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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를 내 손바닥 위에 4차원 인체지도 ‘케이브맨’

인체의 내부를 4차원 이미지로 구현한 ‘케이브맨(CAVEman)’의 개발로 암, 당뇨병, 근육 경화증,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와 연구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특수안경을 끼고 보면 3,000여개에 달하는 인체부위를 혈관 하나까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인체의 내부 곳곳을, 그것도 뼈 마디마디와 작은 혈관 하나까지 제 손바닥 들여다보듯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장비가 있다면 누가 가장 좋아할까.

아마 의학계 연구자들이 반색을 하며 도입에 앞장설 것이다.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물론 각종 질병 연구, 치료제 개발 등에 다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의 의과대학 연구팀이 바로 이 같은 의료인들의 열망에 힘입어 6년여의 연구 끝에 인체 내부를 정교한 4차원(4D) 입체 이미지로 보여주는 첨단 시스템의 개발에 성공했다.

‘케이브맨(CAVEman)’으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인체의 지도(human atlas)’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인간의 모든 기관(器官)을 갖추고 있는 가상의 인간이다.

입체 홀로그램 이미지라는 점을 제외하면 피부와 뼈는 물론 내장기관과 근육, 혈관에 이르기까지 실제 사람과 모든 구조가 완벽하게 똑같다.

시스템 구조는 4개의 빔 프로젝터에서 쏘아진 이미지를 대형 거울로 반사시켜 정육면체의 공간에 마련된 4개(정면 벽, 좌측 벽, 우측 벽, 바닥)의 스크린에 별도로 투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특수 안경을 끼고 보면 각각의 평면적 이미지가 합쳐져 하나의 커다란 입체영상으로 보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홀로그램이 표현되는 공간을 ‘정육면체의 가상현실 공간(a cube-shaped virtual reality room)’의 약자를 따 케이브(CAVE)라 불렀는데, 케이브맨이라는 명칭도 케이브 속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케이브맨의 핵심은 케이브에 구현되는 가상 인체의 크기와 확대 비율, 투사 방향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

즉 신체 전체를 디스플레이해서 모든 뼈 구조를 한눈에 볼 수도 있고 머리나 가슴, 다리 등 특정 부위만 클로즈업해 세부적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

확대 비율을 높일 경우 심장, 또는 심장 속의 특정 혈관만 보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투명한 사람’을 초대형 현미경 위에 놓고 10배, 100배, 1,000배 등으로 배율을 확대해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방법으로 확인 가능한 신체 부위가 무려 3,000여개 이상이다.

특히 4차원 입체 영상이기 때문에 케이브맨의 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상체를 크게 확대한 후에 고개를 들면 뇌가 보이고, 고개를 내리면 위장이 보이는 몸 한 가운데 서서 바로 눈앞의 심장을 360도로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다.

3D + 시간 = 4D

이처럼 하나의 정교한 인체 홀로그램을 놓고 전체 모습부터 특정 부위의 혈관까지 자유자재로 영상을 확대 및 축소할 수 있는 것은 수십, 수백 배 확대해도 해상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 입체영상 투사기술 덕분이다.

사실상 연구팀이 케이브맨 개발에 6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것도 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연구팀의 크리스토프 센센 박사는 “우리의 목표는 기존의 어떤 영상 투사장치 보다 10배 이상 뛰어난 해상도를 지닌 완벽한 가상 인체모델을 창조하는 것이었다”며 “이를 위해 컴퓨터 공학자, 생물학자, 수학자, 미술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를 수행했고 케이브위 개발에만 550만 달러(약 52억원)가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탁월한 해상도를 실현할 수 있었던 또 다른 근간은 뼈 골격부터 혈관 하나까지 정밀하게 묘사된 밑그림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해부학 책을 기본서로 삼아 각각의 모든 인체기관을 세밀하게 그려냈고 자바 3D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완벽한 인체의 내부 모습을 고선명도의 입체영상으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브맨의 최대 특징은 3차원(3D)를 능가하는 4D 이미지라는 것. 4D는 3D에 ‘시간’이라는 차원이 추가로 더해진 개념. 이에 따라 케이브맨은 단순히 정교한 가상 인체를 넘어 시간의 흐름까지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약물 투입 후 나타나는 질병의 변화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시간대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케이브맨이 본격 활용될 경우 외과 의사들의 교육과 수술계획 수립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암, 당뇨병, 근육 경화증,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질병의 유전학적 연구에도 커다란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언청이 처럼 돌연변이 유전자가 어떻게 발육상의 문제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연구도 가능하다.

캘거리 대학 의과대학의 그랜드 갤 박사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4D 모델로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것은 케이브맨이 처음”이라며 “의료정보학 및 시스템생물학 분야의 발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상인간 케이브맨이 인류의 건강에 어떻게 이바지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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