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미래 테러방지 기술] 과학과 인간, 기계의 삼위일체

테러가 없는 세상을 만들 수는 없지만 사람들을 좀 더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할 수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과학과 기계, 인간의 지혜가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테러전 수행을 위한 각종 신기술이 쏟아지고 있다.

테러계획 수립, 지지자 모집, 자금마련, 훈련 및 교육 등 테러단체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개발되고 있는가 하면 알약 크기의 센서들이 감시카메라와 같은 기존 장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침입자 탐지능력을 자랑한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보수집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인비행기(UAV)가 테러방지에 본격 적용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테러방지에 각종 곤충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21세기를 ‘테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 세계 곳곳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정권을 잇달아 침몰시키며 테러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는 미국은 물론 다수의 서방국가들과 미국의 우방들 역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처럼 테러의 타깃이 된 국가들이 꺼내든 대(對) 테러 해법은 바로 첨단기술과 장비, 즉 신무기의 개발이다. 아이로봇의 ‘팩봇(PackBot)’, 삼성테크윈의 ‘SGR-A1’, 인사이트테크놀로지의 ‘레드아울(Red Owl)’ 등 각종 전투형 로봇들의 탄생이 이 같은 노력의 대표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입, 두 눈이 번쩍 뜨일 신기술(무기)을 개발했다 해도 결코 테러의 위협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

사실 테러리스트의 입장에서 보면 애당초 테러는 막강한 화력이나 엄청난 숫자의 병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데다 화력과 병력에서 월등히 우월한 위치에 있던 상대가 좀 더 강해졌다고 해서 별반 달라질 것도 없다.

공세가 강화될수록 오히려 테러단체들이 좀 더 체계화, 치밀화, 세계화되는 감도 없지 않다.

사람과 기계, 과학의 조화 필요

사실 어떠한 첨단기술과 장비를 동원해도 이 세상에서 테러를 100% 종식시킬 수는 없다. 군사전문가들은 “수십 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도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기계가 인간의 두뇌를 능가할 수는 없다”며 “지금처럼 사람의 공격을 오직 기계만으로 막는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범람하고 있는 테러를 그냥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그것은 아니다. 전 세계에서 테러를 아예 없애버리기는 힘들지만 제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해 안전한 세상을 구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은 ‘사람과 기계, 과학기술의 조화’다. 기계의 최종적인 운용이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는 만큼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탄생한 첨단 기계·장비에 사람의 지능과 지혜, 경험이 더해지면 테러에 대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

한 가지 사례를 보자.
대부분의 공항은 수하물 검색에 컴퓨터 단층촬영 X-레이(CTX)와 Z-스캔 장비를 활용하고 있지만 화학물질이나 방사능물질의 탐지가 불가능하고 오작동에 따른 허위경보 발생률도 35%에 달한다.

반면 미국 뉴저지 주 뉴워크 공항의 경우 얼마 전부터 미 국토안보부(DHS)의 ‘안전비행(Secure Flight)’ 프로그램에 따라 정부가 제공한 개인신상정보를 바탕으로 첨단 위조여권 식별장치를 사용하고 있는데, 통관원의 눈과 경험이 더해져 단 5초 만에 가짜여권 소지자를 정확히 가려낸다.

물론 이 같은 대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권침해라는 문제에 부딪쳐 미국 내부에서 조차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의 테러리스트를 색출하기 위해 수백만, 수천만명의 개인신상정보와 재정정보, 범죄기록을 공항이라는 민간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테러리스트를 잡자는 것이지 탈세자나 재정파산자를 찾자는 것이 아니다”며 “대 테러 기술의 초점은 사람 그 자체보다는 테러와 무기, 폭발물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미래의 테러방지 기술은 표면적인 성과중심이 아닌 인권존중에 기반한 과학·기계·인간의 삼위일체를 기준으로 삼아 전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테러 대응의 시작은 정보수집

적을 모르고서는 이길 수 없다는 ‘지피지기 백전불패(知彼知己 百戰不敗)’는 테러와의 전쟁에서도 불변의 진리다.

테러는 사건이 터진 후 수습하는 것 보다 사건 발생 이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테러방지는 정보로 시작해서 정보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정보 습득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테러리스트들이 왜 테러를 가하려고 하는지, 어떠한 습성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분석을 통해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예측해 내야 한다.

하지만 테러리스트의 폭이 남녀노소, 인종과 종교를 불문하고 폭넓게 확산되면서 정보기관들의 프로파일링이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두뇌에 의존하는 프로파일링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인터넷 분석이 급부상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도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인터넷, 이메일 등 정보기술(IT)의 이기(利器)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대학에서 개발 중인 ‘다크 웹 프로젝트(DWP)’는 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테러정보 분석 및 테러단체 감시시스템이다.

현재 DWP에는 전 세계 2,000여명의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의 데이터가 확보돼 있다. 개발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테러계획 수립, 지지자 모집, 자금마련, 훈련 및 교육 등 테러단체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테러 관련 단어사용 여부, 테러 정보의 양과 지속성, 폭력성의 강도 등을 기준으로 인터넷 컨텐츠를 분석함으로서 특정단체의 사회적 위험도를 매기고,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단체(사람)를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특히 웹사이트와 온라인 포럼 사이의 연계성을 파악, 테러단체 클러스터 정보를 구축하는 기능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이렇게 정보의 신뢰성이 높아지면 지난해 슈퍼볼 경기가 열렸던 디트로이트 포드필드에서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해 설치됐던 ‘라이프비전(Life Vision)’과 같은 장비들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라이프비전은 미국 라이프비전 3D 시스템사가 개발한 3차원 안면인식 카메라다.

