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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멤스(MEMS)의 시대

초소형 시스템 제조기술인 MEMS는 차세대 IT기술의 혁명으로 일컬어 진다.
초미세 로봇이 인체 내의 환부를 찾아 치료하는 것과 같은, 공상과학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면 혈관에 삽입된 초미세 로봇이 인체 내의 환부를 찾아 손상된 세포를 복원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한 먼지 크기의 초미세 센서들을 적지(敵地)에 뿌려 이들로부터 적의 동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처럼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일들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이 바로 ‘멤스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다.

현미경에 의하지 않고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기계가 공상영화나 공상소설의 영역을 벗어나 최첨단 기술의 한 분야로 정착해 가고 있는 것이다.

MEMS는 ‘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의 약자. 말 그대로 전자기계 소자(素子)를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즉 수 ㎜에서 수 ㎛(1㎛는 100만분의 1m)의 크기로 제작하는 기술이다.

유럽에서는 MST(Micro System Technology), 일본에서는 마이크로머시닉으로도 불린다.

자료제공: 한국산업기술재단

MEMS의 원리는 작게, 더 작게...


기존의 기계를 단순히 축소만 한다고 해서 마이크로 기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멤스 기술로 만들어진 기계는 뇌와 신경에 해당하는 논리회로, 시각 또는 청각 등을 담당할 각종 센서, 그리고 팔과 다리 역할을 할 기계장치를 갖춰야 한다.

특히 이들을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할 구동기까지 갖춘 상태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운동하는 하나의 통합시스템이라야 한다.

개미 로봇과 같은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어 미소한 운동이나 작업을 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미의 눈이나 촉각에 해당하는 각종 센서, 뇌나 신경에 해당하는 논리회로, 팔과 다리에 대응하는 마이크로 메커니즘,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마이크로 액튜에이터(에너지를 사용해 기계적인 일을 하는 기구)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멤스 기술은 IT혁명의 주역인 반도체 기술에서 파생했다.

작고 좁은 면적에 수많은 전기회로를 2차원적으로 집적한 반도체 칩은 정보통신 혁명을 불러일으킨 일등공신이다. 멤스는 반도체 칩의 제조공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각종 전자와 기계 소자들을 칩 위에 모은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반도체 칩처럼 많은 회로를 좁은 면적에 2차원적으로 얇게 집적하는 공정 방식을 택한 것이 아니라 3차원적으로 공간을 마련해 회로를 배열한다는 점이 다르다.

즉 실리콘 기판 위에 희생박막층(공정과정에서 사라져 중간에 빈 공간을 만들 수 있는 박막층)을 씌워 다층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구조물 층을 만들어 원하는 모양을 낸 후 희생박막층이 사라지면 옆면에서 봤을 때 중간 부분이 텅 빈 3차원 구조물이 형성된다.

고집적 회로가 프로세서에 의한 신호처리, 메모리에 의한 기억기능을 수행한다면 멤스는 외부 세계와의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즉 대규모직접회로(LSI)가 인간의 두뇌라면 멤스 디바이스는 눈, 귀, 피부 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MEMS의 출발점은 지난 80년대


1980년대 초반 전기회로만을 집적화시키는 반도체 칩의 장점을 기계 부품에까지 확장시켜 보자는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해 스프링, 외팔보(수영장의 스프링보드 같은 구조) 등의 미세 기계들이 제작됐다.

또한 1980년대 후반에는 마이크로 집게, 모터, 기어 등 기판에서 분리된 미세 구조물이 제작됐다. 바로 멤스가 출범한 것이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센서·논리회로·구동기가 집적된 형태로 발전돼 책 크기의 컴퓨터가 탄생했고,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휴대전화가 널리 쓰이는 단계에 이르게 됐다.

현재 멤스 기술은 전자기계 소자뿐 아니라 광, 화학, 생물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 하나의 칩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반도체 칩을 통해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을 대신하는 정보통신 혁명과는 또 다른 차원의 혁명이 우리 생활에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멤스 기술은 부품보다 시스템 응용에서 더욱 고부가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이는 반도체 칩 공정기술이 아무리 높은 집적도의 반도체 칩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개발된 칩이 무엇에 쓰일 것인가가 정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과 같다.

반도체 칩이 진가를 발휘하려면 PC든 휴대폰이든 쓰임새가 있어야 한다. 멤스도 마찬가지다. 멤스는 단지 21세기 초소형 시스템 제조 기술일 뿐이다.

따라서 어떤 것을 제조할지를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역사가 짧기 때문에 멤스는 여러 분야로 뻗어나갈 무궁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른 기술과 접목, 상승효과 내

지금까지 멤스 기술로만 제작돼 응용되는 제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멤스 기술을 이용해서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제품을 창출한 예는 많다.

