 충분할 경우 레이저 센서를 활용해 길모퉁이를 분석한 후 회전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한다. 그 중 가장 효율적이며 우아한 경로를 선택한다.

정교한 코드와 강력한 컴퓨팅이 핵심

2년 전 스탠포드 대학팀의 우승은 자율로봇 공학이 발전하려면 정교한 프로그래밍 코드와 강력한 컴퓨팅 능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물론 이는 로봇공학 분야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시 몬테메를로, 데이빗 스태븐스, 헨드릭 달캠프 등 세 명의 프로그래머는 약 6개월 동안 모하비 사막에 있는 한 바에 머물면서 맥주잔을 앞에 놓고 밤새 정확한 코드를 구성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매일 아침마다 사막 트랙에서 그 결과를 시험했다.

결전을 4개월여 앞두고 그들은 피닉스 인근의 호텔 객실로 철수,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마라톤 작업을 계속한 끝에 기술적으로 앞선 것으로 평가됐던 카네기 멜론 대학팀을 물리칠 코드를 완성해냈다.

이후 세 사람은 펜티엄 프로세서 6개를 인텔 쿼드코어 프로세서 10개로 대체, 성능을 4배가량 향상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올해 처녀 출전하는 MIT 팀의 에드윈 올슨, 알버 황, 데이빗 무어는 바로 이때 스탠포드 대학팀의 우승을 지켜보며 참가의 뜻을 모았다. 이후 이들은 교수진들의 도움을 받아 라이벌 팀의 장단점을 정밀 분석하는 축구팀 감독처럼 비디오를 통해 경기장면을 세밀히 연구해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6월 황은 스탠포드 대학팀의 알고리즘 중 하나를 역으로 이용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11월경에는 올슨에 의해 자동차가 바라본 100여m 길이의 전경과 도로를 깔끔하게 묘사해주는 코딩 작업이 완료됐다.

최근에는 다가오는 차량을 감지하고 그 차량의 방향을 보여주는 기능이 추가되는 등 정교함이 더해졌다. 탈로스는 날이 갈수록 정교해졌다.

세 명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청동 괴물 로봇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들이 창조해 낸 인공지능 무인 로봇차량의 이름을 ‘탈로스(Talos)’로 결정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자동차의 판단이 중요



무인 로봇자동차 레이스는 결국 자동차 스스로 불확실성에 대처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다.

MIT 팀은 이를 ‘불확실성의 추정(uncer-tainty estimation)’이라고 부르며 스탠포드 대학팀은 좀 더 그럴 듯하게 ‘확률 로봇공학(probabilistic robotics)’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확률 로봇공학은 스탠포드 대학팀이 2005년 우승할 당시 팀의 리더였던 세바스찬 스런이 처음 사용한 단어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이들이 연구하고 있는 ‘불확실성’ 또는 ‘확률’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교차로의 정면에 서 있던 자동차가 내게로 돌진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걱정을 하거나 좁은 차간거리를 유지한 채 달리고 있는 두 대의 자동차 사이로 끼어들기를 시도하려는 결정을 내릴 때가 바로 그렇다.

골목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뛰어나온 어린아이를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모두 피를 말리는 순간적 판단이 필요한 상황으로 컴퓨터에게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정확히 판단토록 가르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카네기 멜론대 로봇공학연구소에서 분사한 어플라이드 퍼셉션(Applied Perception)사의 수석 연구원 웨스 황은 “MIT에는 인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아서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빌딩에 충돌하지 않으면서 쟁쟁한 경쟁자들보다 신속히 레이스를 마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코드를 안정화시키려면 앞으로 남은 9개월간 쉼 없는 전력질주가 필요하다.

올린(Olin) 공과대학에 있는 MIT 팀의 차고. 주변온도를 제어할 수 있는 특수 실험장에서 팀원들은 정규 교과 공부 외에도 매주 40시간 이상을 탈로스에 쏟아 붓고 있다. 마치 외과 의사처럼 어깨를 맞대고 모여 연구를 진행한다. 실험장에는 매번 좌석 숫자보다 많은 박사들로 넘쳐난다.

