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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류 바이오디젤

미국의 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 석유나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속박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켜 줄 차세대 연료를 개발하고 있다.

콜로라도 주에 위치한 솔릭스 바이오퓨얼스(Solix Biofuels)사가 바로 그 주인공. 이 회사는 어항이나 논두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녹조류(綠藻類)를 활용, 디젤(경유)의 대체연료인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녹조류 바이오디젤의 최대 특징은 물과 햇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건 연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또한 뉴멕시코 주 크기(9,500만평)의 부지에서 미국 내 모든 자동차들의 연료 수요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만일 이산화탄소를 다량 방출하는 발전소 인근에 대규모 조류농장을 건설할 경우 조류의 광합성 작용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산소로 전환되는 환경적 부가이익까지 누릴 수 있다.

해조류프로그램(ASP)프로젝트의 목적은 조류를 활용해 가정에서도 생산 할 수 있는 깨끗한 가솔린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미국 콜로라도 주의 올드포트 콜린스 발전소 외곽. 눈 속으로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걷다보면 길이가 18m쯤 되어 보이는 두 개의 직선 트랙을 만날 수 있다. 얼핏 보면 마치 대형 썰매가 양날을 하늘로 향한 채 뒤집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트랙의 한쪽 끝에 숫자 다이얼과 디스플레이 패널이 달린 세탁기만한 박스가 놓여있는 것을 제외하면 움직이는 물체는 하나도 없으며, 한줄기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온통 흰 눈밭 위에서 유일하게 색깔을 가진 물체는 초록빛을 띤, 불투명한 액체가 담겨있는 아크릴 물탱크뿐이다.

황무지라 불러도 누구하나 이의를 달지 않을 이곳은 친환경 에너지기업 솔릭스 바이오퓨얼사가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른 에너지대란(大亂)을 막을 수 있는 미래 친환경 대체에너지를 키우고 있는 곳이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짐 시어스는 “물탱크 속의 초록빛 물질은 조류(藻類)”라며 “머지않아 바로 이 조류로 만든 자동차 연료가 지금의 휘발유를 무용지물로 만들 날이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거인

휘발유를 대체할 차세대 연료의 후보로 보기에 조류는 다소 생소한 물질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끈적이는 녹조류는 분명 나름대로 연료로서 자질을 가지고 있다.

광합성을 통해 빛에너지를 흡수하는 단순한 수생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는 조류는 광합성 과정에서 식물성 오일을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대두유, 유채유 등과 마찬가지로 조류가 만들어낸 식물성 오일도 디젤엔진을 구동시킬 수 있는 바이오디젤(bio diesel) 연료로 변환할 수 있다. 조류로 무공해 디젤(경유)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짐 시어스가 조류를 연료화 하겠다는 발상을 하게 된 계기가 여기에 있다. 아직은 휘발유 자동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고유가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디젤 차량의 점유율이 매년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어 시장성도 밝다.

특히 조류는 식물성 오일을 얻을 수 있는 여타 작물들에 비해 특별한 장점이 있다. 유채꽃이나 콩 등은 온도, 습도, 토질과 같은 환경적 조건이 맞아야만 생장이 가능한 반면 조류는 폐쇄된 공간이면 어디서든 재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게다가 번식력도 일반 식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며 성장에 필요한 요인은 오직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 밖에 없다.

이와 관련, 시어스는 “조류는 크기에 비해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영양분을 빠르게 흡수한다”며 “작은 크기가 오히려 성장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디젤의 재료로서 조류의 메리트는 수치로 입증된다.

예를 들어 미국 내에서 운용 중인 자동차들이 소비하고 있는 휘발유와 경유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매년 22조2,460억 리터의 바이오디젤이 필요한데, 콩을 가지고 이를 충당하려면 무려 12억1,400만 헥타르의 재배공간이 필요하다. 유채꽃의 경우 이보다 4억 헥타르의 땅을 더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조류는 좁은 공간에서도 바이러스처럼 급속도로 번식하므로 3,844만 헥타르의 부지만 마련하면 된다. 더욱이 조류의 번식에는 비옥한 땅이 필요 없다.