한마디로 멤스 기술은 다른 분야의 기술과 접목해 큰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핵심기술인 셈이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각종 기기에도 멤스 기술이 숨어 있다. 각종 차량용 센서, 잉크젯 프린터 헤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헤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잉크젯 프린터의 핵심은 얼마나 작은 잉크방울을 종이 위로 뿌릴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종이와 맞닿는 잉크젯 프린터의 헤드.

헤드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있고, 이 구멍을 통해 잉크를 뿜어낸다. 어떤 구멍에서는 잉크를 뿜어내고 어떤 구멍에서는 뿜어내지 않는 방식으로 글씨를 점으로 구성한다. 따라서 작은 구멍으로 미세한 잉크방울을 신호에 따라 가능한 빨리, 번지지 않게 뿜어내야 하는 것이 헤드 기술의 핵심인 것이다.

그런데 이때 뿜어져 나오는 잉크방울의 양은 고작 10~15pL(피코리터- 10의 12승 분의 1L). 이 정도의 양을 뿜어내려면 헤드에는 너비가 20~30㎛인 구멍(노즐)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즐마다 히터나 압전소자(전기를 가하면 압력이 가해지는 소자)가 설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오지 않아야 할 노즐에서도 잉크방울이 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터나 압전소자 역시 마이크로 단위로 작아야 한다. 이 같은 시스템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멤스 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잉크젯 프린터 헤드는 현재 멤스가 응용된 가장 성공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다른 멤스의 응용분야는 센서다. 이 분야는 멤스의 초기 단계부터 많이 적용돼 왔다. 자동차 에어백에 쓰이는 가속도 센서가 대표적이다.

이 가속도 센서는 사고가 발생하는 찰나 차량의 속도가 갑자기 줄어드는 것을 감지해 자동으로 에어백이 터지도록 한다. 지난 1995년 미국의 아날로그디바이스사가 이 가속도 센서를 마이크로 규모로 제조했다. 그리고 지금은 빠른 속도로 기존의 방식에서 멤스 방식으로 교체되고 있다.

또한 캠코더로 영상을 녹화할 때 손 떨림으로 인해 화면의 흔들림이 생기는데, 이를 보정하기 위한 센서도 멤스 기술에 의해 개발됐다.

실험실을 동전 크기의 칩 위에 구현

현재 가속도와 각속도(원 운동을 하는 물체의 속도)를 하나의 칩에서 동시에 측정해 물체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 멤스 관성센서가 개발되고 있다.

또한 전자 코처럼 냄새로부터 화학 성분을 추출하는 마이크로 화학센서도 연구 중에 있다. 전자 코는 상한 음식의 감별이나 공기오염을 감지하는 휴대용 기기에 응용될 수 있다.

앞으로는 멤스 기술이 좀 더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하나가 휴대전화다.

휴대전화에는 수많은 스위치가 사용되고 있다. 이들 스위치도 멤스 기술로 제작한 스위치로 바뀔 것이다.

우리가 불을 켜고 끌 때 사용하는 전등 스위치와 마찬가지로 휴대전화에 쓰이는 수많은 스위치는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선을 끊어놓고 있다가 원할 때 신호선이 연결되도록 도체를 이어서 전기 신호를 통과시킨다. 이런 스위치를 멤스 기술로 제작하게 되는 것이다.

멤스 기술은 또 화학이나 의학실험실을 동전 크기의 칩 위에 구현해줄 전망이다. 실리콘 칩에 마이크로 밸브·펌프·유체 통로·히터·혼합기·분리기 등을 만들어 화학 반응, 분리, 정제, 분석, 측정 등 복잡한 화학반응을 제어할 수 있다. 화학실험실을 통째로 칩 위에 올려놓는 셈이다.

주어진 명령의 순서대로 펌프를 작동시키는 것은 물론 밸브를 여닫고, 빛을 쪼이고, 가열하는 등 컴퓨터와 화학실험실 칩이 이 모든 일을 알아서 처리한다.

그야말로 실험자에게는 ‘만만세’다. 실험을 위한 노동시간이 줄었으니 그동안 관련 정보를 더 모으고 다음 연구 계획을 짜는 등 연구의 효율성이 올라가게 된다.

우리는 머지않아 정보기술·나노기술·바이오기술이 결합된,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초소형 장비를 보게 될 것이다. 20세기 IT산업과 같은 호황을 21세기에는 멤스에서 맛볼 것이며, 멤스의 미개척지를 먼저 개발하는 자가 21세기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글_김형자 과학프리랜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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