진공청소 로봇 룸바를 만든 아이로봇(iRobot)사의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한 데이브 배렛 교수는 탈로스의 전자 및 기계 시스템을 담당한다.

이곳에서 그는 금테 안경을 쓰고 청바지를 입은 채 SUV 위를 민첩하게 뛰어오른다. 그의 도움을 받는 것은 미국인들이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는 전설의 카 레이서 데일 언하트 주니어를 운전수로 고용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점에서 칼로스에 대한 MIT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칼로스에는 주말에 해변여행을 떠나는 가족용 SUV 보다 많은 짐이 탑재돼 있다. 지붕에 5대, 범퍼에 5대 등 모두 10대의 레이저가 초당 75회의 속도로 차량 앞의 도로를 정밀하게 살피며 레이더와 비디오카메라는 탈로스의 인지능력을 제공한다.

이렇게 얻어진 각종 데이터는 지붕에 있는 PVC 케이블을 통해 차량 내부의 고성능 컴퓨터로 전송된다.

사실 일반인으로서는 이런 막강한 장비가 지원되지 않은 자율 운전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골렘 그룹은 스탠포드 대학팀과 마찬가지로 MIT의 방법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간결한 접근법이 도움 될 수도 있어

MIT와 스탠포드 대학팀이 가장 유력한 경쟁자이자 최고의 라이벌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들의 전략은 엇비슷하다.

반면 골렘 그룹은 정부나 대학에 소속돼 있지 않은 유일한 트랙A 참가팀으로서 일종의 와일드카드다.

이 팀은 랜드 코퍼레이션사의 엔지니어이자 로봇회로 기획 전문가인 리처드 메이슨이 이끌고 있는데, 놀랍게도 단 3대의 레이저 장비와 1대의 노트북만을 장착한 차량을 설계했다.

메이슨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직후 제1회 DARPA 그랜드 챌린지에 참가하기 위해 4년 전부터 골렘을 만들어 왔다. (골렘은 유대인들의 전설에 나오는 인조인간에서 차용된 이름이다.)

당초 골렘은 메이슨이 인기 퀴즈 프로그램인 ‘제퍼디 쇼’에서 탄 상금 3만5,000달러(약 3,500만원)를 투자해 구입한 포드 F-150 픽업트럭을 가지고 자원봉사 직원 1명과 함께 차고에서 개발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골렘은 2004년에는 네 번째로, 2005년에는 열네 번째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당초 골렘 그룹은 올해 대회에 출전하는 골렘의 장비를 단순화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DARPA의 개발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에 따라 골렘 그룹은 그동안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개조한 ‘골렘-Ⅲ’를 가지고 DARPA가 제공한 GPS 지도를 토대로 직관적 정보에 따라 운전하는 방법을 수개월째 연마해왔다.

메이슨은 “사람들은 이 시스템 구현을 위해선 1톤의 컴퓨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컴퓨터 한 대만으로 훌륭한 주행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골렘의 단순한 스타일이 기존에 제기됐던 여러 가지 기술적, 시스템적 난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골렘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향후 무인주행에 필요한 장비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렘의 레이저 거리측정장치는 약 46m 이내에서만 작동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테스트 결과는 73m 이상에서도 양호한 성능을 발휘했으며, 필요한 정보 역시 충분히 제공했다.

특히 골렘은 탈로스와 달리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슈퍼컴퓨터가 아닌 작은 노트북 한 대면 모든 시스템의 제어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 메이슨은 로봇공학이 현실 세계의 군사제품이나 민간 응용제품으로 개발될 때에는 결국 간결하고 단순한 접근법이 효용성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는 “저가의 장비로 고가의 장비를 사용한 것과 동일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상용 솔루션”이라며 “이번 레이스에서도 센서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라 기획력이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골렘에 대한 메이슨의 자긍심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골렘-Ⅲ’로서 이번 레이스에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월 어느 날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당시 수석 프로그래머인 짐 래드포드가 차고에서 프리우스를 꺼내 팀 동료에게 가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운전자가 중앙선을 넘어 충돌하면서 영광스러운 삶을 마감한 것.