연못은 물론 수조나 비닐봉투에 넣은 상태로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사막에서조차 잘 자란다. 미국 내 많은 곡창지대가 그렇듯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는 발전소 옆에서 재배할 수도 있다.

시어스는 이러한 효율성 덕분에 솔릭스 바이오퓨얼사에 의해 가솔린과 유사한 가격대로 조류 바이오디젤 연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체에너지 관련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솔릭스 또한 제품 상용화에 앞서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있다. 어떤 종류의 조류가 가장 많은 오일을 생산해 낼지를 확인해야 하며, 이 조류를 재배하는 최상의 방법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조류를 재배한 후 어떠한 방법으로 오일을 추출해 낼지를 결정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솔릭스 내부에서 이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너무 치열하게 전개되다 보니 이미 희생자가 한 명 생겼다. 다름 아닌 창업주 짐 시어스다.

ASP 프로젝트의 부활

엔지니어에서 발명가로 전업한 시어스는 지난 2004년경 조류 연료 기술의 개발을 시작했다.

그를 이 분야에 뛰어들도록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은 당시 발발했던 미국의 에너지 위기 사태였다.

1978년 카터 대통령은 국책연구프로젝트인 해조류프로그램(ASP)을 발족시켰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조류를 활용해 가정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깨끗한 가솔린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년간 2,500만 달러(250억원)를 투입하고도 ASP 연구팀은 조류로부터 주목할 만한 양의 오일을 생산해 내지 못했고, 1996년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이 프로그램은 종료됐다.

프로젝트는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존 쉬한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은 수 십 년의 연구 결과가 이렇게 폐기처분되는 걸 원치 않았다.

결국 그들은 조류연구에 대한 328 페이지의 보고서를 작성, 미국 에너지부(DOE) 웹사이트에 올렸다.

쉬한 박사는 “연구 책임자들에게 그 동안의 연구 결과들을 상세히 요약하도록 했다”며 “언젠가는 누군가가 관심을 가지리라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노력은 솔릭스의 출범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당시 시어스는 자기 집 창고에서 소의 교배시기를 알려주는 성욕 측정기 등 여러 가지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조류 연료가 그의 관심을 이끌어 낸 것.

그는 20여년 전 플로리다 연안에서 야간 잠수를 했을 때 인광성 조류들이 줄을 지어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본적이 있었다.

문득 그 때 보았던 조류가 화석연료 고갈 위기를 해결해 줄 만큼 충분한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이 일어 온라인으로 조사를 하던 중 ASP 보고서를 발견했던 것이다.

이 보고서는 그에게 계시와 같았다. 시어스는 몇 주 동안 ‘조류 바이블’과도 같은 이 보고서를 숙독한 후 ASP프로그램의 이론과 실제 결과간의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보고서의 주장대로 조류가 이처럼 대단한 것이라면 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이때 그는 ASP 연구원들이 식물성 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조류를 개방된 연못에서 재배하려 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밀봉형 수조에서 재배하는 방식에 비해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에 따른 조치였지만 야생 조류가 연못 내로 침투해 들어와 재배용 조류가 자랄 공간을 차지해 버린다는 치명적 단점이 존재했다.

시어스는 부엌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지퍼식 비닐 봉지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투명한 플라스틱 봉지가 충분한 빛을 통과시켜 조류가 성장할 수 있게 해주면서 동시에 다른 조류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착상을 기반으로 그는 실제 크기의 ‘조류 반응장치’를 설계했다.

90cm 간격으로 나란히 놓인 105m 길이의 트랙에 비닐 봉지들을 설치한 것. 조류가 햇빛을 골고루 받아 활발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각 봉지에 맞춤형 롤러를 달아 앞면과 뒷면을 뒤집어 조류를 순환시킬 수 있게 디자인했다. 이렇게 조류를 키우고 나면 별도의 정제장치에서 오일을 뽑아 바이오디젤로 변환하면 된다.

시어스는 이 같은 아이디어를 각계의 벤처 투자가들에게 팔려고 했지만 모두들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신뢰도를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는 콜로라도 대학의 엔진 및 에너지 변환 연구소(EECL) 소장인 브라이언 윌슨을 찾았다.

