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주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올해 말 미국의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보이는 혁신적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원자력 에너지 파트너쉽(GNEP)이 추진 중인 핵폐기물의 재활용 실험이 바로 그것. 4억500만 달러(4,200억원) 규모의 이번 프로젝트에서 연구자들은 미 에너지국(DOE)의 공식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핵폐기물을 새로운 형태의 원자로용 연료로 재활용하는 과정을 시연해 보일 예정이다.
GNEP측은 이 핵폐기물 재활용 원자로가 도입되면 기존 원자로에 비해 최대 100배 많은 전력을 생산하면서도 폐기물은 40%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DOE는 미국의 전력수요가 2005년 4조 킬로와트에서 2030년에는 5조8,000억 킬로와트로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기술이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며 전력수요 상승분을 충당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전략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 DOE가 선정한 핵폐기물 재활용 원자로 건설 예정지 13개소 중 한곳으로 뽑힌 오크리지 연구소의 핵기술 프로그램 책임자 쉐렐 그린 박사는 “핵에너지는 지구온난화를 피하면서 전력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말한다.
GNEP는 또 이번 프로젝트가 급증하고 있는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에도 커다란 전환점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3개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만 매년 2,200톤에 달하고 있지만 저장능력의 한계로 인해 이의 처리가 골칫덩이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은 오는 2050년까지 9만4,600톤 이상의 핵폐기물을 추가로 발생시키게 되는데, 오는 2020년 가동예정인 네바다 주 유카산 핵폐기물 처리장은 저장능력이 7만7,000톤에 불과하다.
오크리지에서의 시연은 원자로가 없는 미니어처 모델을 활용, 이 같은 핵폐기물 재활용 공정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될 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물론 이러한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핵폐기물 재활용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미국과학자연맹(FAS)의 이반 오엘리치 박사는 “기존 원자로의 핵폐기물에는 플루토늄이 1% 밖에 함유돼 있지 않지만 재활용을 위해 재처리된 핵폐기물의 플루토늄 함량은 무려 90%에 달한다”며 테러리스트들의 폭탄 제조에 악용될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GNEP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시스템에서는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 핵폐기물로 방사능 폭탄(dirty bomb)을 만드는 것은 극히 어렵다는 것.
특히 처리과정에서는 핵폐기물을 질산에 용해시킴으로서 가장 위험한 상위 1%의 고방사능 물질인 플루토늄, 넵투늄(neptunium), 아메리슘(americium), 큐륨(curium), 그리고 열화우라늄(depleted uranium) 등 악티니드(actinide)계 원소들을 추출해 낸다.
이렇게 추출된 우라늄을 재 농축해 악티니드계 원소들과 재결합시킨 후 원자로에 압축해 투입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유해 원소들의 비중이 계속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GNEP는 올 여름에 13개 후보지역을 대상으로 재활용 원자로 건설이 주변 환경에 미치는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미니어처 원자로의 시연을 넘어 실제 크기의 설비를 건설할 수 있을지 여부는 내년 DOE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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