인간 오감에 도전하는 스마트 센서



테러방지에 있어 인간을 도와줄 또 다른 과학기술의 첨병은 바로 ‘초소형 스마트 센서’다.

모트(mote)라고도 불리는 이 알약 크기의 센서들은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최신 과학기술이 집약돼 있어 감시카메라와 같은 기존 장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침입자 탐지능력을 자랑한다.

국경, 공항, 발전소, 군부대, 정부 빌딩, 경기장 등 일일이 사람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광범위한 공간이나 환풍 통로, 배수로 등 감시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장소에서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압력감지, 동작감지, 속도감지 등 종류가 다양해 장소에 따라 최적의 센서를 선택해 설치할 수 있으며, 이들의 조합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무선 네트워킹 시스템은 스마트 센서를 대 테러 장비의 정점에 올려놓는다. 네트워킹을 통해 센서와 중앙정보처리장치와의 정보교환은 물론 각 센서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짐으로서 단순한 정보 송수신을 넘어 스스로 지각하고 판단하는 스마트 칩으로서의 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텔이 만든 프로토타입 모트의 경우 100여개의 센서가 ‘마이크로스코프(microscope)’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으며, 주변상황을 자동으로 판단해 대기모드로 전환하기 때문에 가동동력과 유지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컨테이너 박스와 수하물에 장착, 화물의 입출고 및 이동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내거나 병사들의 군복에 부착해 전체 전장 상황을 한눈에 통찰하는 것도 네트워킹에 의해 구현될 수 있다.

모트와는 다소 개념이 다르지만 오클랜드의 맥아피 스타디움에 시범 설치된 샌디아국립연구소의 독성화학물질 탐지기 ‘RDCDS’처럼 독성가스, 생화학물질, 방사능물질 등을 감지해 낼 수 있는 바이오스니퍼(biosniffer)형 센서의 활용도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재미있는 사실은 펜실베니아의 과학자들이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350만 달러(32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살아있는 식물을 센서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식물이 특정물질에 노출됐을 때 잎의 색깔과 형태, 성장률 등에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에 착안, 식물의 DNA를 조작해 유해물질을 감지하려고 한다.

UAV,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인명피해는 최소화하고 정보수집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무인비행기(UAV)는 테러방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이미 전장에 실전 배치돼 소기의 성과를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기술발전이 이루어졌지만 미래의 테러전에서는 그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 몇 년 전만 해도 UAV는 전쟁터에서 적의 동태 파악을 위한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역할의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 UAV는 정보수집은 물론 적을 공격하는 무기로까지 사용 폭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운용하고 있는 ‘프레데터(Predator)’가 좋은 예. 프레데터는 고성능 카메라와 함께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적 진영을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

군사용과 달리 테러방지용 UAV는 휴대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크기가 모형비행기 수준으로 작다. 이 때문에 사진과 영상을 찍어 사람에게 보내줄 뿐 스스로 분석할 능력이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앞서 언급했던 스마트 센서와 같은 기술을 적용,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있는 위험인물을 정확히 찾아내 알려준다거나 수 십 여대의 UAV가 편대를 이뤄 특정지역의 안전을 확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국가의 중요인물이 참석하는 행사마다 하늘을 지배하고 있는 UAV를 보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파리, 잠자리도 아군으로 포섭

테러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가능한 많은 아군을 포섭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것도 지천에 널려있는 곤충들이라면 말이다.
현재 신경학자와 뇌 과학자들은 이처럼 살아있는 생물, 특히 곤충들을 테러방지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파리, 잠자리와 같은 곤충들이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테러리스트를 색출하고 테러행위를 막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1대 당 2,500만 달러(약 232억원)가 넘는 프레데터 UAV는 고물상으로 직행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 크기가 너무 작은 탓에 원숭이나 쥐를 대상으로 실험 중인 두뇌 제어 칩(일명 브레인 칩)을 삽입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발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지난 2004년 예일대학의 신경학자들은 이것이 실현 가능한 기술임을 증명했다. 과일파리의 머리에 레이저를 조사(照射)해 몇몇 행동방식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들은 레이저의 파동으로 뇌 세포의 전기신호를 재현해 냈다.

펜실베니아의 과학자들은 미 국방부 산하 DARPA로 부터 350만달러를 지원받아 살아있는 식물을 센서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중에 있다.


이외에도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에서는 바퀴벌레와 집파리를 이용해 독극물을 탐지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으며, 영국의 생물공학기업인 인센티넬사는 민감한 후각을 지닌 벌을 폭발물 감지장치로 쓰고자 주둥이에 센서를 부착한 벌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곤충 부대들이 테러방지에 투입될 수 없다고는 해도 미래에는 날아다니는 파리를 향해 살충제를 뿌리는 것이 테러리스트를 잡을 아군병사 한 명(?)을 죽이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