올드포트 콜린스 발전소 내에 있는 연구소를 처음 찾아갔을 때 시어스는 윌슨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임을 직감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윌슨도 그동안 ASP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류 연료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에 시어스는 곧 윌슨과 그의 대학원생들을 설득, ASP 프로젝트를 자신의 신생 회사와 함께 연구해 완성시켜보자고 요청했다.

THE GREEN DREAM

투명 비닐봉지에서 자라나는 녹조류들이 언젠가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될 것이다.

원래 짐 시어스는 세상을 구하겠다는 이상적 견지에서 연구를 시작했지만 20여년간 기술개발을 해오면서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아이디어가 얼마나 좋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든 상관없이 이익을 창출해 내지 못하면 결코 상용화될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조류로 자동차 연료를 만드는 방법

지방 성분을 다량 축적하는 조류[1]를 선택한 후 길고 얇은 투명 플라스틱 봉지에 넣어 사막[위 사진]에서 재배한다.

조류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영양분인 질소의 공급을 차단[2]한다. 이렇게 하면 조류의 구성세포들이 생존모드로 전환, 여분의 지방을 생산해낸다.

충분한 지방이 생성되면 조류를 수확해 잘게 분쇄[3]한다. 크기가 큰 세포기관과 세포막을 걸러낸 뒤 메탄올 등의 용매를 사용해 수용성 단백질과 당분을 제거하고 지방 성분만 분리한다[4].

용매를 기화시켜 순수한 지방[5]을 얻어낸다. ‘전이(轉移) 에스테르화’라는 화학반응 공정을 거쳐 지방을 바이오디젤로 변환[6]한다.

자본, 권력, 정치

요즘에는 석유를 대체할 경제성 있는 에너지를 신속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미국의 자동차들은 매년 13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고 미국인들은 외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자동차 연료비로 매일 8억2,000만 달러(8,200억원)를 지불한다.

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한 때는 언급조차 꺼려했던 정치인들까지 각종 법제도 마련에 분주한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원내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휘발유 소비량을 10년 이내에 지금보다 20% 줄이겠다는 ‘10년, 20%’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는 오는 2017년까지 신재생 연료의 생산량을 연간 350억 갤런(1,325억ℓ)씩 증가시킨다는 의무적 표준치가 설정돼 있다.

이처럼 정치적 지원이 시작되자 투자가들도 속속 이 분야에서 돈 냄새를 맡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에탄올, 수소, 하이브리드(전기), 바이오연료 중 어느 것이 화석연료를 대체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이들 이외에 전혀 새로운 개념의 에너지가 개발될 개연성도 배재할 수 없다는 것이 투자자들에게는 커다란 불안요소다.

반면 조류 연료 연구에 있어 이 같은 불확실성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다. 많은 벤처캐피탈들이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연료에 자금을 올인 하지 않고 가능한 다양한 대체연료에 골고루 베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생명공학계의 거장인 크레이그 벤터 박사를 비롯한 폴라리스 벤처파트너스사의 밥 멧칼프, 드레이퍼 피셔 저멧슨사의 스티브 저멧슨 등의 벤처투자자들은 각각 수백만 달러의 종자돈을 그린 퓨얼, 오로라 바이오퓨얼, 솔라자임 등과 같은 녹조류 개발 회사들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힘입어 솔릭스 또한 최근 보헤미안 인베스트먼츠사로부터 200만 달러(2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시어스는 보고서의 주장대로 조류가 왜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지 못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솔릭스를 위시한 신생 조류연구 기업들이 여타 대체연료 기업들에 비해 한 가지 유리한 사실은 발전소, 양조장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조류 재배에 활용함으로서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내에 설립된 그린퓨얼사도 솔릭스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조류를 재배하려 하고 있다.

이 회사의 파트너 중 하나인 애리조나 퍼블릭서비스사의 컨설팅 엔지니어인 레이 홉스는 “연구가 개념 정립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은 소량의 연료 밖에 생산해 내지 못했지만 이산화탄소로 조류를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다”고 밝혔다.