이에 골렘 그룹은 부서진 프리우스의 시스템을 크라이슬러의 닷지 램 2500에 재 장착했으며, 이를 가지고 레이스에 참가할 예정이다.

실시간 인지와 사전 판독 전략의 대결

이처럼 골렘 그룹의 ‘사전 판독기술’은 MIT나 스탠포드 대학팀이 추구하는 ‘실시간 인지기술’과 명확히 구분된다.

대부분의 자율주행 자동차들은 이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적용하고 있지만 골렘 그룹은 전자에, MIT와 스탠포드 대학팀은 후자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MIT 팀은 연구시간의 절반 이상과 컴퓨팅 능력의 80%를 실시간 인지기술 확보에 할애하며 최근에는 정교한 레이저 센서와 비디오카메라에 더해 탈로스 지붕에 레이더 장비를 추가 장착했다.

스탠포드 대학팀 또한 7만5,000달러(약 7,500만원)에 이르는 레이저 센서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같은 노력들은 거리에 있는 사물들의 정체를 좀 더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면 자동차가 향후 해야 할 일을 결정하는 프로세스가 훨씬 쉬어질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반해 골렘 그룹은 소수의 센서를 사용하는 대신 GPS와 정교한 프로그래밍에 의존해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최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은 그 물체를 인지함으로서 시각적인 세계를 의미 있는 대상과 행동으로 재구성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이 그렇듯이 로봇 자동차에게도 인지능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고속도로 운전 중 위험한 장애물이 정면에 보여서 피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허름한 비닐 봉투에 불과하듯이 말이다.

그나마도 로봇자동차는 사람과 같이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운전경험을 통해 얻어진 판단력조차 없기 때문에 인지된 정보가 모호할 경우 아예 정보가 없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실제로 MIT 팀은 바로 옆에 있는 장애물과 먼 곳에서 흔들리는 버들가지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는 스탠포드 대학팀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 주 팔로 알토에서 스탠포드 대학팀의 세바스찬 스런은 이처럼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결함과 씨름하고 있다.

파사트 주니어가 이미 161km 이상의 자율주행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른 차를 지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주니어는 테스트 트랙에 있는 콘크리트 장애물을 계속해서 고장 난 차로 오인하고 급정거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동 중이던 차가 자신의 앞에서 정차라도 하면 갑자기 자동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유형의 인지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MIT 팀과 스탠포드 대학팀은 통계학적 접근법을 이용, 불확실성을 상황판단과 차후 행동결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MIT 팀은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해 수십 개의 가설을 생성하고 그 결과를 실제 발생 가능성에 따라 그래프로 표현해주는 프로그램 코드를 완성했다. 컴퓨터는 이중 가장 일관성 있고 유력한 가설을 하나 선택해 상황판단에 활용한다.

MIT 팀의 올슨은 “이 시스템에 의해 사물의 존재뿐만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적 정보까지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탈로스가 주행을 시작하면 비디오카메라가 전방[우측 상단 사진]의 도로를 포착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사진 속의 정보를 물체의 높이에 따라 다른 색상으로 처리하여 디지털 코드로 모델링한다.

이는 정교한 레이더, 레이저, 카메라 기반 인지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전략에 따라 주행 스타일도 달라

모든 출전 팀은 각각의 전략과 시스템 구성에 따라 독특한 운전스타일을 표출한다.
지난 2005년 대회에서 스탠포드 대학팀과 골렘 그룹의 차량이 동일한 코스를 달렸을 때에도 주행 스타일의 차이는 두드러졌다.

스탠포드의 SUV는 장애물 앞에서 제대로 회전을 했으며 대담한 운전사처럼 확실하고 우아한 주행능력을 뽐냈다. 또한 대회기간 동안 정확하게 동일한 시간에 3.2km의 코스를 2차례 완주했을 만큼 속도조절 능력도 타의 모범이 됐다.