물론 조류 연료가 다양한 이점이 있다고는 해도 실질적인 성공의 열쇠는 다른 대체연료들과 다를 바 없다. 바로 화석연료, 특히 휘발유의 가격이다.

벤처캐피탈 이그니션 파트너스사의 마틴 토비아스는 “이 산업의 성공 여부는 석유의 가격에 달려 있다”며 “만일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전 세계의 모든 대체에너지 개발 회사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적의 조류를 선택하라

콜로라도 주 포트 콜린스에 위치한 뉴벨지움 양조장은 아이스크림 가게와 맥주 주점을 잘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주차장에는 자동차보다 자전거들이 더 많고 직원들과 손님들의 머리는 한창 유행중인 밝은 염색으로 물들여 있다.

무료 시음권을 들고 이곳을 즐겨 찾던 시어스는 솔릭스의 미래 비전에 있어 뉴벨지움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에서처럼 맥주를 만드는 양조과정에서도 조류 양식에 필요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부산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소와 달리 양조장의 이산화탄소는 불순물이 거의 없어 솔릭스가 지으려는 실험용 조류반응장치에 주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이유로 솔릭스는 이미 뉴벨지움과 양조장 내에 반응장치를 설치하기로 합의했으며, 모든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이면 뉴벨지움의 이산화탄소가 조류가 담긴 플라스틱 봉지에 주입돼 번식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해 주게 된다.

솔릭스는 이 연구를 통해 앞으로 발전소들과 함께 진행하기 위한 조류농장의 기초 기술들을 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조류 농장에 최적의 조류를 선별해 내는 것에 있다. 식물성 오일을 만들 수 있는 조류는 지구상에 수천 종(種)이 있지만 어떤 종이 조류농장에 최적인지는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솔릭스에서 이 중책을 맡고 있는 사람은 콜로라도주립대학 생물학과 출신의 에이미 복존 박사. 그녀는 매일 아침 올드 포트 콜린스 발전소에 마련된 솔릭스의 실험실로 출근해 냉동고에 가득 찬 실험관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각 실험관에는 초록색의 농도가 조금씩 다른 액체가 담겨 있는데, 솔릭스가 식물성 오일 생산을 위해 평가중인 다양한 종류의 조류가 들어 있다.

이곳에서 복존 박사의 제1 과제는 조류의 성장환경을 제어하여 오일을 최대한 많이 뽑아내는 것이다.

조류는 영양분이 부족할 때 생존을 위해 지방을 추가로 생산하기 때문에 그녀는 조류가 담긴 비닐봉지에서 질소 등의 영양분을 제거, 오일 생산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영양분을 뺏는 방식은 조류의 성장을 둔화시켜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세포의 지방 보유량이 최대치에 달했을 때 수확하는 것뿐이다. 즉 그녀는 조류가 굶어죽을 만한 조건을 만들어 최대의 지방성분 생산을 유도하되 과도한 스트레스로 시들어버리기 직전에 가공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방법으로 솔릭스사가 지금까지 조류로부터 실제로 생산해 낸 식물성 오일은 과연 얼마나 될까.

복존 박사는 “아직은 실험용 삼각 플라스크 바닥을 간신히 적실만한 극미량을 얻어낸 것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휘발유를 대체할 혁신적 연료의 개발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감안한다 해도 지금껏 단 몇 방울의 오일만 생산했다는 사실은 분명 실망스런 결과임에 틀림없다.

양조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이물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류 농장에 투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청정기술 구현의 난관

조류 연료 연구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솔릭스의 이 같은 현실은 신생 대체연료 개발기업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말해준다.

그러나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블루선 바이오디젤사의 제프 프롭스트 사장은 “조류 연료는 사실상 연구단계에 불과하다”며 “현재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대체연료로서의 가능성 여부까지 섣불리 판단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EECL의 윌슨 소장도 “솔릭스가 연구 중인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최소한 예전에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 꿈같은 이야기의 수준은 넘어서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해조류 프로젝트(ASP)를 통해 이미 과학자들은 녹조류 배양, 화학물질 첨가, 오일 추출 등의 공정을 거쳐 소량의 연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바 있다.

하지만 20년 전의 연구결과들을 재현해 내고 개선하는 작업이 그리 쉽지 않은 일임은 당연지사.

이론상으로 조류로부터 연료를 만드는 공정은 매우 간단하지만 현존하는 십여 개의 조류-바이오디젤 연구기업 중 자동차 엔진을 가동할 만큼의 연료를 생산해 낸 곳은 뉴질랜드의 아쿼플로우사가 유일하다.

복슨은 조류가 굶어죽을 만한 조건을 만들어 최대의 지방성분 생산을 유도하되 과도한 스트레스로 시들어 버리기 전에 가공처리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성과가 미약한 이유는 조류를 재배하는 생물학적 장치의 제조가 어렵다는데 있다. 조류 재배 반응장치는 자연 생태계의 축소판으로 한 가지 요소가 바뀌면 다른 모든 요소들의 질서도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그린퓨얼사의 캐리 불독 사장은 “조류는 너무 빨리 자라난다”며 “햇빛의 양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으면 좋은 수확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조류를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최적량의 햇빛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조류가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도록 내버려 두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빠르게 증식하는 세포들이 이산화탄소를 금방 소모해버리고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비닐봉투 중앙에 위치한 조류들은 생존에 필요한 햇빛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시어스는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 수조에 공급되는 영양분의 양을 정확하게 조절함으로써 이런 문제들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실현시킬 정교한 장치를 채용할 경우 설비투자비가 대폭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어 디젤과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다.

조류를 수확 한 후에도 문제가 존재한다. 오일을 어떻게 추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조류는 식물성 물질에서 지방을 추출하는 일반적 방법인 저온 압착법을 견뎌낼 만큼 섬유질이 질기지 못하다.

즉 조류 오일은 메탄올, 헥산 등의 화학물질을 첨가해 추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임은 물론 가장 효과적이면서 저렴한 방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신재생·응용에너지연구소(BRAEL)의 댄 카멘 소장은 “오일을 추출할 때 화학물질 배합에 따라 조류농장이 위치한 토지나 물에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며 “정말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금으로선 예상키 어려운 복잡한 결과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솔릭스의 운명을 결정지을 외부 변수들도 있다. 조류 연료 업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 등과 같은 것 말이다.

시어스도 “지금까지 수행된 실험결과들을 놓고 볼 때 조류연료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킬 시기는 아직 아니다”고 지적했다.

감춰진 희생

시어스는 이러한 기술적·환경적 걸림돌들이 프로젝트 전체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

지난해 11월경 윌슨 소장, 헨스톤 박사 등 솔릭스의 공동 투자자들이 시어스가 제안한 조류반응장치의 개발을 거부한 채 그를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도록 한 것. 결국 새로 대표에 오른 헨스톤이 솔릭스가 향후 나아갈 연구계획의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시어스는 자신이 애초에 구상했던 반응장치의 건설 권한을 완전히 잃었다.

윌슨 소장은 “시어스의 계획에 특별한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연구자나 사업가라기보다는 공상가에 가깝다”고 대표자 교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시어스는 설령 동업자들이 자신의 조류배양시스템 보다 뛰어난 아이디어를 제안했더라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사실 시어스는 솔릭스와 협력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당초 자신의 계획을 이어가기 위한 신규 회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내부적인 풍파를 거친 솔릭스는 올해 하반기쯤 플라스틱 봉지를 마모시킬 우려가 있는 롤러를 제거한 새로운 타입의 조류배양시스템을 설계해 조류연료 개발에 도전할 방침이다.

조류 재배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오일을 추출할때 화학물질 배합에 따라 조류 농장이 위치한 토지나 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녹조류 안으로 거품을 불어넣어 조류가 충분히 섞이도록 만들어주며, 삼각형 모양의 격자를 봉투 안에 넣어 햇빛을 반사토록 함으로서 모든 위치의 조류가 충분한 햇빛을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시어스에게는 힘든 일년이었지만 그는 솔릭스의 미래가 조류 바이오디젤 산업의 미래처럼 어느 한 사람이 예측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변수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는 특유의 침착한 목소리로 “제가 대표에서 물러난 것이 오히려 회사와 조류 연료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며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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