그러나 골렘 그룹의 F-150은 여자 친구와 싸운 후 성질이 난 사내처럼 직선코스에서 무섭게 질주했고, 정지 상태에서 8초 만에 시속 65km까지 속도를 올리며 굉음을 내기도 했다.

메이슨은 “자동차가 장애물을 보면 빠른 속도로 가속해서 갑자기 한쪽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시인한다.

인간이라면 훨씬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일 수 있겠지만 F-150에게 인간과 동일한 행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것이 그의 해명이다.

이와 관련, MIT 팀은 기본 기술이 스탠포드 대학팀의 그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탈로스도 주니어처럼 부드러운 주행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IT 팀의 에드 올슨은 “DARPA는 마치 인간과 같은 운전기술을 선보이길 원한다”며 “신중한 운전자를 모델로 삼아 안전한 주행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자율 주행은 에너지 절약에도 이익 언젠가 탈로스나 골렘, 주니어와 같은 차량들과 도로를 나란히 달릴 날이 올 것이다.

DARPA의 레이스를 통해 쌓여진 혁신기술은 시장에 이미 상용화돼 있는 각종 보조 운전시스템들을 개선하는데 먼저 쓰이겠지만 머지않아 사람을 보조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역할을 통째로 넘겨받게 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수송연구소의 제이콥 피터스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고속도로는 사용되지 않는 곳이 많으며, 가용 도로의 8%만 차량이 다닌다고 한다.

탈로스의 인지시스템 분야 고문을 맡고 있는 세스 텔러 박사의 지적처럼 자율운전 시스템은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을 준다.

그는 “자동차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면 아무도 라이트를 켜놓고 3분 동안 공회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운전 스타일, 즉 머뭇거림과 빨리 끼어들기, 그리고 앞의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손을 흔드는 것 따위는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전혀 안전하지도 않다.

이에 따라 자동차의 진정한 자동화는 인간의 습관을 시뮬레이션한 자동차가 아니라 로봇 스스로 운전실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실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봇 택시의 승객으로서는 당혹스럽겠지만 골렘의 운전스타일이 자동차의 미래 모습일 수도 있다.

물론 로봇자동차가 상용화되면 인간들의 편집증으로 말미암아 예상치 못한 위험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로봇자동차 앞에 갑자기 뛰어들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경기가 열리는 그날까지 탈로스, 골렘, 주니어 등을 비롯한 모든 로봇 자동차들은 보다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분명 신중을 기해 다뤄야 할 물건에 틀림없다.

MIT의 한 팀원이 차체의 앞과 뒤, 옆 부분에 ‘STOP’(정지)라고 표시한 대형 적색경고판을 장착하고 있었다.

경고판 부착의 이유를 묻자 그는 “이 차는 200마력 짜리 자율주행 자동차”라고 상기시키며 “혹시라도 사람에게 뛰어들기라도 하면 어떻게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THE UNDERDOGS

트랙A에서 탈락은 했지만 트랙B 참가 팀의 로봇차량도 여간한 수준이 아니다.

1. 루이지애나에 기반을 두고 있는 팀 그레이의 로봇 자동차. 지난 2005년 결승선을 통과한 네 대 중 하나로 DARPA의 한 관리는 이 차량의 운전 실력이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팀은 올해 트랙A에서 탈락했다. 팀장인 에릭 그레이는 “팀원들이 많이 낙담하지는 않았다”며 “트랙B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2. 디지털 이미징의 간부인 케빈 잭슨이 개발을 주도한 로봇자동차. 1941년형 군용 앰뷸런스에 64비트 듀얼코어 프로세서 4개를 장착해 만들었다.

잭슨은 자신의 생물학 기반 인공지능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이 별난 자동차에 무려 25만 달러 (약 2억5.000만원)를 지출했다.

3. 캘리포니아 주 아타스카데로에 거주하는 스티브 이잭슨이 자신의 눈먼 고양이를 관찰하다가 획기적인 직관적 자율주행 시스템 방법이 떠올라 1984년형 머큐리 토파즈를 개조해 만들었다.

장애물이나 다른 차량과의 충돌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지만 스티브는 비디오카메라, GPS, 컴퓨터의 도움으로 완주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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